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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커다랗고 네모난 헬멧 백 이야기

by macrostar 202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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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모양의 커다란 헬멧 백은 일반용도로 사용하기에 너무 큰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무튼 편하게 이것저것 넣어 다니기 좋은 가방이다. 밀리터리 출신이기 때문에 보통 볼 수 있는 응용 버전도 막 써도 괜찮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고 낡으면 또 낡은 대로 괜찮은 모습을 만든다.

 

 

아미아칼바의 헬멧 백. 저렇게 많이 넣으면 많이 무거울텐데.

 

이 모양의 대중화에는 포터 탱커의 공이 나름 크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헬멧 백이 뭔가 뒤적거려 봤는데 간단히 역사를 보면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본격 제트 전투기의 시대가 열렸고 당시까지의 소프트 헬멧에서 하드 헬멧으로 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 전쟁 때 미군은 공군 조종사들이 헬멧 외 여러 관련 부품을 넣고 다닐 커다란 가방을 내놓게 된다. 

 

- 1세대

 

 

미국 공군은 원래 파란색이고 N-3B의 초기형 N-3A 같은 옷도 파란색이었듯 헬멧 백도 초기 버전은 파란색이었는데 나중에 흔한 미군의 세이지 그린 색이 나왔다. 리얼 맥코이 같은 (약간 미친 복각러들) 회사에서는 1세대 파란색 버전 복각을 볼 수 있다. 겉감은 헤비 나일론 트윌, 안감으로 울+코튼 혼방을 대어 놓고 그 위를 얇은 나일론으로 덮었다. 이 혼방은 울 58%, 코튼 42%로 나일론 트윌 - 혼방 - 나일론은 초창기 MA-1과 같다.

 

아주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모양을 복각하거나 응용한 현대 버전을 가끔 볼 수 있다. 손으로 들어야만 하는 토트백은 휴대폰만 넣어도 무거워... 하지만 토트백은 원래 손으로 드는 거라지.

 

 

 - 2세대

 

50년대 말 쯤에 나온 헬멧 백이다.

 

 

 

너무 심플해서 약간 황당한 기분이 드는 데 그냥 줄로 조이는 괴나리 봇짐 같은 가방이다. 역시 나일론 트윌에 파일지를 대어 놓았다. 초창기 버전에는 1세대와 같은 데칼이 있었다가 나중에 사라졌다고 한다. 위 사진은 그냥 이름만 넣은 게 후기 버전인 듯. 하지만 본 적도 없다.

 

 

- 과도기

 

 

이 헬멧 백은 제식 사양이라고 하고 그래서인지 헬멧 백 세대에 포함시키지 않는데(이 분류는 아마도 일본에서) 하드 타입 헬멧을 넣으려면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게 생겼다(농구공이나 축구공 넣고 다닐 수도 있을 듯). 이런 것도 있다더라 정도.

 

 

- 3세대

 

 

여기서 부터 우리가 잘 아는 모습이 나온다. 1960년대 베트남 전 때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타입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겉감은 나일론이고 아주 초창기에는 파일지가 들어있었다고 하는데 퀼팅 방식으로 바뀌었다. 볼 수 있는 건 대부분 퀼팅 형이다.  

 

파일 타입. 안감이 있지 않았을까? 위 사진을 보면 원래 없었던 것 같기도.

 

퀼팅 타입. M65 필드 재킷 내피 같다.

 

아무튼 이때부터는 육해공 전군에 지급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육해군 전군에 비행기는 있다. 미국은 공군보다 해군이 비행기가 더 많다던가 그러함. 그리고 색도 세이지 그린에서 올리브 드랩으로 바뀐다.

 

3세대인가 하는 점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은 가방 가운데 윗 부분에 훅이 없다는 점이다. 이게 없으면 3세대, 있으면 4세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포터 탱크 헬멧 백은 3세대 기반, F/CE의 헬멧 백은 4세대 기반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3세대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지퍼가 알루미늄 - 황동 - 대형 황동으로 바뀐다. 중요한 점이 있는데 황동에서 대형 황동으로 바뀔 때 봉제 공정이 간략화되었다. 그러므로 옛날의 좋은 물건을 경험해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헬멧 백을 뒤적거리고 있다면 3세대 황동까지다. 

 

 

맨 왼쪽이 3세대 초기의 알루미늄 지퍼, 오른쪽이 3세대 중기의 활동 지퍼. 끝 부분 처리 방식이 다르다. 알루미늄 쪽이 뭔가 더 잘 정리되어 있는 듯 하지만 알루미늄은 실사용 용도로 좋지 않다. 약해. 그러므로 결론은 3세대 중기, 1972~1974년 생산분을 노리면 된다. 하지만 생산 기간이 가장 짧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다(전기 : 67~71, 중기 : 72~74, 후기 : 75~79). 세상은 원래 그런 법이다.

 

73년 제조 버전 지퍼

 

 

76년 제조 버전 지퍼... 사진으로 별로 티가 나지 않는군. 

 

 

 

- 4세대

 

 

이것은 4세대. 밀리터리 풍 가방을 파는 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타입이 아닐까 싶다. 저 고리가 있어야 뭔가 더 완성된 거 같고 그렇기 때문에. 하지만 굳이... 라는 생각을 하는 데 군인도 아니고 걸리적 거리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봉제 공정이 3세대 후기보다 더 간략화되고 내부의 퀼팅도 그냥 민자다. 저 동글동글 재봉질도 귀찮아 진 거임.

 

4세대도 몇 가지 변화가 있는데 역시 중요한 점은 1984년 생산분 정도까지 지퍼가 황동이라는 것. 1985년부터 플라스틱 지퍼로 변경된다. 나중에 카모 버전 이런 것도 나오고 그렇게 된다.

 

MA-1이나 M-65나 미군 옷을 보면 모두 큰 전쟁 -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 을 맞이하며 큰 변화를 했는데 헬멧 백도 마찬가지 변환점들을 가지고 있다. 당시 상황에 맞게 만들어야 하니 그렇게 되었다. 카모 버전도 실제 내놨었는데 걸프전 이전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뭔가 있겠지. 아무튼 헬멧 백을 구입할 때 이게 어떤 걸 기반으로 만든 건지 좀 보면 약간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위 글은 헬멧 백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둔 매쉬-재팬 사이트(링크)와 e-비긴(링크) 등을 기반으로 했고 몇몇 사진은 연대 검색을 통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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