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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5C, 한국전쟁, 마릴린 몬로

by macrostar 2019.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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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5C라는 미군 항공 점퍼가 있다. 50년대 공군 점퍼니까 두껍고 무겁고 그런 거다. B-15시리즈는 1944년에 처음 나왔다는데 처음 나온 건 B-15A다. 예전에 미군 옷들은 부분 수정을 할 때마다 뒤에다 A, B, C...를 붙였다. 나일론 쉘과 리무버블 퍼가 가장 큰 특징이다. 가죽 플라이트 재킷 시절에는 보아 퍼가 붙어 있었는데 그게 조종사가 (새로 개발된) 헬멧을 쓸 때 방해가 되니까 착탈이 되게 한 거다. 이런 과도기적 모델을 거쳐서 아마도 M-65, N-3B와 함께 미군 옷 중 가장 유명한 MA-1이 나오게 되었다. 오늘 이야기를 할 B-15C는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나왔다. 즉 한국 전쟁에서 사용된 특화 모델이다.

 

 

 

뒤적거려 보면 1950년대 발행판 B-15C를 파는 곳들을 찾을 수 있다. 또 거의 모든 밀리터리 복각 브랜드에서도 이걸 내놓고 있다.

 

참고로 이런 종류의 옷은 지퍼가 크라운이니 스코빌이니 이런 것도 있지만 복각이든 도시 사용을 위한 개조품이든 부자재와 충전재를 뭘 썼느냐에서 얼마나 좋은 옷인가가 갈린다. 원래 버전은 나일론 쉘 안에 말하자면 울 덩어리 같은 게 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내놓고 있는 옷들을 보면 그냥 폴리에스테르 류 충전재를 쓴 것도 있고 좀 제대로 만든 곳에서는 울과 코튼을 섞은 충전재를 쓴다. 손목, 허리 립이 울인가도 비슷한 판단 기준이다.

 

한참 인기였던 덱 자켓 같은 것도 비슷한데 안감이 울, 알파카인가 아크릴, 폴리에스테르인가에서 일단 가격대가 확 갈린다. 물론 이런 옷은 관리가 편한 게 좋다고 하면 합성 충전재 쪽으로 가는 게 나을 거 같다. 가격 차이도 상당하다.

 

약간 재미있는 건 B-15C 복각의 경우 버즈 릭슨은 크라운 지퍼, 리얼 맥코이는 50년대 형 탈론 지퍼가 붙어 있다고 한다. 이런 거야 확보한 원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옷은 한국 전쟁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마릴린 몬로가 있다. 마릴린 몬로는 1953년 3편의 영화(Niagara,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How to Marry a Millionaire)가 개봉하면서 본격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1954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디마지오와 결혼을 했고 신혼 여행으로 일본에 갔다. 그 소식을 들은 미군이 (가까이에 있으니까) 위문 공연을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1954년 2월 마릴린 몬로 혼자 한국전 참전 군인 위문 공연차 춘천에 왔다. K-47 에어베이스 인 춘천이라고 하던데 당시 부대 이름이었나 봄. 

 

 

 

왔음. 이때 입은 게 B-15C다. 이게 줄 수 있는 제일 따뜻한 옷이었겠지. 

 

 

물론 B-15C만 입은 건 아니다.

 

 

 

각종 울 군복 상의류들을 입었음. 첫번 째 사진의 울 셔츠를 OG-108이라고들 많이 부르는 데 OG-108은 컬러 이름이다. 올리브 그린-108. 이건 하나의 옷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 1952년 부터 나온 다크 그린 계열 일련의 미군 군복을 말하는데 사실 대표자는 얘가 아니라 OG-107이다. 여기에 1970년대 부터 OG-507이 합쳐진다. 107은 8.5온스 코튼 새틴, 507은 코튼 폴리 혼방. 108은 아마도 울? 어쨌든 이런 식.

 

 

 

 

B-15C도 한 가지만 입은 게 아니다. 얇게 입고 있어서 병사가 입던 걸 벗어서 입혀줬다 등등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B-15C를 입은 마릴린 몬로가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올리브 색 바지 피규어도 있고

 

 

 

갈색 바지 피규어도 있고.

 

 

 

마릴린 몬로 버전 복각 B-15C도 있다. 위 사진 중 모스키토 부대 마크가 붙어 있는 버전이다. 뒷면의 각종 부대 마크는 당시 위문 공연 구경온 부대들이라는 거 같다. 위 제품은 토이스 맥코이 버전인데 충전재 나일론임.

 

 

 

그렇지만 안에 이런 것도 붙어 있다. 지퍼를 열 때마다 난 뭐 이런 걸 샀지 생각할 거 같은데...

 

 

저 모기 마크는 6147th 택티컬 컨트롤 그룹의 패치다. 대전에서 창설되어 전쟁 중 대구, 서울, 평양 등등으로 기지를 옮기다가 1952년 4월부터 춘천에 주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대는 1953년 7월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휴전 후 평화유지군 활동으로 개편된 거 같은데 1954년에 온 마릴린 몬로가 입고 있다. 뭐 누군가 가지고 있었겠지.

 

 

 

이 부대는 이런 비행기를 탔다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추워보이는 게 B-15C 같은 건 몇 겹을 입어야 될 거 같다...

 

 

 

이 부대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니 2015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남을 가졌고 코리안 앰배세더 포 피스 메달을 받았다고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뒤에 모스키토 부대 마크가 보인다.

 

 

 

아무튼 마릴린 몬로는 춘천에 와서 공연을 했다. 1954년 2월의 춘천 산간 지역이라니 정말 말도 못하게 추웠을 거 같은데 게다가 저렇게 확 트인 야외 무대에서 슬립 드레스 같은 것만 노래를 부르시는 피.알.오.

 

 

 

 

이런 건 영상으로도 한 번은 보는게 좋을 거 같다.

 

 

 

밀리터리 복각 옷들은 역시 리얼 맥코이가 어떻게 만들었나 확인해 보게 된다. 일단은 제일 비싼 복각 브랜드 중 하나니까 기준점이 된다. 목 라인을 따라 보이는 하얀색 실이 인상적이군. 

 

 

 

근데 마릴린 몬로가 입은 버전을 보면 팔목의 시가렛 포켓 지퍼 손잡이가 생각보다 짧막한 거 같다. 결론은 B-15C란 이런 옷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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