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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치노 바지 비교, 버즈 릭슨과 유니클로

by macrostar 201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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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놓고 떠들기는 비교 대상을 놓고 떠드는 게 괜찮을 거 같다. 앞으로는 비교 체험을 자주 올려 보기로... 원래 계획은 일본에서 빔스의 슬림핏 치노 팬츠가 일년에 2만벌인가 1만벌인가 팔린다길래 그것도 입어 보면서 3종 비교를 해보자! 라는 거였는데 베이지 컬러의 치노를 막상 두 개 가지고 있어 보니까 더 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 만으로도 어딘가 지긋지긋한데 세 개면... 이곳에 리뷰용으로만 써먹으려고 베이지 치노를 또 들이기엔 지출이 너무 크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 입은 지 한참 지났으니 비교 체험. 유니클로 치노 이야기는 예전에 잠깐 한 적이 있으니 그것도 참고(링크).

 

치노 바지도 밀리터리가 고향이지만 전역한 지 너무 오래되서 군대 물은 다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슬림핏한 버전도 나오고 스키니도 볼 수 있다. 또 편안한 이지웨어부터 블레이저나 테일러드 재킷과 함께 정장 정도는 아닌 단정한 차림으로도 활용된다. 

 

왼쪽이 유니클로의 노턱 빈티지 치노. 오른쪽이 버즈 릭슨의 오리지널 치노. 여기서 오리지널은 치노의 오리지널이 아니라 버즈 릭슨의 오리지널이라는 뜻이다. 즉 버즈 릭슨이 고유로 개발해 낸 치노. 빈티지 복각 라인으로 1942 모델과 1945모델이 있는데 지퍼 플라이 / 버튼 플라이, 바지 사이드 처리 방식, 무엇보다 바지 폭이 다르다.

 

참고 사진. 오리지널 치노는 맨 왼쪽으로 바지 폭이 가장 좁은 타입이다. 즉 도시 사용용 개량 버전. 좁아 봤자 복각 모델에 비해 좁은 건데 뭐랄까.. 와이드라는 느낌이 나기 직전의 폭이다. 요새 바지 기준으로 보자면 레귤러 핏보다는 넓은 인상을 준다. 1942는 거의 한복 느낌. 

 

아무튼 다시 위로 돌아가면 유니클로는 브라운 컬러. 유니클로 치노는 색이 여러가지가 나온다. 버즈 릭슨은 베이지 컬러. 베이지와 카키였나 올리브였나 두 가지 정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둘 다 브라운 톤이지만 버즈 릭슨 쪽이 살짝 반짝거리고 자연광 아래에 있으면 복숭아 빛? 핑크 톤? 뭐 이런 느낌이 살짝 난다. 두께 차이가 약간 있는데 만져봐서는 티가 그렇게 나진 않고 입고 다니다 보면 버즈 릭슨 쪽이 더 두껍구나 알 수 있다. 사이즈는 버즈 릭슨이 한 사이즈 크다. 세탁하면 살짝 줄어든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지금 보면 둘이 허리 실측 사이즈는 거의 비슷하다. 

 

가격은 유니클로 정가가 29900, 버즈 릭슨이 요새 11000엔 정도인 거 같은데 라쿠텐 찾아보면 8900엔 짜리도 있다. 아무튼 직구해도 관세 범위 이내다. 셔츠도 보통 이 정도 가격. 하도 오랫동안 나오고 있는 옷이라 일본 가면 재고를 2, 3천엔 정도에 파는 경우도 볼 수 있다는 데 여기서는 그렇게는 힘들고. 버즈 릭슨이 원래 그렇지만 말하자면 본격 아메카지 입문 정도 레벨의 가격대다. 오슬로우의 치노가 18000엔 정도, 리얼 맥코이의 치노가 25000엔 정도니까 비교해 볼 수 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단추는 재봤더니 버즈 릭슨이 13mm, 유니클로가 17mm 정도 된다(혼자 실측한 거라 정확하진 않음). 버즈 릭슨 단추는 정말 작은데 원래 저렇다고 하니까 할 말은 없음. 버즈 릭슨 단추 쪽이 훨씬 품질이 좋아보이고 유니클로 단추는 둔탁해 보이긴 하지만 사용상 딱히 문제는 없다.

