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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찢어진 청바지의 장르 구분

by macrostar 2017.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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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류가 사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시대별로 약간은 생각해 볼 점이 있으니까 적어본다. RAW, RIGID의 무가공의 새파란 인디고 컬러가 아닌 청바지 제품들에는 여러가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살짝 생각해 봐도 cut, damaged, ripped, distressed, dirty, mud 등등이다. 탈색의 방식에 따라 snow, sand, stone 워시 등등이 붙어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회사는 거의 없지만 예컨데 sand damaged mud jean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모래에 상처가 나고 진흙이 묻어 있는 청바지다. 여기에서는 이 모든 걸 합친 말을 할 때는 그냥 찢어진 청바지라고 하겠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찢어진 청바지의 시대를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창기의 인공미 그리고 다시 돌아온 후의 자연미다. 그리고 이 양쪽 다를 그럴 듯 함과 얼토당토하지 않음으로 또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아주 예전, 청바지가 그저 작업복인 시대에 찢어진 청바지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 시대는 공장이라면 부품이 낡은 것과 같은 의미다(새 기계의 반짝거림이 사라지게 된 것과 같다). 이 시대의 청바지는 어디까지나 공장의 부품, 군대의 보급품과 같은 거다. 그러므로 등 뒤에 로트 번호와 사이즈(W와 L)를 적어 놨다. 패션으로든 의식주 중 의로든 사이즈와 형태를 남 보라고 바깥에 적어놓을 이유는 전혀 없다. 또한 개인 작업자의 경우도 작업복과 생활복을 분리해 사용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초기 청바지는 상당히 비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전용으로 사용하는 데님은 낡고 찢어진 청바지가 되어 간다.


여기까지는 전혀 패션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론 브란도의 리바이스나 제임스 딘의 리 청바지가 패션의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반항과 젊음의 상징이었지만 약간 닳긴 했어도 찢어지거나 한 부부은 없다. 초기 펑크의 시대도 보면 찢어진 청바지가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는다.


여튼 찢어진 청바지의 대중화는 펑크-하드록-헤비메탈-얼터너티브 같은 류의 거친 젊음의 음악과 함께 대중화된 건 확실하다. 초기의 찢어진 청바지는 찢어진 곳은 기워 입는다 + 반항을 상징하며 일부로 찢어놓는다는 경향이 강했다.



라몬즈가 입고 있는 청바지는 무릎이 집중적으로 찢어져 있는데 물론 일부러 찢은 거다. 무릎이 저렇게 찢어질 정도로 무릎 사용량이 높았다면 옷이 저 지경이 될 동안 무릎뼈는 아마 사라졌을 듯... 뭐 여튼 처음 등장한 찢어진 청바지는 Ripped 데미지라고 할 수 있고 어디까지나 인공미가 강조되어 있고 반항이 강조되어 있다.



이게 2000년대 들어 레트로 유행과 함께 당시 등장했다. 그러면서 나온 말이 Distressed다. 이건 압박을 많이 받아 그렇게 되었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입다가 찢어진"과 "처음부터 찢어놓고 파는"은 엄밀하게 분리된 종류다. 처음에는 있을 법한 무늬(여기서 자주 말한 벌집 무늬, 고양이 수염, 스택, 허벅지의 찢어진 자국, 기운 자국)를 재현했다. 


요즘 볼 수 있는 청바지들은(물론 그저 무늬의 재현에 집중한 바지를 리바이스 같은 곳에서도 여전히 내놓고 있지만) 있을 법한 데미지를 재현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경우도 보면 곱게 지내다가 곱게 상처가 난 옷을 곱게 입고 다니는 군...의 느낌이 강하다. 


또한 양산 청바지들의 데미지도 조금 더 진전해 오토바이 타면서 입고 다니다가 넘어져 미끄러진 자국을 넣는다든가 하는 등 가상 스토리가 들어간 - 이건 오타쿠 개인 업자들이 하기에 알맞은 작업이다 - 청바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항의 느낌이 제거된 듯한 찢겨졌지만 곱게 다듬어진 청바지.


 그리고 레플리카 청바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이건 1990년대, 2000년대에 만드는 1950년대의 청바지이기 때문에 청바지에도 그냥 복각이 아니라 스토리가 들어갔다. 예컨데 예전 서부 개척시대에 조 맥코이라는 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 실존 인물이다 - 그 사람은 사업가였는데 옷 장사도 시작했지 - 이건 뻥이다 - 그때 나온 청바지야... 가 조 맥코이 시리즈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도 어디까지나 비지니스니까 앞뒤가 맞아야 하고 조 맥코이도 시장의 수요에 부응해 작업용, 카우보이용, 부츠컷 등등을 내놓는다. 


그리고 데미지드도 마찬가지로 노동자로 2년 지낸, 카우보이로 5년을 지낸 등등의 스토리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데미지드 진들은 청바지를 가지고 하는 또 하나의 장난, 즉 리지드 데님을 구입해 페이딩을 만들기와 대응한다. 예컨대 조 맥코이의 1950년대 판 바지를 2015년에 구입해 라멘집에서 2년간 일하며 입은 결과.... 등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거고 심지어 1950년대에 나온 리바이스를 실제 카우보이가 입었던 결과물도 어딘가 존재하고 있는 거다.


이중 어떤 건 가상의 상상에 걸쳐 있고 어떤 건 실제의 결과물이다. 뭐 여기에 우열은 없는 게 맞다. 그럴 듯 함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고 실제로 했는데 그럴 듯 하게 나오지 않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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