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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바지의 주머니 천

by macrostar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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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바지나 치노 바지 같은 제품에서 은근 신경쓰면서 보는 부분이 주머니 천이다. 꽤 자주 손을 찔러넣고 다니다 보니 예전에 입고 다니던 유니클로 청바지의 경우 주머니 천이 뜯어지고 실도 풀리면서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다. 청바지 주머니에 뭘 넣고 다니는 거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 주머니가 있다면 뭔가 넣을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 난감하다. 부실한 천에 부실한 박음질로 구성된 주머니는 쓸모가 없다. 당시 캔버스 천이 있어서 덧댐을 해봤었는데 입고 다녔더니 얇은 주머니 천이 버티질 못하고 찢어지면서 더 구제불능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번 시즌 워커스 프리오더(링크)를 보고 있는데 801XH 청바지 주머니가 올리브 색이다.

 

 

헤링본 원단의 튼튼해 보이는 코튼 천이다. 손을 넣었을 때 포근함, 편안함 같은 편의성은 거의 없겠지만 아무튼 주머니 천이란 손가락에 피가 나지 않고 허벅지를 찌르지 않는 수준에서 가능한 두꺼운 게 좋다. 505 현행품 같은 거 입어 보면 그런 점이 약간 아쉽다. 얇은 합성 직물은 보풀도 잘 일어난다. 대신 주머니가 아주 깊어서 거의 팔목까지 들어갈 거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게 재미있기는 하다. 

 

주머니 색이 다른 건 보통 대전 모델(1944)이다. 워커스의 기존 801보다 실루엣이 더 굵고, 사이드 스티치가 길고, 리벳 없고, 사슴 가죽 패치를 썼다. 기존 모델이 13.75온스인데 이건 14.7온스 데님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볍고 산뜻한 옷이 인기인 시대에 약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굵고 두텁고 투박하고 터프한 제품을 내놨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링크) 참고. 입고 있는 게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청바지에 대한 관심이 좀 없는 상태인데 저 새파랗고 털이 복슬복슬한 청바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새 청바지의 촉감과 무게감이 잠깐 그리워진다. 잠깐. 아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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