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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

by macrostar 201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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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 예전에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가 아니고 다른 원고였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간단하게 써본다.


우선 오노미치는 히로시마 현 남동쪽에 있는 시다. 오카야마와 히로시마의 한 가운데 쯤에 있다. 레플리카 데님의 역사를 보면 오사카 파이브가 초창기 씬을 주도했는데 면 생산과 데님 제작의 중심인 오카야마 현의 코지마를 생산 기지로 두고 오사카를 판매 기지로 두는 방식이었다. 


그 중에 하나인 드님(Denime)의 하야시 요시유키(링크)는 드님을 관두고 나와서 레졸루트를 런칭하게 되는데 하야시 요시유키는 여기서부터 히로시마 쪽과 여러가지 일을 벌리기 시작한다. 그분이 히로시마 현 후쿠야마 시 출신인 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청바지 관련 직업 창출은 오카야마가 중심이지만 사실 카이하라가 있는 히로시마 지역이 실제로 데님 제 1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다. 이전에 말했듯(링크) 가상으로 페이딩 된 데님 청바지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모습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냥 페이딩 데님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다고 보는 게 맞지 로 데님을 구입해 입다 나온 페이딩을 재현, 구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설프게 흉내를 내느니 스토리를 넣기도 하고, 아예 인공적인 모습을 만들기도 하는 등 다른 식으로 인과 관계를 맞춘다. 그걸 극복하고자 나온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몇 가지가 있는 데 가장 재밌는 건 역시 2013년에 시작된 1탄 프로젝트인 리얼 유즈드다. 방식은 간단한데 처음 제작된 게 540벌(레졸루트의 710)인데 이걸 오노미치에 살고 있는 지원자 270명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농부, 어부, 섬유업, 목수, 미장, 대학생, 보육사, 디자이너, 카페 점원, 라면 가게, 과자 가게 점원, 음식업 등 직업 및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인원들로 구성되었다. 한 명이 두 벌씩 맡고 일주일 간 하나를 입고 그 동안 다른 한 벌은 회수에서 세탁하고 과정을 1년간 계속한다. 그냥 하는 것도 아니고 탈색 등 진행 상황을 보며 전문가에 의해 세탁 방식을 조절하고 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이미지. 라면을 쏟는 우연이 또 뭔가 다름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진행을 했고 결과적으로 540벌의 리얼 유즈드 제품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가격은 하나씩 검수하며 하야시 요시유키가 직접 매겼다고 한다. 이런 후 2014년 3월 오노미치에 플래그십 스토어인 오노미치 데님 샵을 오픈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인데 리얼 유즈드를 만들고 싶은 레플리카 제작자, 뭔가 특유의 관광 상품 및 특산품을 만들고 싶은 시, 작은 도시를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시민 등등의 뜻이 맞아 떨어져 이뤄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요새도 이 프로젝트는 처음처럼 완전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꼼꼼히 만드는 건 아니지만 약간 변형되고 단순화되고 상업화 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의 2개 돌려입는 방식에서는 페이를 줬는지 받았는지 자원봉사였는지 모르겠는데 요새는 좀 복잡하다. 우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으면 일단 플래그십에서 레졸루트의 710이나 711 둘 중 하나를 구입한다. 리테일 가격이 710이 23760엔, 711이 27000엔이다(36사이즈 이상은 약간 더 비싸다). 그러면 스탬프를 찍어준다.



이렇게 스탬프가 찍힌 청바지를 열심히 입고 다니고 열심히 세탁하면서 살다가 1년 쯤 후 모양이 잘 잡히면 오노미치 플래그십에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게 판매되면 판매가의 70%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청바지는 올해 7월에 나온 건데 오노미치의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현장 감독이 입던 710이다. 몸을 많이 움직여서 무릎과 사타구니 쪽이 상대적으로 많이 페이딩되었고, 밑단에는 흙자국도 있고, 페인팅인지 뭔지 자국도 꽤 나 있다(링크). 이 옷의 감정 가격은 42000엔, 즉 이게 판매되면 위 청바지의 출품자는 29400엔을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수수료 30% 떼고 주는 거다. 그냥 위탁 판매라고 하면 좀 그런지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에서는 이걸 "다른 사람에게 연결"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뭐 전화기나 자동차에서 새 차를 계속 쓰는 프로그램 이런 것과 상당히 비슷한 방식인데 이런 식으로 리얼 유즈드 데님이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페이딩 데님이 조금 더 비싼 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 가격이 2배 정도 한다. 저 페이드의 가치를 어떻게 얼마나 두는지, 어떤 모습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구매 여부가 결정될 거다. 그리고 그 이후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게 된다.


이 직업 종사자 프로젝트 외에도 2차로 1년간 여행을 다닌 데님(링크) 등등 여러가지를 해보는 거 같고 또한 새 주인을 만난 청바지가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도 리포트로 보고하고 있다(링크). 이런 시도 역시 소규모 커뮤니티 스타일이다. 또한 오노미치 지역에 맞는 오리지널 데님도 출시했다.



소도시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직업을 가지고 모여 살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는 지역 특화 데님이라는 게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레드 윙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까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사용하는 옷은 동네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런 식으로 동네의 환경, 기후, 주요 직업군 등에 특화된 게 있을 수 있다면 그건 역시 재밌는 일이다.


위 바지의 이름은 ODP001. 11온즈의 비교적 얇은 데님으로 만든 작업 바지이고 테이퍼드가 없는 완전 일자형이다. 앞 주머니 외에 사이드를 돌아 커다란 주머니가 있고 뒷 주머니가 또 있어서 6포켓이다. 아무래도 더운 지역이다 보니까(관서의 남쪽 바닷가다) "몸에 달라붙지 않는 적당한 여유로 끈적끈적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집중한 거 같다. 보면 예전에 여기에서도 말한 적 있는 고 헴프의 커다란 주머니 달린 바지(링크)와 가드너 팬츠의 응용 버전처럼 생겼다.


주민의 요구를 수용했는데 역시 더워서 끈적거리면 싫다 / 도구를 넣을 수 있는 큰 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다 / 열쇠나 전화기 등 귀중품을 잘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 / 튼튼해야 한다 등이다. 여기에 보면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는 분이 10개월 착용한 후의 모습(링크)을 볼 수 있다. 물론 리, 리바이스, 칼하트, 포인터 브랜드나 Gamine 등등 모두 워크웨어란 기본적으로 작업 도구고 그러므로 지역과 직종의 수요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자면 몸을 쓰는 노동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너무 세세하게 구분될 필요는 없겠지만 1950년대에 미 동남부에서 목화 따던 노동자를 위한 바지를 2010년대에 일 서남부의 자동차 정비공이 입는 옷에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바지에 휴대폰을 넣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고자 한다면 무인양품이 생각해 낸 자리가 꽤 괜찮은 거 같은데 그것도 채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인양품의 6번째 포켓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링크) 참고.


청바지 회사와 어떤 지역의 이런 방식의 협업, 그리고 청바지라는 물건을 삶과 일치시켜 비춰 보려는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나름 재밌는 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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