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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옷열전

르라부어의 프렌치 워크 재킷

by macrostar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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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옷 열전을 이왕 시작한 김에 곧바로 두번째 옷, 르라부어(Le Laboureur)의 프렌치 워크 재킷 이야기다. 이 철자는 외워지지가 않는다... 블랙 컬러에 몰스킨 코튼 제품.

 

미국 워크 재킷과 프렌치 워크 재킷, 데님과 몰스킨 이런 점들이 한참 궁금하던 시기 프렌치 워크재킷을 구입하려고 한동안 뒤적거렸었다. 프렌치 워크 재킷은 일단 브랜드보다 생긴 모습이 더 중요하고, 기본은 파란색이다. 새것보다 낡은 게 인기가 많다는 점에서 옷 중에서도 약간 이상한 지점을 점유하고 있다. 낡은 게 더 인기 많은 장르가 드문데 예를 들어 청바지 같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프렌치 워크 재킷을 찾던 당시 낡은 청바지를 너무 자주 입던 참이라 낡은 파랑 + 낡은 파랑 조합은 그다지 탐탁치가 않았고 또 옷 샀을 때 낡은 옷만 계속 나오는 일에 심적으로 질리고 지쳐있던 상황이라 깨끗한 거 어디없나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베트라의 워크 재킷을 하나 구입했는데 자주 입던 미국 옷과 비교하면 어깨와 몸통이 나란히 좁은 게 사이즈가 익숙해지지가 않았고, 목 부분이나 넓은 커프스 등등 편하게 입고 다니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가지 특징에 손이 잘 안 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워크 재킷을 찾았는데 대부분 높은 가격이 설정되어 있고, 또 아예 오래된 빈티지는 단추의 에스닉한 풍모라든가 둥그렇게 넓은 칼라는 좀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프렌치 워크재킷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편하게 구할 수 있는 건 베트라와 당통 정도인 거 같다. 당통의 경우에는 예쁜 옷을 만들고 그 얇은 포플린 코튼과 나일론을 좋아하지만 프렌치 워크 재킷을 느껴본다는 취지에는 좀 맞지 않는다. 당통도 구형 라벨이 붙어 있는 프랑스산 빈티지가 간혹 보이기는 한다. 몽생미셸의 라벨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본 적이 있지만 딱히 나오는 게 많이 없었고 나오면 금세 팔려버리고. 그러던 와중에 르라부어가 보여 이 옷을 구입하게 되었다. 새 옷을 구할 수 있다면 굳이 중고옷을 살 이유는 없다는 개인적인 기본 원칙에는 약간 맞지 않는데 그래도 예상보다 저렴하길래 사버렸다.

 

예전에는 프렌치 워크 재킷을 수입 판매하는 곳이 좀 있었는데 요새는 바버샵에서 파는 베트라(링크)와 소수의 몇 군데 말고 잘 찾기가 힘들다. 중고, 빈티지라면 예전보다는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거 같다. 낡고 물빠진 프렌치 워크 재킷의 오리지낼러티 등을 고집할 게 아니고 그냥 입고 다닐 거라면 유니클로 U나 GU에서 나오는 프렌치 트윌 워크 재킷 같은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면 100%고 오랫동안 입고 다니다 보면 자기 만의 모습이 나올 거 같다. 몰스킨이 아닌 게 아쉽지만 현대의 몰스킨이라는 게 이미 빈티지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출시되었을 때 매장에서 보고 약간 혹했었는데 르라부어가 없었다면 구입했을 지도.

 

중고 프렌치 워크웨어의 가격은 좀 이상하게 형성되어서 지나치게 비싸거나 지나치게 싼 경우가 많다. 이것은 빈티지!라고 생각하는 매장에서는 비싸게 받고 이것은 그저 물빠진 옛날 옷!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싸게 판다. 알아서 구하면 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게 아니라면 적어도 6, 7만원 정도는 넘어야 괜찮은 걸 찾을 가능성이 생긴다. 블루 컬러의 오래된 몰스킨 버전 만을 찾는다면 마음에 드는 게 눈에 보일 때 가격 상관 말고(지나치게 터무니 없다면 곤란하겠지만) 그냥 사버리는 게 낫다.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아우터, 프렌치 워크재킷, 몰스킨, 빈티지

 

 

두툼한 몰스킨 코튼에 왼쪽 바깥 주머니, 오른쪽 안주머니, 두 개의 아래 주머니. 플라스틱 단추 등등 전형적인 프렌치 워크 재킷이다. 미국에서는 프렌치 워크 재킷을 셔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거나 셔츠라고 부른다고 약간 비웃었지만 막상 입고 보니 손목 단추를 잠그면 상당히 좁아져서 셔츠라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초어 재킷과 튼튼하고 막 입는 작업복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칼라, 어깨선, 손목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더 점잖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리바이스나 필슨도 그렇고 예전 워크웨어 풍 옷을 보면 아우터치고 손목이 너무 좁지 않나 싶은 옷이 많아서 손목 시계 사용에 불편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맨날 사용하는 시계가 지샥이라 유난히 두껍다. 포켓 와치의 시대에 나온 옷이라 그런걸까, 애초에 이건 셔츠인 걸까 등등의 의문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의문을 해소할 날이 있겠지.

 

 

그래서 코로나 유틸리티에서 이옷을 처음 봤을 때(Corona Utility Combat Hiker Shirt) 신박하구나! 역시 나만 불편해 하는 게 아니었어!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손목 돌리고 그러다 보면 이 역시 불편할 거 같다.

 

옷 자체는 흠잡을 데 없이 재미있다. 미국의 데님류 워크 재킷과는 다른 폭신한 즐거움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지 기대도 된다. 안 좋은 점이라면 두꺼운 코튼 아우터라는 건 한국의 날씨에 점점 쓸모 없는 옷이 되어가고 있다는 문제다. 입을 수 있는 날이 정말 며칠 안된다. 안에 두터운 스웨트셔츠나 스웨터, 이너 패딩 같은 걸 입으면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도 입을 수 있겠지만 그냥 라이트 다운 패딩 입으면 몸도 마음도 가볍고 따뜻하고 간단할텐데 이게 뭔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같은 생각을 피하기가 어렵다.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깊고 어두운 블랙 컬러가 아주 좋다. 꺼내서 만져보면 촉감도 너무 좋다. 단지 그것때문이라도 옷걸이에 걸어놓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잦은 세탁으로 겉면이 환골탈태 하기 전까지는 먼지가 달라붙기 쉬운 재질이라 먼지를 잘 털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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