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7.06.12 13:52

레플리카 데님을 다루는 헤델스 같은 사이트에 보면 페이드 오브 더 데이(링크)라고 해서 말하자면 독자 투고 페이드 데님 사진란이 있다. 최근 포스팅은 아틀란타에 사는 벤 씨가 오토바이 등을 타면서 1년 반을 입었다는 라이 51의 사일로 모델이다. 예전에는 일본 사이트들이 많았는데 새로 업데이트 되는 곳은 별로 없다. 일본 쪽 페이딩은 미국 쪽 페이딩과 경향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는데... 


그런데 요새 헤델스에 올라오는 것도 잘 보면 싱가폴, 타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사진이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세이지나 올드 블루, 아카이메 등 자체 브랜드도 많다. 게다가 헤비 온스가 유행하고 있는 듯 하다. 습함과 더위는 청바지를 입기에 가장 안 좋은 날씨지만 또한 최고의 페이딩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명확한 흔적이 생긴 페이딩 데님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여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유를 알게 되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고...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피크를 찍고 내려와서 이제는 스테디한 취미의 영역이 되고 있다는 점도 있고, 각 브랜드에서 자기네 청바지를 오래 입으면 어떻게 된다는 샘플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는 점도 있고,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면서 그냥 거기에다 올리는 점도 있고 등등이다. 사실 인스타나 텀블러 쪽이 그런 거 올리기에는 훨씬 좋다.


여튼 며칠 전에 청바지 세탁을 했는데 따스한 햇빛, 건조한 공기, 시원한 바람의 완벽한 조화로 왕창 줄어들었다. 대략 허리만 1인치 반 정도가 줄어들었고 특히 다리가 많이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난감해 졌는데(소위 트위스트, 라이트 핸드 트윌이 만드는 효과) 그런 김에 헤델스에 올라오는 스타일과 비슷하게 나도 한 번 찍어봤다.



전체 컷은 여기(링크)를 보면 된다.


투고나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로 상태부터 내가 입은 건 아니기 때문에 약간 반칙 같아서(그리고 그렇게 양호한 페이딩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관뒀다. 그래도 아주 균일하게 물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전 주인이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구입해 몇 년 째 입고 있어서 많은 페이딩이 내 선에서 만들어지긴 했다.


이 바지의 특징이라면 뭐 별로 특별한 거 할 때 입은 건 아니므로 보통 걷든지 책상에 앉아 있든지. 처음 구입했을 때 손세탁 후에 세탁방 고온 건조기로 한 번 돌렸고 겨울 제외 일주일 에 한두 번 정도 입으면서 계절에 한 번 정도 세탁했다. 여기까지 읽고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뭔가 페이딩을 만들려는 기세와 노력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닥치는 대로 입으면 어떻게 되나...다. 


유니크한 특징이라면 온 실이 속수무책으로 분해되고 있다는 건데 크로치 부분은 초록색 실로 손바느질 해 보강을 했다. 위 링크에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실이 다 풀리고 있다... 그리고 앞 쪽 벨트루프 두 개의 실도 어느 날 보니 다 끊어졌는데 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뒷 주머니의 스티치는 뒷 주머니를 종종 사용하는데 자꾸 안쪽에서 실이 손가락에 걸리더니 저렇게 실은 빠지고 구멍 자국은 남아 있는 상태가 되었다. 여기까지 보자면 일부러 실이 분해되게 설계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된다. 


너무 딱 맞는 사이즈라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데 저 청바지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이다. 매우 부드러운 데님으로 착용감도 좋고 특히 촉감이 상당히 좋다. 복각이라지만 리바이스와는 가는 길이 아주 다른, 근본적으로 다른 데님을 사용하고 있다. 혹시 다음 번에 저 모델을 구입하게 된다면 한 사이즈 큰 걸 사고 싶지만 나에겐 이미 "단지 입는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무 문제 없이 평생 입을 만큼의 청바지가 있지...


저 바지로 만들고 싶은 목표는 저대로 곱게 낡아 거의 하얗게 될 때까지 끌고 가보는 건데 지금 추세로 보면 뭔가 중간 조치(전문 수선집에 맞긴 다든가)를 취하지 않으면 바지의 수명이 그 전에 끝날 거 같다. 여튼 뭐 심심할 때 이런 사진 한 번 씩 찍어서 연도 기록해 놓고 몇 년 지난 후 비교해 보면 그것도 나름 옷 생활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거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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