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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 인견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

by macrostar 2017.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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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를 한 번... 경북의 풍기는 인삼과 인견이 유명하다. 그리고 풍기에 가보면 의외로 북한식 냉면집이 몇 개 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되었다... 사실 서울 말고는 북한식 냉면집을 거의 만날 수가 없는데 왜 풍기에?


우선 인견은 레이온을 말하는 건데 면, 나무, 종이 조각 같은 걸 화학적으로 녹여 실로 뽑아 낸 섬유를 말한다. 그러니까 반합성이고 일종의 재생 섬유다. 여튼 뭐 기술의 문제인지 감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컬러빨이 좀 안 받는 거 같긴 한데 요즘처럼 더워지기 시작하면 딱 좋은 시원한 섬유다. 


딱히 사진 올릴 것도 없고 풍기역 사진이나...



그렇다면 왜 풍기의 인견인가... 하면 여기서 부터 긴 이야기.


조선시대 중기 이후 민간에 등장한 정감록이라는 게 유행을 했는데 풍수와 도참이 결합된 복잡한 책이다. 계룡산이 일부 사람들에게 여전히 인기인 것도 정감록 덕분인데... 여튼 이 책은 북쪽에 특히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근데 그 책에 "임진 이북의 땅은 나중에 오랑캐 땅이 될 거니까 몸을 보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사실 평안도 쪽은 기독교도 상당히 흥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변방이고, 중앙 정부에게 차별을 받고 있었고, 또 국경 근처니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았을테고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정감록에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10승지라는 게 있다. 여기(링크) 참고. 링크에서 볼 수 있듯 십승지는 태백산, 소백산, 지리산 등 커다란 산 근처에 외부와 교류가 차단될 수 있는 곳이다. 이게 뭔지 왜 나왔는지 그런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나 복잡, 길어질 거 같으므로 그냥 알아둬야 할 건 이 십승지 중 첫 째가 풍기의 차암 금계촌이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믿고 살던 곳을 떠나 풍기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략 3번의 큰 이주가 있었다고 하는데 1진이 1890년대, 2진은 개성, 평양에 살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1920년대, 마지막으로 해방이 되고 난 후인 1945년 경 북한 전역에서 풍기로 이주를 했다. 


이렇게 평안도, 개성, 평양 사람들을 중심으로 풍기라는 마을이 다시 구성되게 된다. 




다시 시간을 좀 돌려서...


조선 중종 때, 그러니까 16세기 초반이다, 주세붕이 풍기 군수로 내려왔다. 주세붕은 평소 존경하던 유학자 안향이 영주 출신이라(바로 옆이다, 그때는 묶여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를 추모하며 소수 서원을 세웠다. 그리고 당시 풍기 지역에는 소백산에 산삼이 많아서 산삼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주세붕의 조사 결과 거기가 인삼 재배에 적합하다는 걸 깨닫고 재배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풍기는 조선 시대에 납품용 인삼의 중요 산지가 되었다. 그 외에 개성과 금산이 인삼 재배로 유명했다.


또 하나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함경도와 평안도에 섬유 공장을 집중 배치한다. 그래서 함흥에 방적 공장을 짓고, 평안도에는 명주 공장을 짓는 등 근대 섬유 산업을 시작했다. 



이런 결과로 개성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풍기의 인삼 재배업에 뛰어들고 평안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풍기에서 인견을 중심으로 한 섬유업에 뛰어든다.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다 보니 후손들 중에 냉면집을 하는 사람도 생기는 거고. 참고로 서울의 평양 냉면하고는 약간 풍이 다른데 평안도 냉면이라고 한다. 뭐 북한에서는 그냥 다 국수라고 한다니까...


참고로 정감록 믿고 내려간 사람들이 풍기에만 간 게 아니다. 십승지 목록 따라 갔는데 위에서 말했듯 평안도에서 출발한 사람들 중 풍기에 정착한 사람들은 인견 업을 했다. 그리고 공주 유구 쪽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자카드를 만들었다. 유구로 내려간 사람들은 목제 직기를 가정에 설치해 우모직을 생산했는데 이게 현재 유구 자카드 직물 산업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링크). 이외에 다른 곳으로 간 사람들은 양말이나 면장갑 등을 생산하는 소규모 직조 산업을 많이들 시작 했다고 한다. 


뭐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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