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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구찌, 프라다, 돌체 앤 가바나 등등이 불러일으킨 문제들

by macrostar 2019.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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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페이스 마스크 문제가 불거졌던 구찌가 사과하고 제품을 내렸다. 요새 이런 일이 상당히 반복되고 있는데 프라다(링크)가 그랬고 돌체 앤 가바나는 중국에서 꽤 큰 문제가 생겼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현재 침몰 모드(링크)다. 


뭐 다들 알겠지만 "요새"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고 있었는데 파는 사람들이나 사는 사람들이나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옷은 멋지니까 라는 식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슈화가 보다 쉽게 이뤄지고 있고 이 옷을 만드는 사람이 뭘 하고 있던 사람인가에 관심이 커지면서 더 이상 간단히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패션에서 태도의 측면이 더욱 부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니클로도 루이 비통도 내놓고 있는 하얀색 코튼 티셔츠 같은 제품에 더 멋진 게 있을까? 무엇 때문에 더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가. 뭐 이런 문제다.



아무튼 패션 회사들이 의도적으로 모욕을 하려고 이런 걸 만든 건 아니다라고 가정해 놓고 시작하면 몇 가지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1) 보통 이런 문제는 인종(미국 내 흑인 이슈가 가장 많았지만 돌체 앤 가바나 이후 아시안, 중국이 약간 떠올랐다), 여성, LGBT 등 이슈에서 등장한다. 위 브랜드는 이 셋의 문제였으므로 일단 한정한다. 브랜드를 늘리면 문제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문제는 사실 한 번에 묶어 다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슈를 대하는 태도와 테크닉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2) 제작진 측에 인종, 여성, LGBT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3) 혹은 인종, 여성, LGBT의 다양성은 결정적인 문제가 없는데 그들도 잘 모를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없는 건 아니다.


4) 또는 인종, 여성, LGBT의 다양성에 결정적인 문제는 없는데 발언권이 약해 결정권자에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브랜드의 상층부를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3), 4)는 돌체 앤 가바나의 중국 모델 이슈에서 복잡하게 드러났다. 4)일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3)일 가능성에 대해 중국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간단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무려 돌체 앤 가바나의 광고 모델이다. 모델에게는 수입은 물론이고 경력 면에서 아마도 굉장히 큰 기회일 거다. 촬영 내용을 듣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걸 거쳐야 더 네임드 모델이 되어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는 생각하는 거 자체가 현재 일과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며 일이 들어왔으니 하라는 대로 하자는 마인드일 수도 있다. 그리고 3)일 수도 있다. 


이건 어쨌든 모를 일이고 본심이 뭔지 이런 건 사실 중요하진 않다. 이 문제는 결론적으로 4)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추가로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브랜드가 흑인 디자이너를 더 채용할 때까지 프라다, 구찌 불매를 선언했다(링크).


5) 모니터링이 부족했다. 다른 문화를 굳이 다룰 생각이라면 아무래도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4)와 마찬가지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결정권자들에게 들리지 않았거나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스테파노 가바나의 경우를 보면 옆에서 누가 말했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건 사실 공개 사과를 한 지금 봐도 마찬가지다.


6) 그렇다면 제작진의 다양성을 높이는 걸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가깝게 근접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완전히 해결되진 않는다. 글로벌한 다양성 이슈는 당연히 세력과 목소리의 크기에 좌우된다. 인종, 여성, LGBT 문제는 현재 가장 크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거나 혹은 이런 문제를 그냥 넘겨버리고 다음 이슈가 등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예컨대 네팔의 금기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을까. 칠레는 어떨까. 러시아 에스키모의 금기 사항이나 아프리카 어떤 부족의 금기 사항은 어떨까. 그런 문제도 인종 다양성 문제에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모든 걸 다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게 가능한 일일까? 만약에 그럴 필요가 있다면 제작진의 다양성, 모니터링의 다양성은 어떤 식으로 확보되어야 할까. 세계 인종의 분포에 따라서? 아니면 브랜드 매출 분포에 따라서? 


