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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포대 드레스

by macrostar 2019.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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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밀가루 포대를 싸구려 코튼 같은 걸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 이민자들이 그걸 가지고 바지를 만들어 입는 걸 보고 미국인들도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적혀 있긴 하는데 1900년대 초반이라면 다들 가난하고, 옷은 만들어 입는 거고, 하나 있으면 계속 고쳐 입던 시절이었다. 코튼이 있는데 내버려 뒀을 거 같진 않다.

 

대충 이런 분위기.

 

1925년 깅엄 걸 플라우어라는 회사에서 꽤 좋은 드레스 퀄리티의 코튼으로 만든 포대 자루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포대 자루로 옷을 만들어 입으라는 마케팅이다. 그리고 다른 회사들도 잔 무늬, 물에 녹는 밀가루 표시 잉크 등을 사용해 비슷하게 다용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팔았다. 이 포대 자루 옷은 30년대 대공황 시절, 2차 대전 때 물자 제한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런 걸 플라우어 색 클로스, 피드 색 클로스 등으로 부른다.

 

 

물론 방향과 목적이 다르지만 최근 들어 포장지 재활용은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생각 자체는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예전에는 제일 싸서 그걸로 만들어 입었고, 지금은 비싸도 환경이나 트렌드 등 여러가지를 감안하며 비용을 지불한다.

 

몇 년 전에 돌체 앤 가바나도 이 비슷한 풍의 드레스를 내놓은 적이 있다. 찾아보니까 2013년이네. 이건 코튼은 아니고 헴프나 뭐 그런 거겠지. 아무튼 포대 자루다. 

 

문득 생각나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커피 재킷이라는 회사를 봤기 때문(링크). 제공 언어가 영어와 독일어인걸 봐서 독일 회사인가 했는데 홈페이지를 보니 독일의 쳄니츠라는 곳에 있다. 텍스타일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지금도 250여개의 공장에서 14000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옷들을 내놓고 있다. 페어 트레이드, 이퀄리티, 지속 가능성 등을 테마로 내놓고 있는 회사다. 그래도 옷은 일상복으로 쓰기엔 좀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싶긴 한데 그런 거 알게 뭐냐, 다들 알아서 자기 목적과 취향에 따라 입는 거지. 

 

친환경, 지속 가능성 등의 테마가 현시점에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패스트 패션과 하이 패션 사이의 중간 가격대에서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패스트 패션 옷보다는 좋고, 하이 패션 옷보다는 싸다 같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 대신에 트렌드를 초월해 있을 수 있고, 패셔너블 외의 다른 명확한 목표를 추구하거나 살짝 숨겨 놓을 수도 있다. 에버레인이나 파타고니아 같은 곳이 좋은 예다. 아무튼 다들 이렇게 여러가지 길을 시도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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