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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엘엘빈의 사모아 클로스 셔츠 이야기

by macrostar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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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옷 놓고 떠들기. LL Bean의 Chamois Cloth Shirts. 이름은 알고 있고 뭐 그런 거겠거니 하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생각나 구입해서 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에 놀랄 때가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옷이 그렇고 네임드일 수록 더욱 그렇긴 하다.

 

최근 그런 옷 중에 하나가 엘엘빈의 사모아 클로스 셔츠다. 파이브 브라더스의 옛날 플란넬 셔츠를 처음 구입해 만졌을 때 나름 충격을 받고(이 두꺼운 건 뭐야!) 플란넬 셔츠에 관심이 많아져서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비슷할 거 같은 샤모아 패브릭으로 만든 셔츠가 굳이 필요할까 하다가 가지고 있는 단색 셔츠가 너무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하나 구입했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르다.

 

 

이런 평범한 셔츠. S Reg 사이즈지만 트래디셔널 핏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몸통이 크고, 그에 비해 팔은 미묘하게 짧고, 암홀은 크고, 애매하게 길고 뭐 그렇다. 입으면 아하, 미국 옷이란...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드럼통 같은 체형을 위한 드럼통 같은 옷이다.

 

가지고 있는 건 엘 살바도르 산으로 현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빈티지라고 하긴 그렇다. 경험치는 늘려주지만 보존 가치는 딱히 없는 정도로 그저 약간 옛날에 나온 현행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요새 나오는 건 S Reg가 7만원이 조금 안된다(링크).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작업복이다.

 

 

 

이것은 미국 제조 시절 샤모아 셔츠.

 

 

 

이것은 더 과거로 가서 필기체 라벨 시절 미국 제조 셔츠. 결이 좀 다르게 느껴지지만 세탁 몇 번 하면 저리 될 운명이다.

 

일단 샤모아(Chamois)는 산양이다. 유럽의 산악 지대에 많이 산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는 샤무아라고 나와있음. 이 산양의 가죽이 샤모아 레더다. 즉 샤모아 패브릭은 코튼으로 샤모아의 느낌을 살린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두더지 가죽을 의미하는 몰스킨과 같은 방식의 작명법이다. 거의 비슷한 용도를 가진 플란넬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대체적으로 더 부드럽고 더 두껍다고 한다. 잔털은 플란넬 쪽이 더 많다. 샤모아의 경우 실의 흔적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마치 펠트 같다. 플란넬보다는 몰스킨과 더 비슷한 느낌이 드는 데 몰스킨 쪽은 약간 더 반짝거리는 분위기가 있다. 셋 다 코튼이지만 꽤나 다르기 때문에 다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샤모아가 오래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위 초록색 셔츠를 보면 짐작할 수 있고

 

 

플란넬은 오래되면 이런 분위기.

 

 

 

몰스킨은 오래되면 이런 분위기가 된다. 

 

 

 

다시 엘엘빈 셔츠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 옷은 일단 무게에 놀랐다. 면 셔츠치고 상당히 무거운데 일단 거기에서 어떻게 생각해도 요즘 옷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상당히 뻣뻣하다. 이건 몇 번 세탁하면 브레이크 인이 될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옛날 사무실 책상 위에 깔려 있을 법한 펠트 천을 둘러 입는 거 같다. 이것이 면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샤모아 셔츠가 처음 나온 건 1927년으로 그때는 레더렛 셔츠(Leatherette Shirt)였고 1931년에 샤모아 클로스 셔츠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의 100년이 되어 간다. 샤모아 클로스를 사용한 셔츠는 엘엘빈 특유는 아니고 울리히 등에도 있다. 오래되긴 했음.

 

 

 

샤모아 셔츠에 대한 참고용 영상. 영어 사운드에 일본어 자막이 들어가 있는데 유튜브 CC 자막을 눌러보면 영어는 나옴.

 

 

 

 

 

각진 플랩 주머니. 조금 더 V의 모습이 떠오르면 웨스턴 같았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다. 웨스턴 셔츠는 너무 오버 페이스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손목에는 넓이 조절을 할 수 있는 두 개의 단추.

 

 

 

위 사진에서도 슬쩍 보이지만 무뚝뚝한 플라스틱 단추. 약간만 반짝거려도 좋을 거 같은데 약간 아쉽다. 그레이 컬러에는 초록색 실을 사용했다.

 

 

 

사이드는 두 줄 스티치가 들어가 있다.

 

 

라벨 부분. 

 

 

 

슈가 케인의 헤비 플란넬 셔츠와 함께. 두께는 거의 비슷한데 촉감은 상당히 다르고 엘엘빈 쪽이 더 무거운 느낌이 있다. 슈가 케인은 15 1/2 사이즈인데 저 셔츠 위에 샤모아 셔츠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면 따위 겹쳐 입어봤자 한국의 겨울엔 별 효용이 없다. 면 셔츠 자체가 별 효용이 없음.

 

결론은 재미있는 옷이다. 괜찮은 걸 발견한다면 미국 제조 버전을 하나 들여놓고 싶다.

 

옛날 광고를 보면 파인 그레이드 7온스 면을 사용했다고 되어 있는데 요즘 제품의 설명을 보면 7.5온스 면을 사용했다고 적혀 있다. 위 영상에도 오리지널보다 두꺼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지만 옛날 것보다 얇아졌고 가치를 잃었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많다. 추억 보정 같은 걸까 실제로 그런 걸까. 필기체 미국 제조 버전이 역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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