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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0년대 데님, 미국 흑인 인권 운동

by macrostar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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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야기했던 디올 티어스(링크)에 보면 1950, 60년대 흑인 시민 운동과 데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50년대의 흔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60년대는 주의해서 볼 만한 확실한 움직임이 몇몇 있다. 청바지, 데님의 역사를 보면 캘리포니아 광산 - 카우보이 - 헐리우드 배우 - 청년 문화 이런 식의 줄기가 보통이다. 하지만 이건 말하자면 백인 위주의 서술이다. 캘리포니아 광산에서 카우보이로 넘어가던 시절 남부에서는 차별 정책 아래 흑인 일꾼들이 데님 작업복을 입었다. 그리고 1950년대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아프리카 계 미국인의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시민 운동이 시작된다. 

 

랄프 애버내시와 마틴 루터 킹, 1963

 

1950년대 인권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흑인들이 데님 오버롤스나 워크웨어를 입었겠지만 그건 항상 입고 있던 작업복이기 때문이었을테고 이게 보다 상징성을 띄게 된 건 1963년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대행진이 있다. 시위 사진 속 수많은 이들이 데님 작업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가시화되었다. 또한 SNCC(Student Nonviolent Coordinating Committee) 등 젊은 시민 단체들은 데님을 성별, 사회 계급별 차이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SNCC, 1963

 

그런 이유로 데님 작업복은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이게 흘러흘러 흑인 중심 스트리트 문화로 편입되었고, 또 다시 흘러흘러 디올과 데님 티어스 콜라보인 디올 티어스의 모티베이션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스토리.

 

이 부분을 맨 위에서 이야기 한 백인 중심의 데님 역사의 카운터파트로 흑인 중심의 데님 역사, 미국 워크웨어 역사로 약간 더 자세히 나열해 보면 차별 정책 하 농장 작업복 - 시민 운동 - 브롱크스 갱단의 컷 슬리브(링크) - 힙합 - 스트리트 패션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70년대 컷 슬리브인데 이건 확실히 영화 이지 라이더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고 이는 헐리우드 - 청년 반항 문화의 영향이다. 즉 여기서부터는 백인 문화의 영향권이다.

 

청바지에 트러커 중심이었던 백인, 오버롤스에 초어 재킷 중심이었던 흑인 사이에서 70년대 미디어의 시대에 데님 트러커가 덮쳐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이 지점에서 오버롤스와 초어 재킷은 서브컬쳐 문화 속에서 설 자리가 별로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게 다시 주목받게 된 건 90년대 일본의 복각 청바지 문화와 그 영향으로 미국의 자기 옷 되돌아보기가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미국의 전통 옷으로서 오버롤스와 초어 재킷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졌다. 하지만 어느새 화이트워싱이 된 초어 재킷의 과거는 백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후 스트리트 패션 속에 함께 하며 칼하트, 디키즈를 비롯해 겐조, 디올 같은 브랜드에서도 데님 초어 재킷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지 라이더 시절부터 박해받는 농노의 이미지, 인권 운동과의 명징한 상징적 연결성은 거의 잃어버린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 시점에서 데님 티어스의 트레메인 에모리가 60년대 흑인 아이비리거의 시빌 라이트 무브먼트를 디올이라는 최고급 패션 위에 워크웨어라는 조금 더 넓은 툴로 흩뿌렸다 뭐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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