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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 Gala 2021 이야기

by macrostar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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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 갈라 2021이 열렸다. 코로나 백신은 맞았어야 하지만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룰이었고 사진으로 보면 이제 코로나와 관련 없어진, 혹은 같이 살아가게 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아무튼 이런 행사가 다시 열린다는 건 인류가 위기 한 텀을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 저변 문제에 대한 전형적인 미국식 해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멧 갈라에 대해 여러 불만 등등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이 가장 무도회에 대한 이야기만. 멧 갈라는 기금 모금 행사지만 물론 코스튬 파티로 유명해져 있다. 올해의 주제는 "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이었지만 해석에 집중하다기 보다는 봉쇄로부터의 해방감을 더 중시하는 듯한 분위기였긴 했다. 그러든 저러든 이런 주제는 유럽 중심의 패션이 해체되면서 후드, 스니커즈, 윈드브레이커, 작업복과 운동복 등등 미국의 일상복이 힙합과 함께 부상해 주도권 다툼을 해가며 고급 패션의 주류로 향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아마도 다음 단계는 여전히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렉터로 들어가야 패션의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실로 메인 스트림을 이끌어 갈 만한 새로운 스타 미국 디자이너의 조명과 부각이 되지 않을까.

 

 

코스프레 파티 이야기를 해보자면 트위터에서 누군가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 사진의 미국 셀러브리티 버전이라고 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말도 안되는 옷을 입고 서로 뽐내며 즐기는 장이다. 예전에 패션 위크 시즌 DDP 앞 풍경 이야기에서 한 적이 있는데(링크) 이런 장의 존재는 중요하다. 사람들이 타인의 과격한 패션에 대해 가지는 거부감은 대부분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고 그러므로 이런 걸 볼 기회가 늘어날 수록 그런 적대감은 더 무뎌지고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우당탕탕 열리는 프라이드 행사 같은 게 만들어 내는 영향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간의 삶이란 결국 전혀 다른 취향과의 공존 방식을 갈고 닦는 일이다.

 

사실 입고 다닐 수 없는 형식적인 옷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지만 그 다음 단계는 입을 수 있는 옷과 없는 옷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그런 말이 무의미해지는 일이라 할 거다. 뭐든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이사 뭘 하든 이라는 마음가짐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의 현실화이자 확장이라 할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다. 그럼에도 리안나 같은 사람조차도 몇 년 전 계란 후라이 같은 옷 입고 나왔을 때 내가 대체 뭘 입고 온 거지 하면서 떨려서 차마 내리지 못하고 행사장 주변을 몇 바퀴 돌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거 보면 모두가 함께 단계를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올해는 최초로 케이팝 스타도 참여해서 로제나 씨엘도 등장했고 그 덕분인지 각종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수월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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