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루한 뉴 Era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링크).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책이 나오기 전이라 생략했지만 지루한이라는 건 상대적인 문제로 패션의 시대에서 이야기 한 단절의 구간이 그나마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링크). 기본적으로 현행 패션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류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특정한 제품이 포함할 수 있는 요건이다. 그러므로 손으로 한땀 한땀 같은 미사 여구는 이제 예전처럼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저게 어떻게 만들어졌나보다 저게 왜 지금 나왔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아무튼 지루한 시대 안에서 재미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 변화를 가로질러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는 데 낡고 식상하게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메시지는 패션과 함께 새로운 면모를 만든다. 둘 중 하나가 너무 강해서는 소용없다. 혁신적인 메시지에 지루한 패션보다는 잘못된 건 아니라도 이제는 약간 식상하게 들리는 메시지라도 약간은 재미있는 패션이 차라리 더 낫다. 여기서 재미있는은 지금 시점에 보여줄 만한 패션이라는 의미다.
디올의 2024 SS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을 이끈 이후 계속하고 있는 "패션이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여성성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계속해서 탐구"를 지속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재를 고찰하며 신체와 의류의 관계가 어느 하루의 특정 시간이나 향수가 아닌 시대적 맥락에서 설정된다는 관념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배경으로 보이는 건 엘레나 벨란토니의 작품 NOT HER다. 여성을 기존에 정의된 범주로 제한하는 모든 진부한 표현을 거부합니다. 아날로그 스플릿 플랩 장치를 사용하여 패션쇼의 모든 벽면을 가득 채운 비디오 설치에서는 엘레나 벨란토니가 성차별적인 광고 이미지와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전부가 아니다.”라는 대위법적인 구절을 사용하여 지배적인 고정 관념에 대응하는 팝 무드로 재작업한, 아티스트 본인을 포함한 일련의 여성 인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링크)
하지만 그런 태도의 결과가 패션의 전통적 발화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아하고 고저스한 여성복의 바운더리 안에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이 컬렉션이 지루하지 않게 보이는 이유가 뭘까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아마도 치밀하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게 보일 수 있는 옷을 구태의연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훌륭하다. 이태리 패션의 기운이 여전히 디올을 덮고 있는데 과연 디올 -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아래에서 어떤 방향을 가게 될 지도 여전히 주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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