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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두 개의 태도

by macrostar 2017.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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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 내내 집에서 뒹굴며 방송을 봤는데 그중에 인상적인 건 립스틱 프린스와 뷰티뷰였다. 나름 장수를 향해 가고 있는 대표적인 뷰티 방송으로 겟잇뷰티가 있는데 여러 대항마들이 나오고 있다. 겟잇뷰티도 이번 주 부터 2017 시즌이 시작되는데 듣기로는 산다라 박, 김세정 등이 진행한다고 한다. 립스틱 프린스는 순수 뷰티 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좀 있고 송지효의 뷰티뷰는 겟잇뷰티와 상당히 대척점에 있다. 일단 웃기고 즐겁게 보기로는 아무래도 이쪽이 한 수 위다. 어쨌든 뷰티 방송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겟잇뷰티가 시작되면 언제 한 번 훑어 보는 걸로...


뷰티 예능 방송은 화장을 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도 보다 보면 뭐 화장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피부 관리 팁 같은 걸 얻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패션 예능 방송은 여러 곳에서 시도를 하는데 그렇게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케이블 방송 뿐만 아니라 KBS에서도 어스타일포유(김희철, 구하라, 보라, 하니)를 방송한 적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패션은 덤처럼 따라오고 어디까지나 아이돌 예능 방송이었다. 당시 재밌게 보기는 했는데 좋은 패션 방송이었다...는 라기 보다는 재밌는 예능이었지... 쪽이 더 가깝다.


그리고 런드리 데이가 있다. 1회였던가 보고 나서 이건 왠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보질 않았는데 뷰티 방송을 몰아서 보다보니 생각나길래 몇 편 찾아봤다. 여기서 방송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는 좀 그런데 이건 물론 패션이 개입되어 있기는 한데 패션 방송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 건지 말하기가 상당히 애매한데 여튼 선술집 풍 아저씨 식 진지함이랄까...가 상당히 심해서 역시 보기가 힘들었다. 


여튼 5회였나 레귤러 MC인 아이린 지원차 조이, 슬기가 나왔는데 둘의 옷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상반되는 게 흥미로웠다. 그 이야기나 잠깐 해보려고...



멤버 중에서 패션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슬기라고 하는데 빈티지 샵도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그런다는 거 같다. 즉 옷 자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고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링을 시도해 본다든가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에 비해 조이는 옷에 그다지 관심은 없는 거 같고, 레이어드도 싫어하고, 빳빳한 천도 싫어하고 등등 여튼 몸이 제약을 받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예뻐 보이게 하는 옷이 좋지 예쁜 옷은 별로라고 한다.


이 두 가지 태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의 양쪽 끝이다. 이 두 가지 생각은 모두 중요하다. 이왕 패션이라는 게 있으니까 옷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예뻐 보이는 것도 옷과 패션이 가지는 중요한 목적이다. "너가 멋져 보인다"라는 말과 "그 옷 멋져 보인다"라는 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너가 그 옷을 입으니 멋져 보인다:도 있다. 보통은 두 가지 생각이 조합된 옷도 예쁘고 자기도 예뻐 보이는 걸 찾아 다니는데 그런 건 세상에 잘 없는 법이고 선택의 상황에서 균형점은 다들 다르다. 옷은 정말 흥미진진하게 생겼는데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경우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다들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엔 가능하다면 들고 온다.


옷장의 구성이란 책의 구성과 비슷하게 한 사람의 태도, 삶 같은 걸 종합하게 된다. 갈팡질팡하면 엉망으로 리스트가 쌓이기 마련이고 나중에 처치가 곤란해 진다. 태도가 명확해 지면 그런 면에서는 더 딥한 리스트를 가질 수 있는데 대신 예외적인 요소가 개입하기 어려워지므로 고만고만해 진다. 여튼 자연 균형이 생길 때까지 방치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살 때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좀 더 시간과 품,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걸 보면서도 느끼지만 패션에 대한 관심, 옷에 대한 관심은 패션과 직접 관련된 직업을 제외하자면 무슨 일을 하는가와 별로 상관이 없다. 예컨대 아이돌들은 연습생 시절 내내 가능한 편한 옷, 츄리닝을 입고 살고 데뷔를 하고 나면 전문가들이 개입한다. 옷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고, 옷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또 아주 좋은 환경이다. 그러면서 옷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사람도 있을테고, 옷에 흥미를 잃는 사람도 있을 거다. 즉 뭐 원래 성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치지 비율은 비슷하지 않을까.


어쨌든 결론은 즐겁고 재밌고 유용한 패션 예능 방송이 좀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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