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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빈티지 패션의 매력

by macrostar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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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가 데이즈드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트 패션은 곧 끝날 거고 빈티지 패션의 시대가 올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링크). 그런 김에 빈티지 이야기를 잠깐 해본다.

 

사실 빈티지라는 말의 용어 정의가 애매한 점이 있는데 왜냐하면 세상 모든 과거의 옷, 세상 모든 과거의 패션이 빈티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흔히 빈티지 패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도식적 정의가 있기는 하다. 레트로와는 다르게 이전의 패션을 그대로 가지고 현대화 시켜 패셔너블하게 보이는 모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빈티지 청바지라면 그건 80년대 폴로나 힐피거를 말할 수도 있고, 40년대 리바이스를 말할 수도 있고, 혹은 00년대 알마니나 10년대 레플리카를 말할 수도 있다. 핏으로 나아가면 한없는 세계가 등장하고 그러므로 빈티지란 그저 당장 만들고 있지 않은 걸 뜻할 뿐 세상 모든 패션의 역사를 망라하게 된다.

 

 

새로 나올 게 이제 없으면 과거를 들여다보기 마련인데 90년대, 00년대 내내 하이 패션이 50년대, 60년대, 40년대 이런 식으로 돌아가며 현대화를 시켰고, 이후에는 스트리트 패션의 이름으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워크웨어, 스포츠웨어, 아웃도어웨어의 현대식 버전이나 레트로 제품을 선보여 왔다. 

 

이제 새로 나올 빈티지라는 게 정확히 어떤 모습,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식으로 상업화를 할 지 아직은 모르지만 빈티지는 유행이 되든 말든 관심을 돌려야 할 이유들이 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면

 

- 독자적 패션 세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빈티지 제품들은 상당히 넓은 눈을 열어준다. 어쨌든 이런 다양성의 시대에 중요한 건 각자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깊이와 넓이를 만들어가는 일이고, 그 완성도가 패셔너블함을 판가름해 주기 마련이다. 물론 이건 독단적인 코스프레와 혼동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시크함을 중시하는 현대 패셔너블함의 흐름에 기대어 갈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재미난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 그런 점에서 빈티지는 예전 럭셔리와 예전 일상복의 혼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가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들과 대퍼 댄이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들이다. 

 

 

엊그제 후지와라 히로시와 다카기 칸이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하던 방송과 잡지를을몇 가지 찾아보는데 힙합, 펑크, 럭셔리 등 운동형 서브컬쳐와 음악형 서브컬쳐를 스트리트 라는 무형의 이미지 아래 묶는 방식은 그때도 지금과 비슷하게 존재했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이건 최근의 지속 가능한 패션과도 접점이 있다. 환경은 제도를 바꿔놓을 거고, 그게 사람들의 패션 감각을 바꿔놓게 될 거다. 이건 예전에 기차와 고속버스에 재떨이가 붙어 있는데 지금은 거기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상상도 하기 어려워진 것과 비슷한 효과다. 섬유의 제한, 부자재의 제한, 가격 상승, 재활용에 쉬운 옷의 모습 등이 옷의 모습과 미감도 바꿔놓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이전의 화려한 코팅 박스나 색색의 페트병이 사라져가듯 전자 제품의 마분지 박스, 재활용을 위해 투명 플라스틱에 떼기 쉬운 비닐을 사용하는 페트병 등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는 다들 그렇게 생겼고 그러므로 저 안에서 멋지든, 투박하든, 못생겼든 뭐든 가야 한다. 옷도 이런 식으로 당연한 것들의 모습이 변경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 빈티지라는 변수가 있다. 가죽과 모피 제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세상에는 많은 사용된 가죽과 모피 제품들이 있다. 오리털, 거위털도 마찬가지고 면과 울도 그렇다. 즉 빈티지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날테고 그런 것들은 날이 갈수록 희귀한 모습 혹은 저런 걸 쓰다니 같은 한탄의 모습을 자아내게 된다. 

 

- 그리고 또 하나는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를 지나면서 또한 사람들의 감각이 바뀌었다는 거다. 물론 언젠가 몸을 구속하는 패션이 다시 돌아오겠지만 일단은 최근 몇 십년 간 진행된 릴랙스, 루즈 패션이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또한 성별 다양성, 인종 다양성, 자기 몸 중심주의 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건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몸을 압박하는 페티시, 본디지 패션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있겠지만 메인스트림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진다. 피비 잉글리시의 세컨 스킨이 아닌 라텍스 같은 것들이 암시하는 게 꽤 많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2020년의 패션은 분명하고 명백하게 변화를 할 거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앵커를 박아 놓은 지점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거고 그게 스트리트, 럭셔리, 그리고 뭔가 새로운 걸 쥐고 나타날 디자이너, 새롭게 부상하는 서브컬쳐 등의 모습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 놓을 거다. 빈티지가 메인스트림 하이 패션이 되려면 하이 패션에서 꽤 많은 장치들을 깔아야 할 거 같지만 분명 할 수 있는 역할이 많긴 하다. 어쨌든 뭘 구해 입어도 지속 가능한 패션에 보탬이 되었고 세상에 도움이 된다. 옛날에 쓰던 걸 다시 쓰는 일이 매끈한 새 옷의 세상에서 꽤 큰 자랑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물론 아무 옷이나 그런 역할을 할 순 없겠지. 장벽이란 항상 존재한다. 그게 평범한 이들을 어렵게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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