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 테크 아우터, 올인원 혹은 탈착식

by macrostar 2018. 9. 15.
반응형

작년 겨울에는 한파에 코트를 입는 방법을 연구했다. 사실 좋은(=두꺼운) 코트가 없어서 원하는대로 실현되진 않았지만 예를 들어 플리스 라이닝, ALS/92 같은 밀리터리 방한 상의 내피, 울트라 라이트 다운 파카 등을 활용해 라이너로 쓰는 거다. 


이게 코트의 진중함과 테크 라이너의 운동복스러움이 합쳐져 전체의 균형이 깨지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이미 전체의 균형 같은 걸 따지는 시대가 아니고 +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운 상황에서 무엇보다 효용이 우선이다. 물론 회사 등등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건 모두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가능한 넓은 시각으로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결과(=옷이 삶을 방해하지 않는 상태, 옷은 단지 서포트만 할 뿐)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아무튼 올해는 한파 대비 테크 웨어를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그런 김에 정말 오래된, 할아버지 눕시도 세탁하려고 꺼냈는데 자세히 보니 구멍이 뚫려 있어서 다운 수선 패치(링크)를 사야한다. 뭐든 오래간 만에 하려면 일이 많다...


겨울용 아우터는 일단은 쉘 - 보온재 - 몸에 닿는 부분의 3 레이어가 기본이다. 이 이야기는 패션 vs. 패션이나 여러 군데에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몸에 닿는 베이스 레이어는 등산을 가려는 게 아니라면 너무 스포티해서 실생활 적용은 어렵다. 결국 쉘과 보온재다. 



맨날 이름이 헷갈리는 노스페이스의 발트로 다운 파카. 하나만 가지고 겨울을 나는 옷이다. 안에 티셔츠만 입어도 따뜻해...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난 전혀 불가능하다. 그래도 따뜻한 옷이다. 예전에 조금 싸게 나온 걸 보고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래봤자 비싸기도 하고) 600필이라 이걸 론 부족해! 라는 생각으로 포기했었다. 시에라 다운이나 맥머도 뭐 그런 것도 괜찮아 보였다. 요새 나오는 그 못생겨진 맥머도는 별로인 거 같고...




이건 역시 노스페이스의 1990 마운틴 GPX다. 작년인가 올핸가 나온 리이슈 제품이다. 뭐 워낙 인기가 많은 제품인데 저 / \ 이렇게 생긴 주머니 보다는 예전에 나왔던 가로 주머니를 더 좋아하긴 한다. 이건 고어텍스 쉘 제품으로 보온재가 없다.


이 둘 중 어느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좀 다르다. 일체형이 편하긴 하다. 뭐 고민할 게 별로 없다. 추우면 입으면 되고 부족하면 안에 뭘 더 입으면 된다. 쉘의 경우 라이너를 활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맞은 라이너를 선택하면 되고 쉘 따로, 라이너 따로 입어도 된다. 즉 세트로 가지고 있다면 가을 점퍼 입을 때부터 한파 시기를 지나 다음해 봄까지 커버할 수 있는 날이 훨씬 길다. 그래서 탈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물론 귀찮다.


하나의 회사에서 나온 쉘 - 라이너를 주르륵 사면 아무래도 편하긴 하지만 좀 재미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구매해 껴입어도 상관은 없다.


이 노스페이스 쉘의 라이너 결합용 지퍼. Zip-In이 가능한 노스페이스의 쉘 지퍼는 규격이 다 똑같다. 그런데 보다시피 앞에서 봤을 때 오른쪽, 입고 보면 왼쪽에 지퍼 손잡이가 달려있다. 이 말은 라이너로 사용할 옷은 지퍼 손잡이가 반대편인 오른쪽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눕시 지퍼는 위 사진처럼 오른쪽에 붙어 있다. 팔 끝에도 쉘과 고정시키는 고리가 달려있다. 사이즈가 같으면, 지퍼 사이즈가 같기 때문에 조금 다른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은데, 붙이면 된다.


역시 조상이 라이너였던 디날리 재킷도 지퍼가 오른쪽에 붙어 있다.


눕시 베스트도 마찬가지다. 사실 조끼를 라이너로 쓰는 건 개인적으로는 별로인데 팔이 춥다.



라이너로 쓸 수 있는 솜 잠바들도 있다. 위 사진은 골드윈 재팬 제품인데 바람을 막아주는 플랩이 오른쪽 면에 붙어 있다. 그게 지퍼가 달린 쪽이다.


위 모든 것들은 다 맨 위의 쉘과 결합이 된다. 발매 연도도 크게 상관이 없다. 기본 모델들의 크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다 잘 맞는다. 미국판, 골드윈 제 일본판 등등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영원 제품의 경우 좀 살펴봐야 한다.


눕시 한국판은 지퍼가 왼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패딩도, 라이너로 활용 가능한 대부분의 옷도 마찬가지다. 근데 이게 또 다 이런 건 아니다. 레트로 라인이라든가 보면 반대로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까 라이너로 쓸 생각이 있다면, 혹시 어쩌다 쓰게 될 일이 있을 거 같다면 확인을 해야 한다. 대체 왜 그럴까... 하면 눕시를 라이너보다 아우터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활용하라고 내놓으니까 지퍼를 다른 옷과 같은 익숙한 방향인 왼쪽에 붙인다.


물론 눕시다 디날리는 이미 라이너의 단계를 뛰어넘은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 옷이다. 게다가 아이코닉하기까지 하다.



둘 다 슈프림과 콜라보로 나온 적이 있다. 슈프림 눕시나 디날리에도 쉘과 결합할 수 있는 손목 버튼이 있긴 하지만(가죽 버전에는 없는 거 같다) 그렇다고 이걸 라이너로 쓰는 사람이 세상에 많을 거 같진 않다.


그렇다고 해도 손목 버튼과 지퍼의 위치처럼 내키면 언제든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 더 마음에 들긴 한다. 이왕이면 딱딱 들어맞는 거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퍼가 생각과 다른 쪽에 붙어 있으면 머리 속에 꽤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꼭 Zip-In을 해야 좋은 건 아니다. 노스페이스 쉘 안에 파타고니아 신칠라나 유니클로 라이트 패딩을 입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뭘 어떻게 하든 가는 방향은 쾌적한 한파 나기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