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8.12.22 16:14

뉴욕 타임즈에 패션계에 올해 있었던 "실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링크). H&M, 프라다, 돌체 앤 가바나, 디올 등등 언제나 그래왔듯 올해도 많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까. 아니 사실 예전부터 있었는데 주목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유럽 중심의 패션이 분산되고 있다(링크)는 이야기에서 했듯 "유럽의 좋은 물건을 우리도 쓴다"는 마인드에서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이 그들끼리 하는 농담을 기분 나쁘더라도 그려려니, 크게 봐도 저런 건 안 사아지 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저런 상황을 얼마 전 강연 비슷한 걸 할 때 베이비 부머 시대의 구질서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비슷한 거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팔리는 곳이 넓어졌다고 좋아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그 넓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생각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커지고 있다. 남의 말을 듣고 본 다음 제가 생각해서 이렇게 저렇게 풀어 보는 건 점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상당히 이상한 결합(바로 전에 말한 미국을 바라보는 삐툴어진 눈, 캘빈 클라인과 라프 시몬스)이 만드는 유니크함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게 훨씬 낫다. 디올이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데려오고 뷔통이 시카고 출신의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데려다 쓰는 것 모두 그런 이유다. 


하지만 사태 파악을 못하고 예전의 농담이 여전히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검증의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실수는 반복된다. 혹은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돌체 앤 가바나의 경우를 보면 의도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어쩌다 잘못 걸렸지만 돌체 특히 가바나가 그 자리에 계속 있는 한 달라질 게 있을까. 변화가 이미 한참 진행되었는데 자기들이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위치 파악을 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드롭 방식을 도입하고, 인기라고 하니까 티셔츠 위에 요란한 그림을 그리고 못생긴 운동화를 내놓고 있다. 


물론 꼭 당사자여야만 하는가는 문제도 있다. 이건 조금 복잡한데 여성복을 여성이 만들고 남성복은 남성이 만들어야 가장 좋은 결론이 나온다는 생각은 믿지 않는다. 일상복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이 패션은 그보다는 좀 더 나아가야 한다. 여성복을 남성이 만들 때, 남성복을 여성이 만들 때, 혹은 이게 조금 더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각자가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 나올 수 있다. 성별 뿐만 아니라 인종, 문화 등등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뭐든지 때가 있고 순서가 있다. 지금은 해체와 분산의 시기다. 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게 계속 보이고 그런 걸 봐야 할 때다. 이렇게 보는 걸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특히 메인스트림에서, 저런 류의 실수가 반복된다. 


현재 하이 패션은 양쪽 진영 모두를 신경써야 할 때인 건 맞다. 플래그십, 부티크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SNS에 24시간 리미티드로 공개되는 스웨트셔츠를 사기 위해 클릭을 하는 사람은 같은 브랜드의 물건을 사고 있다고 해도 아주 다른 사람들이다. 한쪽은 줄어들고 한쪽은 늘어나고 있다지만 둘 다 무시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한 브랜드가 둘 다 쫓고 있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이 조막만한 판에서 이미지의 양분화 정책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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