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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by macrostar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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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입니다. 올해 열대야 기간동안 책을 썼습니다. 아직 작업이 완전히 다 끝난 거 아니고 사실 나오려면 멀었습니다. 책이 나올 때 쯤엔 이 이야기를 쓴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될 지 모르죠. 혹시 생각나서 다시 이 글을 보면 대체 뭔 소리를 한 거야 이럴 수도 있고... 아무튼 오늘 약간 한가한 김에 잡담을 써봅니다. 요새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에요. 행정적인 문제인지 뭔지 때문에 패션 칼럼도 한 달을 쉬었습니다. 이것도 이제 다시 올라가기 시작할테니 부디 많이 읽어주세요(링크). 


아무튼 이번에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있긴 있는데 1/3 정도. 일상복이 하이 패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봐도 무슨 옷이 멋진지, 무슨 옷이 좋은지 이런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주인공은 일상복입니다.



그저 가지고 있는 옷을 어떻게 하면 다 써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또한 새로 옷을 살 때 수명을 가늠하고, 그 수명만큼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리얼 맥코이 같은 데서 좀 잘 만들고 좋은 옷을 산다면 수명이 더 길 수도 있겠죠. 또 유니클로에서 저렴한 옷을 산다면 수명이 더 짧을 수도 있겠죠. 길면 긴대로 재미있게 보내면 되고, 짧으면 짧은데로 재미있게 보내면 되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지, 여기서 말하는 일상복 생활이 만들어 내는 재미라는 게 어떤 게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걸 슬쩍슬쩍 보면서 조금 재미있어 하고... 그 다음 하나씩 하나씩 싹싹 치워가는 거죠. 흐지부지하고 애매모호하고 질척질척한 관계를 유지해 가며 한쪽은 망각하거나 피하고, 또 한쪽은 옷장 안에서 먼지를 내뿜거나 곰팡이를 키우는 그런 관계를 청산하고 시작일이 정하고, 종료일을 정하는 깔끔하고 산뜻한 옷 생활을 만드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렇게 완벽하게 딱딱 떨어지게 할 순 없습니다. 기계적 삶의 패턴을 지향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될 수 없어요. 그만한 체력도 지구력도 없고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많이 좌지우지됩니다. 그리고 그런 걸 추구하다가는 애초에 정신에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옷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몸과 마음을 해치면서까지 바라볼 일은 아닙니다. 할 수 없는 일은 할 필요가 없죠. 대신 알맞은 효율, 알맞은 목표, 알맞은 수고 정도를 권장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을 잘 하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옷이 유발하는 세상의 문제들이 있는데 이걸 혼자서 해결해 낼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나 하나 쯤이야...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적당한 기준점을 세우고 거길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일상복 생활이 가장 보람차고 재미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즐거운 일상복 생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입고 싶은 적당한 옷을 수명만큼 사용해 치워버리는 일은 쉬울 것 같지만 사회의 문제들과 연동이 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일이에요.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도, 수명만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이런 이야기들에 대한 책입니다. 책을 쓴 목표는 이런 방향을 많은 이들이 가지게 되는 것이고 바램이 있다면 그렇게 해서 모두들 즐거운 옷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옷 생활이 안정되면 그 여유를 가지고 다른 즐거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겠죠. 옷은 어디까지나 거들 뿐... 


어쨌든 이런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 책이 나올 겁니다. 위에서 말했듯 언제가 될 지는 아직 모르고, 이거 슬쩍 읽었으면 이제 잊어버리시고, 언젠가 책이 나오면 또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게 되겠죠. 물론이지만 그때가 온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른 여러가지 일들(링크)도 마찬가지(링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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