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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영화 이야기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보다

by macrostar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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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기에 이런 저런 문화 이야기도 하겠다고 했던 게 문득 생각이 나서...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봤다. 참고로 스포가 포함되니 그런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길. 여튼 공포 영화는 그냥 그런데 에일리언 시리즈를 좀 좋아하고 프로메테우스가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좀 하고 있었다.



에일리언은 기본적으로 피조물의 반란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확장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 상태다. 그 세계관을 완성시킨 게 프로메테우스였다. 에일리언 시리즈와는 다르게 프로메테우스는 잔뜩 폼을 잡고 이런 커다란 세계관 영화 특유의 모호함을 잔뜩 선보였는데... 프로메테우스 후편이 나온다던 이야기가 취소되고 에일리언의 프리퀄 격인 영화가 나왔고 내용이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사이의 이야기라길래 뭔가 좀 찝찝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을 나름 좋아하니까 기회가 되어서 봤다. 


그런데 중간에 우연히 내린 별에 망토 쓴 누가 탁 나오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프로메테우스에 나왔던 그놈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게 맞다고 확인되는 순간 뭐랄까... 이 영화의 앞 뒤가 너무 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프로메테우스의 모호한 즐거움까지 일거에 날려버렸다. 혹시나 반전이 있을까 했는데 예상 그대로 흘러갔다. 


여기서 "예상 그대로"라는 부분이 생각해 보면 좀 재밌는데 : 리들리 스콧이 이 밥상을 이제 엎으려 한다 혹은 프로메테우스를 보며 헛소리하는 오타쿠들이 싫었다 등등등. 


여튼 쏘우에서 마지막에 나쁜 놈이 갑자기 설명충이 되어 내가 이랬지 저랬지 하며 자기가 놓았던 덫을 (구차하게) 설명해 주는 거처럼 이 영화는 거의 모든 걸 선명하게 설명해 버렸다. 사실 예전에는 무슨 영화를 내놓고 그게 히트를 치면 세계관을 넓혀가며 시리즈를 만들고, 또 그걸 더 넓혀서 프리퀄을 만드는 걸 보면 애초에 저런 생각을 해놓고 시작했을리는 없으니 뭔가 임시적인 느낌이 날 수 밖에 없고 그게 별로 탐탁치 않았는데 오늘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보니 그렇게 앞 뒤를 채워나가는 창작자의 재미가 또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리고 영화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해병대, 과학자 뭐 이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어딘가 정착해서 개척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뭐든 좀 어영부영... 모르는 행성에 들어가서 아무 거나 막 건들고, 담배 계속 펴대고,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사람도 없고, 선장까지 제대로 일을 못하는 모두가 다 부족하고 한심한 존재들이다. 


여튼 이 정도로 설명충 영화일지는 몰랐는데 좀 너무했다. 다만 스릴과 서스펜스 부분은 역시 잘 만들었다. 모두가 저기서 뭐가 나올 거라는 알고, 그게 뭘 할지도 알고, 심지어 그 예상을 한치도 어긋남이 없이 그대로 보여주지만 예상보다 더 잘 영상화가 되어 있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여튼 종종 프로메테우스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게 다 사라져버린 게 아쉽고 이렇게 정리해 버리니 에라 잘했다 싶기도 하다. 


이제 그저 구석에서 궁싯거리던 음흉스러운 악당이었던 데이빗은 두 개의 문명과 종을 파괴한 최고의 빌런이 되었는데 혹시 그와의 대결을 다룬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다. 아니면 그냥 인공지능 무서워... 뭐 함부로 만들지 마라...로 끝나버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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