 

 

지퍼는 유니클로는 YKK, 버즈 릭슨은 탈론. 둘다 사용할 때 느낌은 거의 비슷하게 탄탄하게 좋은 지퍼다. 유니클로 쪽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까맣게 되고 버즈 릭슨 쪽은 구리 녹이 들면서 파랗게 반짝거린다.

 

 

바지 폭은 1cm 조금 넘게 차이난다. 유니클로 치노 바지 폭도 굉장히 엄선된 결과 같이 느껴지고 버즈 릭슨의 오리지널 치노 역시 복각 계열의 느낌을 살리면서 엄선된 결과처럼 느껴진다. 둘 다 무리함이 없는 좋은 결과다. 밑단 스티치의 경우 치노 바지는 맨 아래에서 4cm에 스티치가 있는 게 표준이라고들 한다. 버즈 릭슨은 거기에 맞춰져 있는데 거기에 맞춰 접는 정도로 입는다. 유니클로는 상봉점에서 무료 수선을 받았는데 매번 2cm 정도에 스티치가 보이게 수선해 준다. 바지 폭을 생각하면 적당한 선이다.

 

바지 사이드 처리를 보면 둘 다 이선 바느질이 되어 있다. 감아치기라고 하던가... 한쪽을 접어서 밀어 넣고 만든 것. 바지 사이드 처리는 위 방법 외에 바깥에서는 바느질 선이 안 보이게 처리하는 식이 있다. 보통 청바지 특히 셀비지 쪽이 그렇게 처리되어 있다. 청바지 쪽에서도 505의 몇 가지 버전이나 페인터 팬츠 같은 건 저렇게 되어 있다. 워크 웨어 계열은 삼선으로 꿰매놓은 것도 있다. 버즈 릭슨의 경우 모델에 따라 저 처리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안쪽을 보면 체인 스티치.

 

 

주머니 천 박음질은 유니클로는 흰색 실, 버즈 릭슨은 바지 전체에 사용된 것과 같은 실을 사용했다. 튼튼한 트윌 코튼의 주머니 천도 그렇고 양쪽 다 나무랄 데는 없다.

 

 

사이드 주머니가 붙어 있는 곳의 처리는 눈에 띄게 다른 점들이 있다. 노란 화살표, 주황 화살표 참고. 버즈 릭슨 쪽이 확실히 옛날 분위기가 나고 유니클로는 대신 깔끔하다.

 

 

뒷 주머니 파이핑 부분을 찍으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잘못 찍었네... 맨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둘 다 같은 방식이다. 버즈 릭슨 쪽이 더 가늘고 탄탄하지만 유니클로 쪽도 나름 잘 마무리해 놨다. 사실 플랩에 단추 달린 걸 더 좋아하는데 위 방식이 더 깔끔해 보이긴 한다. 벨트 루프는 버즈 릭슨 쪽이 더 가늘다. 갯수는 둘 다 7개로 같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둘이 분명 차이는 있는데 가격 차이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도다. 둘 다 있으면 비교 체험이 가능하니 좋고 대신 같은 색은 사지 말 것을 추천한다. 베이지도 카키도 하나만 있으면 충분함. 폭의 차이 정도로 같은 색 두 개를 가질 이유는 아주 디테일한 아메카지 룩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라쿠텐의 모 쇼핑몰에서 가져온 건데 베이지 치노 비교. 캣츠 포는 버즈 릭슨과 같은 토요의 조금 염가 브랜드. 버거스 플러스는 히노야에서 내놓은 자체 브랜드.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유니클로 : 마무리가 튼튼한 편인데 천이 기본적으로 얇은 편이다. 대신 그래서 여름에도 좋음. 어딘가 평균적인 모습이라 큰 특징은 없다. 

 

버즈 릭슨 : 기본적으로 천이 두텁고 튼튼한 느낌이다. 여름에도 입을 순 있는데 열기를 모으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유니클로 보다 통이 더 넓기 때문에 바람은 잘 통한다. 이상한 데서 뜻하지 않은 실이 종종 튀어나온다. 옷이 나이를 먹은 탓인가 싶은데 뭔지는 잘 모르겠음... 어느날 혼자 분해가 된다든가 하면 이곳에 올려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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