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자켓 = 야전 상의 = 야상. 이런 건 상식 선에서. M65라는 옷은 하나쯤 가지고 있을 만한 옷이다. 예전에 어딘가에 썼듯 만약 좀비 세상이 닥치거나 아무튼 인류가 멸망의 기로에 서게 되어서 옷을 하나 챙겨 들고 나가야 한다면 M65처럼 투박하고 용도도 다양하고 관리도 쉬운 옷이 딱 맞다. 덕이나 데님으로 만든 초어 자켓이나 커버올과 비교했을때 보온성도 더 높다.
하지만 일상의 용도로 마주했을 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일단 그 생김새에서 견장과 스탠드 칼라다. 견장은 그게 좋다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슬리면 방법이 없다. 사실 밀리터리 계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너무 밀리터리라 그런지 요새는 M65라고 하면서도 견장을 없앤 버전들을 꽤 볼 수 있다. 스탠드 칼라 역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몸통이 두터울 수록 스탠드 칼라가 유리하지 않나 싶은데 나처럼 볼품없는 체형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당히 취약하다.
이런 이유로 한때 3개나 가지고 핵전쟁 쉘터에 가게 된다면 무슨 색을 입고 갈까 고민을 했었지만 다 팔아버렸다.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슬렁슬렁 찾고 있는 게 M65 1세대, 라지 버전이다. 이 옷은 나에게서 떨어지지가 않음...
M65는 대략 4세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1세대는 알루미늄 지퍼에 견장 없음, 2세대는 알루미늄 지퍼에 견장 있음(이후 다 있음), 3세대는 황동 지퍼, 4세대는 플라스틱 지퍼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택시 드라이버에도 나온 2세대가 나름 인기가 많았는데 견장이 있어서 밀리터리 느낌이 강하고 알루미늄 지퍼라 희소성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스탠드 칼라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견장 없는 걸 찾으니까 1세대. 그리고 이런 옷은 몸에 잘 맞으면 너무나 군복 핏이 되버린다. 그러므로 좀 크고 벙벙한 버전.
이렇게 결론이 나오지만 M65 1세대 오리지널은 요새는 어디서 보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견장 없다고 더 싸게 팔리고 그랬는데 다 옛날 이야기다. 혹시 어딘가 나와도 가격이 꽤 될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도 경쟁이 치열하다. M65 같은 걸 구해서 입는 이유는 저렴하고 가격에 비해 만듦새가 좋고 튼튼하고 용도가 다양하다는 건데 이런 게 비싸면 좀 곤란하다. 그런 이유로 복각을 찾아보면 일단 두가지가 구하기는 가장 쉽다.
리얼 맥코이의 M65 1세대. 저번 시즌인가 까지 나오다가 이번 시즌에는 2세대 버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살짝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 중고 매물이라든가 좀 있기는 하겠지. 겉감은 코튼 100%고 안감이 코튼-폴리 혼방으로 되어 있다. 스컬프 스토어에서 본 적이 있는데 두툼하고 곱상하고 뭐 그러함. 가장 큰 장벽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리얼 맥코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비싸긴 하다.
좀 더 가까이 있는 걸로는 브론슨에서 1세대 M65가 나온다. 배송비까지 해서 대략 16, 17만원 대 정도. 내피는 품절일 때가 많다. 역시 코튼 100%의 겉감에 혼방 안감이다. 아무래도 부자재의 조악함 같은 게 있기는 한데(저 탈론은 정말 탈론인가 등등)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 하다. 알파 인더스트리의 미국 제조 일반 양산 버전을 구할 수 있다면 저렴하고 좋겠지만 1세대는 아마 없을 거다.
코로나 유틸리티에서도 견장 없는 필드 자켓이 나온다. CJ112라는 옷으로 여기에서도 이야기(링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쪽이라고 리얼 맥코이에 비해 가격적인 장점이 꽤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는 M43의 견장 없는 버전을 내놓기도 했다. M43의 격앙된 사파리 자켓의 분위기를 잘 지우고 견장도 잘 없애긴 했는데 폴리 100%라 약간 아쉽다. 입기는 더 편하겠지만 면으로 된 쉘에 익숙한 옷의 합성 소재 버전을 보면 아무래도 익숙해진 이미지가 있기 때문인지 조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엔지니어드 가먼츠에서 M65 피시테일의 폴리에스테르 버전을 내놨던데 그런 것도 마찬가지. 물론 가볍고 비바람도 더 잘 막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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