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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폴로 셔츠의 역사

by macrostar 201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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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치노 바지의 세계에 이어 건전한 상식 시리즈 2번째. 치노 바지의 세계는 아래 링크에.

 

http://fashionboop.tistory.com/196

 

 

 

폴로라는 이름은 웃긴게 원래 운동 종목 이름인데, 랄프 로렌이 브랜드 만들면서 이름을 폴로라고 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좀 복잡해졌다. 이래서 브랜드 이름을 보통 명사로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덕분에 폴로 매장에서는 물론이고 유니클로에서도, 구찌에 가서도, 아놀드 파마에 가서도 이렇게 생긴 셔츠를 찾으려면 폴로 셔츠라는 이름을 불러야 하게 되었다.

 

 

 

더 재미있는 건 원래 말타고 공 치는 스포츠 폴로에서 쓰는 옷은 이게 아니라 지금은 옥스퍼드 셔츠로 불리는, 두터운 옥스퍼드 천에다가 카라에 버튼이 붙어있어 바람에 안날리도록 한 셔츠였다는 거다.

 

폴로 선수들은 사실 불편하지만 그냥 입었는데 1930년대에 라코스테의 발명품을 괜찮게 여긴 선수들이 그걸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즉 폴로 선수들은 폴로 셔츠를 가져다 입은게 아니라 라코스테가 만든 테니스 셔츠를 가져가 쓴 거고, 그러니까 폴로 셔츠다.

 

 

 

폴로 선수들이 원래 입던 옷은 1896년에 브룩스 브라더스의 John Brooks가 영국에 왔다가 그걸 보고 생산해서 팔기 시작했다. 이건 지금도 오리지널 폴로 셔츠라는 이름으로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팔고 있다.

 

 

이게 원래 폴로 셔츠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Classic All-Cotton Traditional Fit Original Polo Button-Down Oxford Dress Shirts라는 이름으로 3벌에 199불로 팔고 있다(링크).

 

그러므로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1896년에 폴로 셔츠라는 걸 내놨다고 해서 요새 말하는 그 폴로 셔츠의 유래가 브룩스 브라더스인 것도 아니고, 혹시나 생긴 거 안보고 브룩스 브라더스에 폴로 셔츠라는 이름으로만 주문하면 저런 게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폴로 셔츠라는 건 현 상황에서

 

라코스테가 처음 만든 so called 폴로 셔츠.

폴로에서 만든 모든 티셔츠는 어쨋든 폴로(의) 셔츠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 다운 드레스 셔츠.

 

이렇게 세 가지를 말한다.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할 건 물론 첫번째. 그런데 이것도 랄프 로렌의 폴로가 워낙 유명해져서 이렇게 된거지 테니스 셔츠, 골프 셔츠, 카라가 달린 티셔츠 등등 여러가지로 불린다.

 

 

 

그러다가 폴로 셔츠라는 이름으로 굳은 건 1972년에 랄프 로렌이 그의 Polo라는 라인의 대표 상품으로 폴로 선수들이 입는 폴로 셔츠를 넣으면서부터다. 폴로에서 나온 폴로 선수들이 입는 셔츠니 당연히 폴로 셔츠가 되었고, 그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굳이 폴로라는 상표명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위의 몇가지 다른 이름들 외에 소재를 따서 피케 셔츠라고 하기도 한다.

 

 

 

위키피디아에 올려져있는 폴로 셔츠 베이직 패턴. (이건 대체 누가 그린걸까?) 좀 짧아보인다.

 

 

 

어쨋든 이 셔츠의 유래를 살펴보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갈 때 쯤 테니스 선수들은 보통 '테니스 화이트'라고 불리는 버튼 셔츠, 거기다가 플란넬 바지에 넥타이를 맸다.

 

 

당시의 테니스 복장. 1918년 Vanity Fair에서.

 

이게 정말 불편하다고 생각한 그랜드 슬램 7관왕에 빛나는 르네 라코스테는 하얀색에 반소매, 편안한 피케 천에다가 카라와 버튼을 달고 뒤쪽을 약간 더 길게(이걸 Tennis Tail이라고 한다) 만든 셔츠를 디자인했다.

 

그리고 1926년 챔피언십에서부터 직접 입고 경기에 나섰고 1927년에 가슴팎에 악어 엠블렘을 붙인다. 이건 로고 엠블렘을 옷 바깥에 단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1933년 테니스에서 은퇴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위에서 말한대로 원래 폴로 선수들은 버튼 다운 드레스 셔츠를 입었고 그래서 1920년대만 해도 폴로 셔츠라고 하면 그걸 말하는 거였다. 그러다가 폴로 셔츠가 라코스테의 테니스 셔츠 같은 걸 말하는 단어로 변신한 건 1950년 대 정도다.

 

골프나 요트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 카라가 없는 티셔츠가 허용되지 않던 점잖은 클럽들에서 폴로 셔츠라면 오케이 이렇게 되면서 광범위하게 입게 되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맨 티셔츠같은 점잖지 못한 옷이 운동용으로도 허용되지 않던 시기에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버튼 다운 드레스 셔츠를 입었는데, 르네 라코스테가 기가 막히게 그 틈새를 보고 카라를 달아 티셔츠인데 점잖은 곳에서도 입을 수 있게 만들었고 그래서 각종 운동 분야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Valet.com에 여러가지 폴로 셔츠 로고를 모아놓은 게 있길래 올려본다. 마크 제이콥스는 저래 놓으니까 마이클 잭슨이 생각난다.

 

폴로 셔츠 가격은 천차만별이어서 제이크루에서 파는 25불 짜리도 있고, 구찌에서 파는 400불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외출용이라면 뭐든 상관없겠지만(심지어 실크 폴로 셔츠도 나오는데) 만약 운동용으로 쓸 거면 너무 면이 좋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폴로 셔츠는 물론 입어본 적이 있고 요새도 종종 입고 다니지만, 폴로에서 나온 폴로 셔츠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 그게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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