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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2017년 겨울 시즌의 옷

by macrostar 2017.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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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비체계적으로 이어져 가고 있는 이야기인데 이왕 시즌을 주제로 해본 적도 있으니까(링크) 계속 가본다. 딱히 많이 입은 옷이라기 보다는 이 시즌에 기억에 남는 옷이다.


예전부터 어지간하면 타인의 머리속 DB에 없는 옷, 트렌드를 파악한 후 그걸 피하는 옷을 왠지 즐겨입다 보니 오래된 옷 중에 이상한 것들이 꽤 많다. 이런 방식은 문제가 좀 있는게 우선 돈과 품이 많이 들고, 그저 트렌드가 아니라 인기가 있는 옷은 대부분 그 이유가 있다는(훌륭한 장점) 건데 그런 걸 놓치기 쉽고 또한 지금까지 폴로의 폴로티를 입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터무니 없는 지점에서 구멍이 난다는 거다. 폴로는 입어본 적이 없지만 프레디 페리, 버버리, 라코스테, 씽크 핑크(요새도 있나?), 유니클로, 빈폴 등등은 입어 봤다. 하지만 폴로를 입어봐야 했던 시절이 있는 거다... 그런 이유로 요즘엔 뭘 사게 될 일이 있으면 예전 기본템에 집중하는 경향이 좀 있는데 이것도 사실 문제가 있다.


어쨌든 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번 시즌의 옷... 이라고 해놓고 먼저 구두.



이 부츠는 상당히 오래 됐고 상당히 많이 신었다. 꽤 훌륭한 가죽에 굉장히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지만 그간 사용하며 여러가지 교훈을 준 신발이다. 일단 뭔가를 오래 쓰려면 고장이 날 만한 지점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닳은 부분은 수선이 용이해야 한다. 그리고 의미없는 디테일이 없어야 한다. 요새 뭔가 구입할 때 가지고 있는 단순하고 꽤 재미없는 기준인데 여튼 그래야 오래도록 쓰면서 변화와 닳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두는 이 중 많은 걸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츠의 사이드 밴드는 물론 편하지만 결국 늘어난다. 어디선가 교체가 가능할 것도 같은데 그런 품을 들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 여튼 사실 그런 이유로 첼시 부츠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구입하기는 망설여 진다. 물론 사용할 만큼만 쓰면서 첼시 부츠의 멋진 모습을 즐기는 이들도 많고 그런 취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운용하는 스타일이 그렇다. 그리고 밑창은 정말 문제인데 무슨 방법이 없다. 결정적인 포기 사유다. 


사실 오랫동안 사용하며 엉망으로 관리해 어퍼의 접히는 부분에는 구멍도 여기저기 나 있다. 가죽을 덧붙여서 계속 쓸까 생각도 해봤지만 어차피 밑창이 개선 불가라 포기했다. 그리고 신발 뒤에 손 잡는 부분은(닥터 마틴에도 저런 게 있다) 좀 애매하다. 긴 바지를 입어서 덮기도 그렇고 더 짧게 입어서 저 위로 바지를 올리기도 그렇다.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는 잘 안 어울리는 거 같다. 


여튼 그런 이유로 슬슬 포기 및 폐기 모드로 가면서 올해 겨울 시즌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상당히 열심히 신고 있다. 상태는 엉망이지만 여전히 편하고 적어도 추워서 생기는 문제는 전혀 없다. 물은 새지 않지만 밑창에 구멍이 하나 있어서 돌이 자꾸 들어가 밤에 들어오면 빼줘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긴 하다. 




그리고 이건 K2의 다운 재킷. 상당히 자극적인 동시에 우중충한 컬러고 저렴하게 대량으로 풀린 적이 있어서 종종 마주칠 수 있다. 이 옷을 선정한 이유는 올 겨울은 코트를 자주 입고 있는데 사실 그것만으로 춥다. 그래서 이 옷은 시종일관 마치 방상내피, 이너 웨어처럼 입고 있다. 가볍고 따뜻하고 탄탄하다. 슬림하고 후드 같은 걸리적 거리는 게 없어서 딱 들어간다. 목 안쪽에는 플리스가 대져 있고 혹시 날이 따뜻해 코트를 벗고 저것만 입어도 사이드 주머니 안에 역시 플리스가 대져 있는 등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제품이다. 코트 가슴 폭에 대략 2cm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입을 수 있다. 훌륭하다.


여튼 올 겨울은 이런 제품과 함께 보내고 있다. 다음에 시간되면 올 겨울 시즌의 청바지 이야기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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