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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언더커버의 2019 FW

by macrostar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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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패셔너블하다고 여겨지는 옷을 입는 걸로 멋지다는 자의식을 얻거나, 주변의 칭찬 같은 걸 구하거나,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모습을 발굴하거나, 그저 웃기거나 재미있거나, 폼을 잡아보거나 등등이 있을 거다. 목표에 따라 다르고 굳이 목표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매일 옷을 입고 있으므로 삶을 운영하는 태도나 방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다.


꼭 입는 게 아니더라도 보는 것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생각 못해봤던 옷이나 조합을 보면 상상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 더 다양한 재료들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그저 웃기거나 재미있거나, 폼 잡는 걸 보면서 감상이 남을 수도 있다. 모든 것에 촉각을 기울이며 사는 건 너무 피곤하지만 슬쩍 지나치다가 눈에 들어오는 걸 잠깐이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역시, 사실 우연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삶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언더커버는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영화를 기반으로 컬렉션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스피레이션의 출처를 명확히 하는 건 장단점이 있겠지만 뭐 생각나는 게 별로 없거나 당장 그게 재밌어 보이거나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고 보는 입장에서 그렇게 크게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샤이닝, 시계 태엽 오렌지 식으로 좀 뻔하게 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약간 있다. 


사실 영화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심지어 해석의 문제라고 해도, 그렇게 상관이 있을까 싶긴 하다. 예를 들어 전혀 상관없이 컬렉션을 만들어 놓고 어떤 출처가 있다고 우길 수도 있다. 그런 불균형도 흥미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얼마 전 아디다스의 왕좌의 게임 컬렉션을 보고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정말 관련이 있긴 한건가) 아무튼 옷이라는 게 퀴즈를 푸는 영역은 아니다. 


물론 아주 잘 기획된 컬렉션이라면 보는 사람들이 퀴즈를 풀고 싶어져서 덤벼들 수도 있다. 에반겔리온이나 뮤비 해석 같은 걸 보면 퀴즈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퀴즈를 풀 생각을 하도록 하느냐는 게 중요하다. 쏘우 같은 건 안의 퀴즈나 장치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데 끝에 막 설명도 해주잖아. 그 지경이 되면 좀 웃기긴 하다. 요새 뮤비 티저를 보면 그런 장치를 많이 숨겨 놓는데 어떤 퀴즈가 풀고 싶어지는지 생각해 보고 있다.



언더커버의 2019 FW의 모티브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라고 한다. 1977년에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원작이 있긴 하지만 이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버전 쪽이다. 다코타 존슨이나 틸다 스윈튼 같은 분이 나온다.



서스페리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도 패션 쪽과 링크가 좀 있어서 발렌티노의 피어파올로 피치올리와도 콜라보로 뭔가 만들고 있다고 한다(줄리앙 무어와 카일 맥라클란이 나온다). 


이번 컬렉션은 잘못된 만남 같은 게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며 계속 이어지는 게 꽤 재미있다. 이전에 샤이닝을 대상으로 했을 때 두 명씩 세트로 주르륵 나왔는데 이번에는 예컨대 다른 몇 가지 것들이 한 데 합쳐져 있다. 이런 조합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룩이 만들어 내는 실루엣이다. 컨셉트가 상당히 강한 데 비해 또 옷 하나하나도 다 잘 살아있다. 재미있는 컬렉션이라고 생각한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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