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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Bespoke 시장에 진출한 LOEWE

by macrostar 201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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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가 made-to-measure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저번 주에 파리에서 made-to-measure 옷과 가방으로 첫번째 컬렉션을 가졌다. 역시 이걸 이끌고 가는 건 멀버리의 Creative Director였다가 로에베로 옮겨온 영국 출신의 Stuart Vevers.

 

로에베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 비해 조금 늦었다 싶은 감도 사실 있다. 어쨋든 made-to-measure, bespoke 시장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생각나는 건 일단 두가지다.

 

 

하나는 패션 하우스와 비 하우스 간의 가격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구매자들의 간격도 점점 더 벌어진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스피디 30이 100만원을 넘겼다는 뉴스를 봤는데(참 열심히도 오른다) 그런 거에 댈 게 아니다.

 

패션 하우스들의 매출 동향을 보면 알겠지만 기존 유럽 구매자(귀족도 있고, 원래 부자도 있고)의 이쪽 계통에 대한 구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대신 이걸 훨씬 뛰어 넘는 수준으로 중국과 중동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 이른바 초거대 갑부들이 잔뜩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마음에 드는 걸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야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절차도 번거롭다. 상담도 해야하고, 고색 창연한 취향도 드러내야 하고, 초조하지 않은 기다림도 동반되어야 한다. 어설프게 유행을 쫓다간 가방을 받았을 땐 전혀 들고 싶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알 사람들이나 알지 딱히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괜히 구색맞춘다고 무리하면서 구입할 매력은 떨어진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팔릴 걸 기대하며 제작하는 물건도 아니다. 사실 이런게 있는 지도 모르고 - '맞춤 가방'하면 초고가 아니면 남대문이나 동대문 분위기의 저렴 두가지 인상을 동시에 준다 -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로로피아나의 베이비 캐시미어 이야기를 한 적 있다.

 

http://fashionboop.tistory.com/11

 

럭셔리 패션 하우스라는 건 어떤 면에서 오타쿠 질이다. 만드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큰 의미를 가진다. 소재를 아끼지 않고, 어떤 작은 차이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어프로치는 또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저자본으로 만들어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서 누구는 줄거리를 보고, 누구는 그 음침하고 절망적인 분위기에 빠지고, 누구는 수도 없는 배경 돌려 막기로 미래 도시를 얼마나 싸게 구현할 수 있었는가에 감탄한다.

 

스위스의 시계 장인이 흔들림을 막기 위해 부품을 입에 물고 조립하는 걸 보면서 누구는 감탄하고, 누구는 역시 저 가격의 가치가 있군이라 생각하고, 누구는 저게 뭐하는 짓이야 지샥이나 차고 다니지, 시간도 잘 맞고 방수도 되고, 가격도 훨씬 싼데라고 생각한다.

 

저걸 왜 사냐에 대한 장본인들의 대답은 사실 너무 길고 구차해 진다. 결국은 꽤 재미있다 정도로 수렴된다고 하겠다.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그런 행동들에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의미가 만들어진다. 오다이바의 건담은 그냥 구경하는 거지만 그래도 시간도 알려주잖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있다. 언제라도 그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황홀하고 아름다운 옷에 집중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옷에 집중한다. 그리고 어떤 디자이너들은(주로 장인 계열) 꿈에서나 그리던 소재를 찾아 세상 구석을 떠돌고, 꿈에서나 그리던 완벽한 가방을 만들기 위해 엄한 뻘짓을 밤새도록 하고 있다.

 

세상은 결국 뭔가 아끼지 않는 잉여들 덕분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서 쓸모 있는 것들이 세상에 조금씩 퍼지고 그 덕을 보기도 하고, 그 해를 입기도 한다. 뭐 결국은 이런 식으로 찌그덕거리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닐지.


* 맨 위의 +1은 처음으로 넣어봤습니다. 그런데 위치를 어떻게 바꾸는 건지 몰라서 그만 저기에 저렇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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