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5. 16:07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에 여러 번 했었다. 올해만 취소된 건 아니고 앞으로 기약도 없다. 이유는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태도와 방향의 변화를 제 때 이루지 못했고 이에 따른 매출 감소 그리고 쇼의 시청률 감소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써왔던 거의 모든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걸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70~80% 정도의 답일 거다. 물론 위에 말한 이유들은 아주 중요하다. 앞으로 브랜드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런 종류의 태도와 방향이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게 되었고 흥미를 이끌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패션쇼를 매년 개최할 정도의 그릇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에어리(Aerie)가 답이냐, 새비지 펜티 리안나(Savage Fenty + Rihanna)가 답이냐 하면 사실 그런 것도 아니다.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나 비비안이 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애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옷의 이미지는 결국 태도가 결정한다. 브랜드가 어느 맥락 아래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사람들은 어느 맥락 아래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가 결합되기도 하고 긴장을 만들기도 하면서 브랜드의 흥망과 사람들의 취향은 변해간다.

 

 

즉 딱히 란제리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브랜드가 있으니 이 바닥이 다 사라지는 게 낫다라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옳지도 않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는 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좁은 일면을 바라보면서 분야 전체를 매도하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다. 그런 걸 붙일 만한 곳은 독재, 파시스트, 청부 살인 업계, 마약 카르텔 업계, 남성 우월주의자 등등 정도가 아니면 없지 않나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뭐든 원하고 실행할 자유가 있다. 그걸 막는 게 나쁜 일일 뿐이다.

 

사람들의 꿈과 목표는 소중하다. 이룰 길이 있다면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고, 이왕이면 그 바닥이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가는 게 좋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마냥 편한 걸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애매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S나 M의 경향이 남보다 강한 사람도 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할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를 일이고 사실 남이 이해할 필요도 별로 없다.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존재하며 인류가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아래에서 원하는 걸 찾는 사람이 원하는 걸 찾는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일 거다. 또 기원할 만한 게 있다면 부디 성향에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 정도다. 딱히 남들이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 결국 브랜드들이 찾는 건 돌파구와 사람들을 끌어당길 매력이다. 이런 디테일이 만드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이 바닥을 좋아하고 뭔가 갈 만한 길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을 브랜드나 개인들이 원하는 답을 찾아내고 그 위에서 부와 명성, 영향력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냥 모두들 화이팅이다, 방해하는 것들을 함께 분쇄하며 나아갑시다. 힘들고 험한 길일지라도.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폐지는 엔젤 같은 사회적 이상향 설정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인종이나 사이즈 다양성 문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회적 흐름 외에도 패션쇼 자체가 별로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이나 룩북이 훨씬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 요란을 떤다고 매출이 늘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 조금 더 다른 방향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했을까? 글쎄...

 

아무튼 이 산업이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건 확실하고 분명하다. 예전에 영향력있던 잡지였던 플레이보이가 그 영향력을 잃었을 때 종이 매체의 쇠퇴 때문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종이 매체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있었고(물론 잘 나가고 미래도 밝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통계를 보면 포X노허브(혹시 주의 메일을 받을까봐 X를 붙인다) 여전히 방문자가 넘쳐난다.

 

즉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결합해 있고 그런 혼란과 변화의 와중에 어떤 예측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명암이 상당히 갈리게 될 거다. 1980년대에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하이 패션의 구조가 변했고 많은 브랜드들이 사라지고 새로 등장했다. 또다른 변화의 시기인 지금 당분간 그런 흥망성쇄가 거듭될 거다. 예전의 무엇인가가 사라진다고 아쉬울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운 무엇인가가 등장한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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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

    빅토리아 시크릿 류의 속옷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폭력적일 수 있죠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도 구미에 맞는 걸 살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글에선 왜 하필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만 취소가 되고 크게 비판받았는지에 관한 설명이나 응답이 없네요 그게 빅토리아 시크릿을 둘러싼 최근 일련의 일들의 핵심 같은데요 다른 브랜드는 여전히 키 크고 깡마른 모델을 쓰잖아요 그런데 빅토리아 시크릿은 '엔젤'들을 데리고 여타 브랜드와 다른 무엇을 했기 때문에, 다른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에 더 큰 비판을 받은 게 아닌가요? 그에 관한 분석 없이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고,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란제리도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소중하니 자리가 있어야 좋다고 하는 건 다른 브랜드에 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빅토리아 시크릿으로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요? 없을 거란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면 좋았을 거란 말입니다

    2019.11.25 18:01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위에서 말했듯 자기 몸 긍정주의에 입각한 빅토리아 시크릿 류 브랜드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많이 썼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주요 주제로 쓰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http://m.ize.co.kr/view.html?no=2019011322167298593 그리고 여전히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는 건, 어디선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위에 이미 적고 있듯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란제리가 아니라 란제리입니다. 세비지 펜티가 그 비슷한 걸 하고 있듯이요. 그러니까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망했다고 란제리라는 게 망하고 사라지자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도 다른 브랜드들 잘 했으면 좋겠고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멋지고 좋은 거 많이 내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2019.11.25 18:09 신고 [ ADDR : EDIT/ DEL ]
  2.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존재하며 인류가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아래에서 원하는 걸 찾는 사람이 원하는 걸 찾는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일 거다." 이 부분 동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19.12.10 1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