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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르 플래그십, 사진전

by macrostar 202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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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에 있는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진전을 한다길래 가봤다. 이 전시의 과정은 이렇다. 르메르의 공동 아티스틱 디렉터인 베트남계 프랑스인 사라 린 트란(Sarah-Linh Tran)은 2022년 12월 베트남 여행을 한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거리, 혼잡한 도로 위 스쿠터를 탄 사람들, 그들이 걸친 옷자락의 움직임과 색감, 소재는 2023/24년 봄-여름 컬렉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2023년 5월부터 그 해 말까지 사라 린 트란은 르메르의 오랜 파트너인 포토그래퍼 오스마 하빌라티(Osma Harvilahti)와 함께 호치민과 하와이를 여행하며 거리 속에 녹아든 삶의 모습과 사람들이 착용한 옷이 면밀하게 엮어낸 도시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오스마 하빌라티만의 담백하고 영화적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진과 영상이 모여 ≪a sense of place, a sense of time, a sense of tune≫ 전시가 완성되었다. 르메르가 기획 · 제작하고 아트 디렉터이자 큐레이터 조스 오젠데(Jos Auzende), 사라 린 트란이 큐레이팅했다.

 

 

일단 이걸 보면서 일상 생활 속에 섞여 있는 고급 옷이라는 걸 내가 꽤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를 한다. 누군가는 콘서트를 보고, 누군가는 가구를 사고, 먹는 거에 집중하거나, 여행을 하고, 또 누군가는 옷을 찾는다. 다른 건 평균으로 지내고 한 두가지는 약간 높은 수준을 일궈낸다. 넉넉해지면 약간 더 넓힐 수 있겠지만 또 부족해지면 평균으로 회기한다. 각자의 방식과 취향이 있고 그건 타인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전시는 몇몇의 약점이 있다. 일단 조작된 생활감이 만드는 약간의 어색함.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스쿠터를 타는 건 그럴 수도 있지 싶지만 사진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긴 해도 도로 중간에 멈춰있는 바퀴들은 사진이 전달하려는 생활감을 대상화한다.

 

 

 

 

 

이런 느낌은 한남동 대사관 거리에 있는 르메르의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건물에도 비슷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도시 속에서 시크한 패션을 즐기는 열심히 잘 사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르메르의 패션 컬렉션에 비해 이 매장은 유럽의 유한 계급이 아시아 어딘가 휴양을 위해 지어 놓은 집을 연상하게 한다.  

 

 

 

기와 지붕에 교토 골목 같은 데서 볼 법한 대문, 휴양지 펜션 같은 테라스 등등 모호하게 섞여있는 젠한 정취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새 인테리어의 냄새는 그런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물론 굉장히 멋지다. 뭔진 모르겠지만 폼난다의 관점이라면 나무랄 데가 없다. 가볼 예정이라면 해질 때 쯤 가서 밝은 모습을 보고 매장을 둘러본 이후 나와서 보이는 어둠 속 조명이 켜진 모습 양쪽 다 보길 권한다.

 

이태원 거리에서 출발하면(맥심 플랜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B3로 내려가는 게 그나마 편하다) 북적거리는 이태원 거리에서 급한 경사를 타고 내려와 패션 매장과 카페, 음식점과 술집으로 한창 인기인 북적거리는 골목을 지나 대사관로로 스르륵 빠지고 사운즈 한남과 순천향 병원을 지나고 나면 술집과 고기집이 몰려있는 유흥의 거리로 급격하게 변하는 주변 풍경의 다이나믹함도 꽤 재미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당황한 지붕 위의 고양이. 르메르가 꾸며놓은 정원이 예쁜 집에서 사는구나, 좋은 곳을 골랐군.

 

 

원래 어떤 곳이었을까 찾아봤더니 서울의 전형적인 붉은 벽돌 담에 꽃과 나무가 유난히 많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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