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2018.10.22 19:31

사실 젊은이들의 서브 컬쳐를 기반으로 한 패션 트렌드는 많이 있었다. 펑크나 히피, 고딕은 하이 패션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과연 스트리트 패션 역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돌아오는 기존의 트렌드처럼 남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전과 다른 몇 가지 정황이 있다.


우선 시대의 흐름이 이들과 함께 있다.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 기존 하이 패션의 구매자와 지금 스트리트웨어를 입은 하이 패션의 구매자는 전혀 다르다. 힙합을 듣고 거리의 문화와 가까운 데서 살아온 밀레니엄 이후 세대들은 남성적 멋짐, 여성적 아름다움 같은 기존 하이 패션의 질서에 큰 관심이 없다. 복장 간소화, 드레스 코드의 전반적인 완화 경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용성과 편안함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로 라이프의 사람들(링크)


인터넷과 SNS 등을 업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전세계의 소비자들이 유입된다. 다양성은 표어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이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스투시와 슈프림 같은 브랜드, 힙합과 스케이트 보드 같은 서브 컬쳐를 익숙하게 보고 경험했다. 직접 해보지 않았어도 상관은 없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브랜드의 강력한 이미지 마케팅과 평생을 함께 해왔다.


게다가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되팔이가 돈이 된다니까 애프터 마켓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티셔츠가 얼마라면서, 운동화 값이 얼마가 올랐다면서 주변을 기웃거린다. 이런 모든 게 반복, 순환하며 사람을 끌어들이고 저변을 넓힌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주도권 경쟁도 있다. 20세기 초반 하이 패션이 산업으로 등장한 후 지금까지 하이 패션은 유럽이 주도해 왔다. 미국에도 유명해진 브랜드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주도권이 거기에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어디까지나 최고의 소비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다들 성공을 하면 파리와 밀라노의 디자이너 라벨이 붙은 옷을 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티셔츠, 청바지, 후드 스웨트, 스니커즈 등등은 모두 미국의 옷이다. 여기서도 초반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브 컬쳐를 하이 패션의 눈으로 해석하고 장식처럼 사용한 옷을 내났었다. 리카드도 티시의 지방시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등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이제 그 정도 레밸로 감당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이 옷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양성이 그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패션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창조성을 키워온 이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모습이 더욱 각광을 받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몇가지 있다. 미국 패션협회(CFDA)는 2018년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아를 선정했다. LVMH는 루이 비통 남성복의 디자이너로 버질 아블로를 데려왔다. 이게 스트리트 패션이 그냥 거리에서 애들이 입는 옷이나 하이 패션 위의 유머도 아니고 하이 패션 그 자체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경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은 파리에 가서 컬렉션을 열고, 역사와 전통의 주요 브랜드에 들어가는 게 더 큰 성공의 길이다. 케링과 LVMH 같은 유럽 대형 회사의 영향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오히려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바깥에서 사람을 찾아 데려오며 외부의 능력을 흡수하며 지금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주류 패션의 모순과 헛점을 파고 들어가 유머와 빈정댐, 새로운 시크함으로 만들어 내는 안티 패션은 언제나 일시적이었다. 그러므로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백래시가 찾아올 수도 있다. 과연 세대의 교체가 이런 백래시를 막아낼 수 있을까. 백화점 명품관에서 팔리는 후드 스웨트와 스니커즈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아무튼 지금은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하이 패션이 거대한 변화와 변동의 시기를 넘고 있는 때인 건 분명하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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