다른 문제들도 있다. 플러스 사이즈는 어떨까. 성 다양성은 캣워크나 광고 캠페인에서 어느 만큼 커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흑인의 아시안 놀림은? 한국은 어떨까. 어떻게 하고 있는가. 다른 인종, 다른 문화와 서로 놀리고 조롱하고 모욕하고 있기 때문에 셈셈 ㅇㅋ인 상황인가. 스파이크 리 감독은 그렇다면 발망을 입을까? 알렉산더 왕은 어떨까.


7) 물론 현지에 들어가서 장사를 한다면 큰 고려 사항이 될 수 밖에 없다. 프라다는 뉴욕 매장에서, 구찌는 미국에서 한창 인기니까, 돌체 앤 가바나는 상하이 패션쇼 이벤트를 앞두고 문제가 되었다. 


8) 빅토리아 시크릿 중역의 발언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판타지를 주는 브랜드라고 했고 거기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나 트랜스젠더 모델은 없다고 했었다. 이 경영인은 해고 되었고 이 이후의 다른 태도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 


위 상황에 대해 돌아보자면 그런 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KKK 집회 같은 데서 팔면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팔지도 않는다 하고 사지도 않을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해 생각할 시간에 KKK 같은 반 인권 혐오 세력을 물리칠 생각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9) 사실 최초의 가정을 좀 의심해 볼 수 밖에 없는 게 1)로 돌아가 보면 블랙 페이스 폴라 스웨터나 프라다의 열쇠 고리는 너무 빤해서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해도 몰랐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맞지 않나 싶긴 하다. 특히 프라다에서 문제가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구찌는 뉴스도 안 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새 구찌 사회 뉴스 열심히 보고 있는 거 같더만!


물론 굳이 저렇게 대놓고 논란을 불러 일으킬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해야 뭔가 직성이 풀릴 부분이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답이 없기 때문에 (약간 할 수 없이) 몰랐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이다.


10) 예를 들어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괜히 복잡해 보이는 상징 같은 걸 쓰지 않으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니폼, 유니클로와 지오다노, 갭의 베이직 라인 같은 것만 입으면 된다. 뭐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 데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위험을 완벽히 피하기 위해 공익광고 건전 미디어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들판 위에서 톰슨 가젤이 뛰어 다니는 것만 보여주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11) 다양성 이슈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도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6)의 경우처럼 실체들이 있고 그런건 그저 감수성을 높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같은 하나마나한 답만 나올 뿐이다. 구찌는 이번에 사과한 후 제품을 내리고 "이번 논란을 구찌 팀의 강렬한 학습의 순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하하가 했던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 가 생각난다. 어쨌든 일을 크게 벌리고 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5)와 6)으로 가능한 선제 대응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잡고 반복하지 않는 수 밖에 없다. 


12) 물론 이 답은 좀 시원찮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얼굴에 뭘 뒤집어 쓰는 최근의 하이 패션 풍조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1) 예전에 마르지엘라에서 등장한 이후 확실히 최근 많아졌다.


2)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예컨대 유니섹스의 풍조와 비슷한 데가 있지 않나 싶다. 즉 성다양성 이슈에 대해 구별이 무의미한 옷으로 대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별도 인종도 생긴 모습도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옷에 사람을 맞추는 것과 같은 발상이기도 하다. 예컨대 "각자 다름"이 사라지게 된다. 


그게 무의미하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가, 그게 답인가 하는 부분은 생각해 볼 문제인데 과도기에 그 무의미함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쓸만할 수 있겠지만 그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다.


3) 예를 들어 패션의 한심함을 주장하기 위해 유니폼을 내세우는 건 가능한 일이다.


4) 사실 비대칭 의류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가린 보석 같은 건 뭔가 아티스틱 패션처럼 그럴듯 하게 보이기 때문에 스트리트 패션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선호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5) 그러니까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서 웰크래프트, 장인, 소규모 생산, 친환경, 친노동 패션이 다른 영역의 몫일때 하이 패션은 과연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



추가 사항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사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사과문에 의하면 레드 립 까만 스웨터는 행위 예술가 레이 보워리(Leigh Bowery)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즉 9)에서 말한 의심은 약간 풀린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블랙 니트에 레드 립 조합이라는 점에서 오해를 담을 수 있긴 하고 그렇다면 5)의 문제가 남게 된다. 



레이 보워리


즉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그저 감수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 있어야 한다. 프라다와 구찌 모두 위원회 구성 등의 방법으로 일단 모니터링을 늘리는 방향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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