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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셔너블함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by macrostar 2017.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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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트렌드를 주도 하고 있는 건 물론 구찌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건설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건 발렌시아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패션쇼 - 2018 SS 남성복 - 에 대해, 그리고 패션과 트렌드라는 큰 틀의 움직임에 대해 최근 정말 많은 생각을 해보고 있다. 뎀나 즈바살리아에 대해 이런 이야기(링크)를 적었었다.



2. 최근에 쓴 어떤 원고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존의 스타일리시한 모습은 패션 브랜드들이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이다. 식스팩의 근육질 남성이나 말랐으니 더 멋지다고 표현되는 여성의 모습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눈에 익숙한 표준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저런 광고를 보면서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건지 인식도 잘 안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인종과 젠더 등 이슈에서 다양성이 포섭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영국과 프랑스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규제도 정착된다면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은 바뀔테고 무엇이 멋진 모습인지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흐름은 최종적으로는 각자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것에 긍정하자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기존에 패션에서 제시하던 모습은 흘러간 옛 스타일이 되어 버릴 거다. 


지금은 이러한 새로운 세계의 흐름에 맞춰 패션 디자이너들은 보다 새롭고 진취적인 패셔너블함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발렌시아가의 패션쇼는 남성의 육아는 그 자체로 멋지다! 자연스러운 실생활의 착장이 멋지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지점에서 너무 멀리도 아니고 정확하게 한 발 씩 앞서 나아가고 있다.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와 비슷하게 레트로나 페미니즘, 젠더리스와 서브컬쳐 등 보다 다양한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뷰를 찾아내며 기존의 남녀 패션을 구시대로 밀어내고 있다...



3. 그리고 저번 패션 칼럼에서는 고프코어를 중심으로 못생긴 옷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링크).




4. 고프코어의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예컨대 파타고니아의 옷은 못 생겼지만 로고가 오가닉, 재활용 뭐 이런 것들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그걸 입는 사람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5. 사실 일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각 브랜드의 이미지에 기대는 게 굉장히 많아지고 더 중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공식 사이트, 화보 등등으로 계속 자신의 이미지를 정밀하고 명확하고 파괴력 있게 구축해 간다. 예전처럼 그저 폼나는 것만 올리는 거 가지고는 안된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자체가 트렌드의 일부가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하얀 양말에 힐, 어깨가 처진 후줄근한 점퍼를 더욱 트렌디하게 만들어 낸다.



6. 어제 트위터에 Highsnobiety에 실린 오슬로 패션위크 주변의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링크). 물론 오슬로가 세계 패션의 메인 스트림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스트리트 패션이란 보통 눈에 확 들어오는 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메인으로 흐르고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기본적인 생각인데 또 생각해 보면 스트리트 패션을 사람들이 워낙 많이 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에 영향을 받는다. 여튼 아예 명확히 시대를 적어 놓고 있는 몇 벌의 빈티지 옷이 눈에 띈다.




7. 뉴욕 타임즈에 다이어트를 안 하는 시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링크). 뉴스 페퍼민트에 번역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직 전문은 아니고 일부만 올라와 있다(링크). 여기에도 비슷한 투의 말이 나온다.


...어느덧 “다이어트”는 어딘가 없어 보이는, 뭔가 싸구려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페미니즘에 어긋나고,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지죠. 새로운 천 년이 밝은 마당에 어떤 몸매가 더 낫다는 구닥다리식 태도는 옳지 않다는 겁니다...



8. 물론 다이어트 쪽에서도 다른 개념을 찾고 있다. 그것은 아마 건강과 관련된 어떤 말이 될 거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멋짐이라는 관념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 올 건 아마도 새로운 인식에 기반하되 자기 긍정을 포함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될 거다. 물론 이건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혹은 그래야 되지 않나라는 당위에 가깝다. 




9. 물론 패션은 원래 이런 일을 한다. 기존의 패션을 놀리고 비난하고 극복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큰 틀 안에서 혼자 멋대로 나가긴 좀처럼 힘들었다. 지금 좀 더 커다란 틀에서 변화를 만들 기회가 온 거고 그렇다면 더 큰 자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새로 나오는 컬렉션이나 룩북, 새로 런칭하는 브랜드나 쇼핑몰 같은 걸 바라보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커다란 변화 속에서 누가 오판을 하고 있는지, 올드-패션드를 극복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누가 튀어 오르는지, 그리고 2번에서 말한 걸 누가 해낼 수 있는지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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