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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스마일리와 잭슨 램

by macrostar 202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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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TV에서 슬로 호시스를 보고 있다. 주인공이 개리 올드먼이 맡은 잭슨 램인데 영국 MI5의 전설이자 약간 밀린 사람, 무례하지만 날카로운 사람 뭐 이런 나름 스파이 물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맡고 있다.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데 이 줄기 중 개리 올드먼의 역할 변경이 나름 재미있다.

 

일단 존 르 카레 소설의 주인공 조지 스마일리라고 하면 BBC 시리즈에서 이 캐릭터를 맡았던 알렉 기네스의 이미지가 꽤 크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소설이 1974 출간, BBC 드라마가 1979에 나왔고 스마일리의 사람들 소설이 1979, BBC 드라마가 1982에 나왔다. 존 르 카레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쓰면서, 조지 스마일리의 이미지를 알렉 기네스를 떠올리며 썼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시간적으로 그게 될까 싶기는 하다. 아무튼 영국 고위 공무원 룩, 스파이 룩, 관료제의 파생물, 냉전의 파생물 이미지를 아주 잘 구현하고 있고 아마도 이 아웃핏은 시크한 수트룩의 007 시리즈에 대한 반테제 정도로 위치할 거다.

 

 

그리고 2011년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감독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조지 스마일리의 역은 개리 올드먼이 맡는다.

 

 

 

이 영화는 소설을 일종의 관료제 이야기로 읽은(회의와 서류, 결제)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액션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고 다들 너무 멋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 들게 하는 면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콜린 퍼스, 톰 하디, 베네딕트 컴버배치 같은 배우들이 2010년대 들어 영국 스파이물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아무래도 캐릭터 구현에 있어 패션에 대해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을 거 같긴 하다.

 

 

참고로 얼마 전 톰 하디의 바라쿠타 G9 이야기를 잠깐 쓸 일이 생겨서 좀 찾아본 김에 이 이야기도 쓰게 되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존 스마일리가 알렉 기네스에서 개리 올드먼으로 옮겨갔는데 그런 과거 위에 슬로 호시스가 얹혀진다.

 

 

시즌 2에서는 계속 코튼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다. 이분 패션의 특징은 아우터웨어를 전혀 세탁하지 않는데 비해 무늬 있는 셔츠와 넥타이 조합이 꽤 경이롭고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거다. 위 사진은 좀 덜한데 아주 깨끗이 세탁하고 다려서 칼라의 빳빳한 느낌이 화면 바깥까지 전해지는 장면들이 가끔 있음. 코트를 셔츠 커버 같은 걸로 쓰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정보부 수장의 날카로움은 유지하되 더럽고 무례하고 옷은 신경을 쓰지 않음으로 존 스마일리의 이미지를 전복 시킨다. 동시에 관료제 바깥에 있는 거 같으면서도 어쨌든 도움은 받아야 하는 딜레마 속에 집어 넣는다. 그렇다고 해도 게걸스럽게 국수 먹는 모습은 좀 참을 수가 없음.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적으로 보는 거 말고 캐릭터의 측면에서 봐도 저게 과연 옷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지저분한 콘셉트를 끌고 가기 위해 - 슬로 하우스의 부하들에게 저항력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MI5가 신경을 덜 쓰게 하기 위해서 - 상당히 노력을 기울이는 거 같은 아우라가 좀 난다.

 

 

애플TV는 캡쳐가 안되더라고. 여기서도 넥타이와 셔츠 조합이 꽤 근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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