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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MHL + 포터, B 지루시 브리프케이스 이야기

by macrostar 2019.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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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빔스 홈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마가렛 호웰 + 포터 시리즈 브리프 케이스가 올해 다시 나왔다는 소식의 포스트(링크)가 있었다. B 지루시는 저 두 콜라보에 빔스 별매가 붙어 나온 버전의 이름이다. 마침 이 가방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김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한 번. 제품 링크는 여기(링크).

 

최근 추워지면 등도 따뜻하라고 백팩(그리고 옷이 크니까 자꾸 흘러내려서 앞에 가슴 부위에 고정시키는 클립도 있는 걸로), 따뜻해지면 크로스 백을 사용하려고 습관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 계절 전환기지만 아직 백팩을 사용 중이다. 

 

이렇게 생겼다. MHL + 포터 콜라보 시리지는 아래에 폴리 어쩌구 비닐을 대 놓은 것들이 많다. 겉에 상표 라벨 같은 건 없고 안에만 있다. 본체는 폴리 65%, 면 35% 혼방인데 반짝거리는 느낌은 거의 없고 얇은 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가벼운 발수 정도. 가로 사이즈가 40cm 정도로 상당히 큰데 크롬북 11.6인치 짜리 정도는 케이스랑 같이 넣어도 주변이 남는다. 온갖 살림을 다 집어 넣을 수 있지만 그렇게 넣으면 물론 무겁다. 이걸 크로스 백의 딜레마라고 부른다(내가).

 

이 가방은 콜라보를 시작한 이후(2009인가 2011인가 뭐 그때 쯤) 몇 해 거르다 또 나오고 이런 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겉은 똑같고 내부 천만 색이 바뀌고 있다. 올해 버전은 살짝 진한 올리브 컬러. 예전엔 하얀 것도 있고 까만 것도 있었다. 혹시 올해 매장에서 봤는데 내부가 저 색이 아니라면 재고가 아닐까 살짝 의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내부까지 까만 건 블랙 마니아가 아니라면 좀 심심해 보이긴 한다.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사진. 안에 뭘 잔뜩 넣어서 빵빵하게 해 놨다. 비닐이나 넣었겠지... 실 사용 시점에서 저 가방이 저렇게 빵빵할 정도로 뭔가 넣고 다닌다면 결코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해가 지기도 전에 지쳐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질 뿐이다. 

 

아무튼 마가렛 호웰, 포터 모두 진중하고 튼튼하고 낡으면 낡은데로 좋은 옷과 가방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회사다. 그러므로 둘이 합쳐지면 궁극의 진중함과 튼튼함을 기대하게 되는데 사실 이 시리즈 가방들이 전반적으로 어딘가 문제가 있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고 "모양은 일단 잡아 놨지만 삐툴어지게 사용하는 자연스러움" 같은 걸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애초에 이상한 모양을 잡고 있고 자연스러운 사용에 의해 더 이상해져 보통 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실루엣이 나온다. 그리고 이 가방 특유의 문제점들도 있는데 사실 브리프케이스라는 가방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일단 앞에 커다란 두 개의 주머니가 있고 지퍼가 달려 있다. 이 지퍼는 한 개, 원 웨이. 저 지퍼는 매우 자주 사용하는 자리고 내부에 볼펜 꽃이, 스마트폰 꽃이, 별도의 지퍼가 달려 있는 지갑 자리 등이 있다. 위 포스트에서 보면 아이패드 미니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자리라고 하는데 그만큼 큼지막 하고 자주 사용하는 온갖 잡동사니를 넣게 된다.

 

그렇지만 만약 어깨에 크로스로 메고 있을 때 저 지퍼를 잡아 당긴다고 하면 과연 지퍼가 잘 밀리도록 고정시켜줄 지지대는 어디일까. 천도 빳빳하고 두꺼운 편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딘가를 잡아야 하는데 양쪽 사이드 밖에 없다. 그러면 계속 눌리고 저 부분이 집중적으로 닳게 된다. 게다가 저 가방 겉감은 매우 근사하지만 마찰에 약하다. 그런 결과 양쪽 끝 부분이 살짝 하얗게 올라오고 있음. 저건 지퍼를 두 개 붙여서 양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든지 한쪽 끝에 고정 손잡이라도 붙어 있어야 한다. 수명이 배로 늘어날 것.

 

그리고 포터 콜라보 제품에 자주 쓰는 저 빈티지 느낌의 지퍼 손잡이는 좀 조악하다. 크기와 생긴 모습에 비해 생각보다 가볍고 얇아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든다. 사실 원래 포터에 붙어 있는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심플한 YKK를 더 좋아한다.

 

덩치가 큰데 아래 우레탄 부분과 위 겉감 부분의 접히는 강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데에 주름이 계속 잡힌다. 사진은 생략하지만 아마존 몰에서 파는 것도 새건데 이미 저 부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해 있다. 이 가방을 구입한 초반에는 저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안에 뭘 넣어 보기도 하고 눈에 띌 때마다 펴보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했었다. 지금은 그냥 그려려니 하고 있다. 대처 불가능.

 

크로스로 사용하든 손잡이로 들든 노란 화살표 부분의 곡선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즉 브리프케이스에서 기대하는 네모 반듯한 모습의 연출은 어렵다. 크로스로 멜 경우 몸을 따라 ) 곡선을 만들게 된다. 뭐 생긴 건 신경쓰지 않으면 괜찮은데 수명을 단축시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게 문제다. 모양에 집착한다면 이런 류의 브리프케이스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렇지만 노트북이 들어가는 두꺼운 캔버스나 가죽 브리프케이스는 대신 "이게 정말 쓸 수 있는 건가? 이걸 만든 사람은 이걸 정말 들고 다닐까?" 등등의 여러 의구심과 싸워야 한다. 

 

아래 우레탄은 이런 식으로 낡는다. 낡음을 권장하는 브랜드지만 곱게 낡는 모습을 콘트롤 하는 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게 포터인 거 같다. 에나멜 같은 걸 칠해볼까 잠깐 고민했었는데 가방이란 건 원래 이런 것, 언제까지나 반짝거릴 순 없지라는 생각에 관뒀다. 아무튼 앞에 스티치로 박혀 있는 사각 포터 라벨을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글자가 빠지면서 지워지는 라벨이라니...

 

 

내부가 밝은 브라운 천 시절의 제품인데 커피가 새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올해 올리브 버전이 좋아보인다. 총평을 해보자면 모양의 유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편하게 쓸 수 있는 가방이다. 게다가 저 겉감의 까만 천은 다른 데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중한 색을 자랑한다. 자연스러운 반사광과 촉감도 아주 좋다.

 

 

포터 홈페이지를 뒤적거려보니까 이런 것도 판다. 가방 관리 키트. 브러시는 창업 300년 된 무슨 브러시 회사에서 나온 거라고 한다. 가죽 오일은 식물성. 발수 스프레이, 면 클리너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죽 가방용이다. 이런 건 한국 매장에서도 팔겠지? 아직 안 가봤음 ㅜㅜ

 

 

MHL + 포터에서 요새 관심이 좀 가고 있는 건 이 투웨이 백팩. 숄더로 들고 다니고 백팩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나온 건 왁시드 버전이다. 왁시드 버전 백팩이라니 그건 왁시드 바지만큼이나 좀 곤란하다. 어쨌든 지금 가지고 있는 백팩의 수명이 다하면 이걸 구입하고 싶은데 지금 있는 것들 수명이 20년 정도는 남아 있을 거 같다. MHL도, 포터도, 나도, 저 가방도 부디 그때까지 잘 버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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