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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레플리카 데님의 탄생

by macrostar 2017.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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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하면서 책 아메토라(링크)를 뒤적거리다가 레플리카 데님이라는 게 처음 등장하게 된 때를 잠시 정리. 뭐 콘 밀스 공장이 기계를 바꾸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생략하고...


일단 일본 청바지 산업의 시작이 1970년대 Sulzer 프로젝틸 방직기로 만든 현대적 데님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셔틀 방직기로 만든 셀비지 데님이란 건 만들어 본 적이 없던 상태다.


1980년에 빅존이 쿠라보에 세일 클로스(Sail Cloth) 만들 때 쓰던 옛날 토요다 셔틀 방직기로 셀비지 데님을 만들 수 있겠냐고 문의. 빅존이 왜 만들고 싶어했는지가 의문인데 당시 리바이스 505에 사용하던 콘 밀스의 14.5온스 프리슈렁크 데님인 686에 대항하는 진짜 미국 청바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함. 이 부분이 나중에 그냥 한 소리가 아니고 정말일까 좀 궁금한데 (70년대 말 505라면 셔틀, 프로젝틸이 섞여 있었다) 뭐 여튼 그랬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데님으로 "레어"라는 제품을 처음으로 내놓는다. R001은 지퍼, R002는 버튼. 하지만 이 제품은 복각은 아니고 오리지널 모델이다.



쿠라보는 셀비지 데님 생산 기법을 발전시켜 1985년에 무라이토라고 하는 불규칙한 슬러비 데님을 처음으로 내놓는다. 말하자면 처음으로 생산된 인위적 불규칙 데님이다. 여튼 쿠라보가 만든 이런 셀비지 데님을 프랑스에 파는 데 셰비뇽이나 치피(Chipie) 같은 회사가 사가서 청바지를 만든다. 프랑스에서도 vintage-inspired 셀비지로 501 복각 데님 같은 걸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딱 맞는 원단이었음.


그런데 당시 카스텔바작, 피에르 가르댕 등에서 일하느라 파리에 있던 타가키 시게하루가 그걸 봤단다. 이분은 빈티지 컬렉터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게 대체 뭐냐 하고 1985년 일본으로 돌아와 스튜디오 다티산을 차리고 오카야마의 니혼 멘푸 공장에서 만든 셀비지 데님으로 DO-1을 내놓는다. 이 바지 역시 리바이스 냄새가 많이 나지만 사실 대상이 명확히 있는 복각은 아니다. 


여튼 레어와 DO1에서 구리 리벳, 패치의 재질, 탈론 지퍼, 철제 버튼 그리고 프리 슈렁크, 천연 염색, 스티치 방식 등등 빈티지 청바지가 집중해야 할 디테일의 목록이 만들어진다.



이게 SD-DO1이라고 부르는 바지. 보다시피 버클 백이 붙어 있다.


리바이스 재팬은 그 시기 프랑스에서 복각 리바이스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고(다티산을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레어고 다티산이고 너무 비싸서 안 팔렸기 때문에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복각 청바지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콘 밀스에 셀비지 데님 생산을 문의하지만 거절 당했다. 찾아보니까 자기들이 봤던 게 사실 쿠라보에서 만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그걸로 레플리카를 만든다. 그게 1987년에 나온 리바이스 최초 복각 청바지로 1936 501XX를 기반으로 한 701XX다.



이것도 버클 백이 붙어 있다. 당시 버클 백이 유행이었을까? 확실히 빈티지 느낌이 더 강하게 나긴 한다.


여튼 이 모델은 예전 모델이 뭔지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90년대 들어 리바이스 재팬 주도로 55501(일본제), 501-0003(미국제, 55기반, 콘밀스 데님), 37501 등등이 나오게 되는데 패치가 가죽인지 종이인지, 히든 리벳 유무, 신치백 유무 등 몇몇 디테일로 구분해 연도를 나눴다. 이런 구분은 아마 당시 잡지에 나오던 리바이스의 연도별 특징에서 다루던 부분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후에 나오는 보다 정밀한 복각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어설픈 수준이긴 하지만 여튼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8년 하야시 요시유키가 드님을 만들어 1966 기반 청바지를 내놓는다. 드님의 66과 에비수의 2001이 대대적으로 히트를 치며 복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튼 드님까지가 1980년대에 있었던 일인데 회사 이름들도 그렇고 보다시피 미국 -> 프랑스 -> 일본의 느낌이 좀 있다. 


당시 오사카의 Lapine이라는 청바지 가게에서 일하던 야마네와 츠지타는 중간에 프랑스를 떼고 미국 -> 일본의 느낌이 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독립, 야마네가 1991년 EVIS, 츠지타가 1993년 풀카운트를 런칭한다. 그리고 에비스에서 일하던 시오타니 켄지가 1995년 웨어하우스를 차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다 오사카 기반이라 오사카 파이브고 다른 지방을 보자면 1993년 나가노의 플랫 헤드가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1970년대 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히라타가 존 불에 들어갔다가 1985년에 나와 Capital을 차렸고(헐리우드 랜치 마켓, 히스테릭 글래머 등에 청바지 납품) 그리고 45rpm에 있던 히라타의 아들을 불러 자체 브랜드인 Kapital을 런칭했다. 뭐 이런 순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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