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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옷열전

필슨의 매키너 크루저 자켓

by 마크로스타 macrostar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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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고옷 열전 이야기다. fashionboop.com 도메인이 약간 엉망이 된 순간부터 오는 분들의 수가 너무나 급격히 줄어들어서 우울해지기도 하고 뭔가 좀 채우다 보면 또 잘 돌아가겠지 하는 등의 생각도 있고 등등의 이유로 중고옷 열전을 열심히 올리고 있다. 언젠가 특정 옷을 검색하다 보면 우리는 만나게 되겠죠. ㅜㅜ

 

오늘은 필슨의 매키너 크루저다. 날이 쌀쌀해지고 있으니 겨울 옷 이야기. 가끔 이 비슷하게 생긴 옷을 매키너 자켓이라고 부르거나, 크루저 자켓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자주 남겼듯 매키너는 소재의 이름이고(매키너 지방 특산 울), 크루저가 이 자켓의 이름이다. 즉 크루저 자켓인데 매키너로 만들었다. 당연히 틴 클로스로 만든 크루저 자켓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매키너로 만든 다른 옷도 있다.

 

조금 더 상위 분류로 치자면 울 헌팅 자켓이라 할 수 있겠다. 별명으로는 펜실베니아의 턱시도라 부르기도 한다. 이 옷과 관련된 옛날 이야기를 찾아보면 할아버지도, 삼촌도, 아버지도 모두 이 옷을 입고 말을 타고 돌아다녔다 뭐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특정 시대 특정 지방에서 그냥 삶의 필수품 같은 옷이었다.

 

1920년대 쯤 원형이 나왔으니까 나온지 100년 쯤 된 옷에 유행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몰라도 그 동안 이 옷은 유행을 하다 사그라들다 뭐 이런 흐름을 거치고 있다. 유행이든 말든 가지고 있으면 써먹을 데가 많은 옷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도 이 옷과 관련해 여러가지 사연이 있다. 어설픈 거 여러 개 보다 제대로 된 한 개가 낫다는 게 좋은 옷에 대한 패션의 오랜 격언인데 이 옷을 중고로만 3벌을 구입해 가지고 있다. 2개는 기본 버전이고 하나는 포레스트. 포레스트는 가을 바람막이 두께에 가깝다. 모두 여기서도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좋아하는 옷이기 때문이다. 워크의 속성과 오랜 사용, 잘 만듦, 좋은 소재, 은근 점잖게 입을 수도 있고 은근 스포티함 등등 많은 걸 가지고 있다. 사실 다 집어치우고 새 거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긴 하지만 그런 귀찮은 일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3개에 하나 더 더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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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단점 이야기를 해보자면 옛날에는 편했을 지 몰라도 요새 기준으로는 역시 무겁다. 그래서 더블 매키노 크루저에 대한 유혹을 몇 번 느꼈음에도 그냥 이쯤에서 만족하고 있다. 세상엔 무거워서 추위를 잊게 만드는 옷이 있는데 더블 매키노는 바로 그런 옷이다.

 

옛날 버전은 사이즈가 숫자 표기였는데 그러다가 S, M, L 표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옛날 버전은 손목 단추가 1개였는데 요새는 2개로 조절이 가능하다. 위 사진의 레드 플래드 크루저는 과도기의 어디 쯤으로 알파벳 표기에 손목 1개 단추 버전이다. 따지고 보면... 아예 옛날 거여서 재밌지도 않고, 아예 요즘 거여서 편하지도 않아 애매하다. 일본 발매판이라 안에 뒤져보면 일본 라벨이 붙어 있다.

 

이런 초어 재킷 형태를 좋아하고, 딴딴한 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하지만 이런 딴딴한 울은 사이즈를 잘 가늠하는 게 좋다. 흐물흐물해져 낡은 점퍼처럼 입기 편해지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뻣뻣함은 먼저 이야기한 르라부어의 프렌치 워크 자켓과 같은 문제점을 만드는 데 손목 시계의 자리가 애매하다.

 

그리고 한국의 겨울이라면 입고 나가기 애매한 날이 꽤 있다. 늦가을, 극초봄 정도에 괜찮은 옷이다. 코트, 데님 재킷, 초어 재킷 등 다용도의 옷들은 점점 입을 수 있는 순간이 짧아지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매키너 크루저를 구입하겠다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은 아니다. 펜실베니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겨울과 우리가 생각하는 겨울은 분명히 다르다. 집 앞 눈 치울 때 입어야지 같은 생각도 할 수는 있는데 그냥 칼하트 덕 액티브 자켓 같은 거 입는 게 훨씬 더 편할 거다. 그리고 안감 없는 울 아우터가 흔히 그러하듯 맨살에는 따갑다. 

 

이런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 가지고 있을 만한 옷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은 뭐 점점 오르고 있는데 필슨 할인할 때 구하면 되지 않을까. 국내 정가는 작년인가부터 51만원인가 그러한데 가방팝 같은 데 보면 30만원 후반대에 찾을 수 있다. 이런 옷(울 자켓)의 중고 구입은 믿을 만한 곳이든가 보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면 차칫 피곤한 일이 생길 수 있어서 무조건 중고 사야지! 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위에서 말했듯 100여년 째 거의 똑같이 생긴 옷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찾아볼라치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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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죽음의원숭이 2021.09.08 22:15

    몇주전부터 시간날때마다
    http를 지워가며 잘보고 있습니다.
    보통 복각쪽 날티나는옷을 좋아하는편인데
    이런종류의 옷들도 매력있구나 싶게되네요
    답글

  • Juneyak 2021.09.10 12:25

    갑자기 접속이 안돼서 무슨일인가 했는데 다행이네요ㅎㅎ 우리나라기후엔 안맞아도 상태 괜찮은 빈티지나 세컨핸드보면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