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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의 숙명

by macrostar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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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패션 분야에서 가장 많은 말이 오고가고 있는 건 가품 논란이다. 이 논란은 사실 하루이틀 된 것도 아니다. 아무튼 가품 사용은 좋은 일이 아니다. 가품을 사용해 뭔가 이득을 취했다면 문제는 커진다. 그리고 가품 제작은 범죄다. 저작권의 존중은 새로운 창작의 기반이 된다. 그렇지만 조금 더 앞으로 가서 가품이 왜 만들어지는가에서부터 할 이야기들은 있다.

 

가품 옹호론(가끔 있다)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그게 제일 나한테 어울리고 맞는데 + 너무 유행타는 거라 한두 번 입을 거니까 가품을 산다는 거다. 일단 "그게 나한테 어울리고 맞는다"라는 말은 패션 유행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이건 소위 뇌이징이라고 생각한다. 가치 기준이 나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오는 거다. 많은 광고와 이미지 속에서 어느새 내면화되어 자신의 판단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그게 멋지다고들 하니까 나한테도 멋지게 보인다. 유행이 가치 기준을 만드는 거다. 

 

하지만 가치 기준이 정말 자신에게 존재하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생득적, 선험적 뭐 이런 이야기도 나와야 할 지 모르긴 하는데 대부분은 사회적 기준이 내면화되면서 장착된다. 그리고 언제든 변할 수 있고 패션에서는 유난히 쉽게 변한다. 아무튼 이게 경험과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결합해 나오고 있는 결과구나 라는 생각은 항상 유지하고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건 아마도 훈련으로 가능하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무엇인가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대체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자주 반문해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이게 유행이고 이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더 폼나고 멋지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이게 나한테 잘 어울린다"는 말보다 더 직설적이긴 한데 결과적으로 둘은 거의 같은 말이다. 

 

또 하나는 대안의 측면이다. 아무튼 그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을 때 대상이 너무 비싸고 구하기 힘든 경우 포기하고 다른 걸 찾느냐 vs 가품을 쓰느냐의 문제가 나오는 데 여기서 그냥 폼나고 멋지게 보이기 위해 후자를 고르는 건 어쩌면 사회화의 문제다. 하지만 그게 이익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약간 더 복잡해진다. 확률과 기대 소득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은 대체 가품이 왜 만들어지냐에 기인한다. 그 비싸고 레어한 제품을 착용하는 게 세상에 시그널이 되고 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이건 샤넬이나 롤렉스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나이키, 파타고니아, 폴로 등등 가품이 없는 게 없다. 후드에 로고가 있어서 더 멋지고 더 마음에 든다는 건 이미 포인트가 후드에 있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로고 플레이는 패션 산업의 고전적인 마케팅이지만 여전히 아주 잘 먹힌다. 그냥 로고만 들어가 있는데 어딘가 특별해 보이고 폼나 보이게 만드는 이미지의 아우라는 패션 산업이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구축하고 있는 영역이고 패션을 부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동시에 가품이 범람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고리를 끊으면 조금 더 재미있는 패션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상태에서 더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차라리 나은 모색이기도 하다. 여하튼 가품 문제는 패션 산업이 이런 기반 위에 서 있는 한 해결 방법이 없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상념이 떠오르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그건 그렇고 요새 추이를 보면 폴로, 나이키 같은 건 정규 루트(매장, 아울렛, 정식 매장 등등)가 아니면 제품만 가지고 정가품을 구별하는 일은 불가능해진 정도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찝찝함, 굳이 그렇게까지 입을 일인가 하는 의식, 빠른 감가상각 정도 만이 장막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또하나의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데 그렇다면 진짜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패션 브랜드들이 메타버스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진짜를 구성하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날 수도 있다. 또한 구찌가 발렌시아가를 만들면 진짜인가, 루이비통이 나이키를 만드는 건 어떤가, 제작의 단계에서 정품의 어드밴티지는 무엇인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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