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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트리트 패션, 버질 아블로, 하이 패션

by macrostar 2017.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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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번 했고, 조만간 좀 더 넓은 폭으로 정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겸사겸사 여기에 덧붙일 만한 이야기를 잠시 해본다. 


그러니까 하이 패션은 디자이너, 장인 이런 게 들어가니까 비싸다. 하지만 스트리트 패션, 조금 더 넓게 이걸 지칭하는 용어가 먼지는 모르겠는데 워크웨어, 데일리 레귤러웨어, 서브컬쳐 패션 등등은(여기서는 임시 용어로 로우 패션이라는 말을 붙여 본다. 티셔츠, 봄버, 후디, 스니커즈 등으로 이뤄져 있는) 공장 양산품이다. 그러므로 고급품 취급을 받고, 가격을 높이고,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도록 만들기가 어렵다. 


예전에야 뭐 하이 패션과 로우 패션은 구매자 역시 분리되어 있었는데 1980년대 이후 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고가격 로우 패션이 가능하게 된 몇 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1) 레플리카 - 티셔츠와 청바지 같은 걸 매우 품과 비용을 많이 들여서 만든다. 이 이야기는 제가 쓴 여러가지 이야기를 참고하세요.


2) 1993년 도쿄의 NOWHERE(Bathing Ape의 니고와 Undercover의 준 다카하시), 1994년 뉴욕의 슈프림. 물론 그 전에 오사카 레플리카 신과 스투시의 뉴욕 진출 같은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여튼 이들은 방법론 적으로 비슷한데 로우 패션을 너저분한 느낌이 나지 않게 매우 깔끔한 틀에 담았고, 누가 봐도 눈에 확 들어오고 뭔지 알만한 로고와 디자인이 있었고, 떠오르는 음악 신(힙합)과 함께 했고, 서브컬쳐 유력 인사들과도 함께 했고, 이런 게 여러 미디어에서 함께 노출되게 했고, 사람들이 구하러 다니게 만들었지만, 극단적으로 공급을 통제했다. 그렇게 높은 가격이 가능해 진다. 물론 이건 적혀있는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고 굉장한 팝스타가 등장하는 타입과 좀 비슷한 거 같다. 뭐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끝도 없을 테니까...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겠지만 이 둘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가며 이 두 방식은 같이 가기도 하고 떨어져 가기도 한다. 예컨대 2)의 방식은 레플리카 제조 방식과 결합할 일이 종종 있는데 1)의 경우는 힙합 뮤지션보다 기술자와 숙련공을 드러내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버질 아블로. 제이지와 카니에 웨스트 음반으로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와 함께한 작업 전후로(2013년 쯤이다) 지방시의 컬렉션은 고딕에서 로트와일러, 나비 프린트 스웨트셔츠 같은 고딕 힙합 스트리트를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버질 아블로도 카니에 뒤에만 있다가 파이렉스 비전을 런칭한다.



한 시즌만 하고 치워버리고 오프-화이트를 런칭한다. 처음엔 스트리트 풍이 짙고 격자 무늬 있는 거 말곤 파이렉스 비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하이 패션 진입을 시작한다.



그리고 올해의 화제 나이키와의 10 프로젝트가 있다.


이 셋을 차례로 보면 우선 파이렉스 비전에서는 폴로나 챔피언 빈티지 등등 공산품을 구입해 크게 글자를 박았다. 그리고 오프 화이트에서도 비슷한 걸 하고 있는데 컬렉션을 꾸리는 건 그것만 가지고는 역시 부족하다. 그래서 나온게 하이 패션과 로우 패션의 아이템을 분해한 다음 다시 "그럴 듯 하게" 붙이는 방식이다. 뭐 그 상태에서 페인트 박힌 것도 있고 해서 그걸로 2017 FW까지 끌고 왔다. 10 프로젝트도 방법 자체는 이와 똑같다. 나이키 신발의 요소를 분해하고 다시 붙인다. 화이트나 반투명을 선택해 글자와 케이블 타이를 잘 보이게 만든다. 


이렇게 기존 2)의 방식은 그냥 비싸진 게 아니라 파리에서 컬렉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다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물론 준 타카하시 같은 사람은 이미 스트리트에서 출발해 파리 같은 데서 컬렉션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한다. 하지만 그분은 스트리트 패션의 방법을 들고 거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리카르도 티시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막판 쪽과 비슷하다. 하지만 버질 아블로는 스트리트 패션의 방식으로 하이 패션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저걸로 가능했는데 만약 버질 아블로가 원하는 게 디자이너 하우스 입성이라면 이제 약간 기로에 서게 된다. 저 방식을 더 극단으로 밀어붙여 "뭔가"가 나오게 할 수 있을 건가, 아니면 다른 방식을 들고 올 건가. 전자는 과연 뭐가 있느냐가 문제고, 후자는 버질 아블로가 그걸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래서 2018 SS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뭔가 굉장히 애매했다. 전진도 아니고 동어 반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후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아무튼 좀 미적지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뭐 시즌 컬렉션이란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그러므로 기대중 모드는 일단 계속 되고 있다.


지금 혼자 저러는 건 아니고 이미 발렌시아가에 들어간 뎀나 즈바살리아(이 분도 몇 시즌 째 방식이 비슷하다), 헬무트 랑과 캡슐이라지만 2018 SS 시즌 컬렉션을 한 쉐인 올리버 등이 로우 패션으로 하이 패션을 본격 대시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패션 엘리트 출신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파인 아트 전공(하지만 MM에 한참 있었지), FIT 중퇴(하지만 HBA를 한참 했지), 건축 전공(카니에의 아트 디렉터란 무슨 일을 하는 거였을까).


뭐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보고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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