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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마틴 로즈 2023 Fall, 경계의 재설정

by macrostar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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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이야기겠지만 경계를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워크웨어나 밀리터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그런 걸 기반으로 컬렉션을 만든다는 건 약간 다른 일이다. 이미지가 워낙 강한 장르고 너무 멀리 나아가 버리면 원래 이미지가 퇴색해 버려서 저럴 거면 굳이 워크웨어나 밀리터리웨어를 쓸 이유가 있나 싶어진다. 그렇다고 원래의 이미지를 너무 살리면 굳이 비싸게 저런 걸 사느니 그냥 빈티지 매장 가는 게 낫겠다 싶어진다.

 

패션 목적의 M65 리메이크나 디트로이트 리메이크를 보면 시큰둥해지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다. 그런 옷이 내뿜는 아우라는 대부분 원래 옷감과 만드는 방식에서 나올 뿐이다. 좀 잘라내서 다시 붙이고 하는 정도의 인위성이 굳이 워크웨어를 가져다 쓴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준야 와타나베나 언더커버, 브레인데드와 이번 마르니 등등은 주로 협업을 통해, 피어 오브 갓이나 마틴 로즈, 제냐 같은 곳은 워크웨어를 손에 쥐고 더 멀리 나아가며 각자 저 마다의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또한 일상 속에 파묻힐 수 있도록 조각을 하고 있다.

 

마틴 로즈의 이번 컬렉션에 등장하는 워크웨어와 밀리터리웨어는 본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지만 조금씩 변형이 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맥락 위에 놓인다. 아주 적극적으로 추상적인 접근을 피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리바이스나 알파 인더스트리의 옷 가지고 저런 식으로 입어도 되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주 구석진 곳에서 조금씩 더 나아가 있다. 테일러드 한 느낌의 옷과 피코트, 무스탕 베스트, 플래드 셔츠 같은 일상이 옷은 모두 함께 조금씩 변형되어 서로에게 다가가고 함께 섞인다. 꽤 재미있는 컬렉션이다. 위 사진은 모두 보그. 풀 컬렉션도 여기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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