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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레플리카 데님의 몇 가지 디테일 - 뒷주머니

by macrostar 2017.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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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좀 없는 상황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몇 개의 분노와 몇 개의 좌절, 몇 개의 즐거움, 마음은 바쁨... 하지만 돈이 없음이라는 내 삶의 전형적인 단편이 또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여튼 그런 이유로 여기에 짧은 이야기 밖에 못 쓰고 있는데 오늘 집에 일찍 온 김에 옷과 함께 즐겁게 사는 방법 시리즈(라고 지금 이름 붙인) 또 하나로 레플리카 데님의 디테일 두 가지에 대한 이야기다... 를 쓰려고 했는데 둘로 나눴다. 그러므로 오늘은 뒷주머니. 


예전에 뒷주머니가 붙어있는 방식에 대해 가볍게 쓴 이야기도 있으니(링크) 심심할 때 그것도 한 번 읽어보시고... 뭔가 뒷주머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 꼭 그런 건 아니라는 말씀을 미리 하고.


몇 번 말했듯 데님이라는 천은 마찰에 약하고 같은 부분에 계속 마찰이 있으면 구멍이 나는 문제가 있다. 페이딩이라는 건 이걸 좋다고 즐기는 일이긴 한데 아무튼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다 보면 이렇게 된다.


휴대폰이나 지갑 같은 걸 넣고 다니도 보니 저렇게 된 건데 물론 저런 모양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러 똑같은 자리에 넣고 다니거나 금속으로 된 걸 넣고 다림질을 하기도 한다(예컨데 코인 주머니에 지포 라이터). 특히 레플리카의 팬 들 중에는 페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요새 레플리카 청바지는 색이 빨리 빠지고 옷도 빨리 해지게 설계된 경향이 있는 거 같다. 



크고 두껍고 거대한 금속 단추가 달려있고 벨트와 연결되는 지갑을 쓰는 경우도 있다. 대략 오른쪽 사진과 같은 세계로 이건 와일드한 웨스트 룩, 모터 사이클 록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필수품이자 저 가죽과 금속 소재 역시 오랜 사용에 따라 경년 변화가 생기므로 또한 세월을 즐겨보는 제품이다. 물론 거추장스러운 거에 취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군더더기 같은 존재다. RedMoon 같은 브랜드가 인기가 많은 거 같다.


아무튼 뒷 주머니에 저렇게 구멍이 나는 걸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다. 보통 청바지 뒷 주머니의 안쪽은 이런 모습이다.


그냥 다른 부분과 똑같다. 사실 옷을 그냥 입고 있는 상태에서 데님의 안쪽 면을 만질 일은 거의 없는데 뒷주머니를 자주 사용하면 만나게 된다. 요즘 리바이스의 경우 상당히 까칠까칠한 느낌이 나는데 그게 상단 두 줄의 체인 스티치와 결합되어 배가가 된다. 나름 기분 환기도 되고 해서 좋아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별 느낌없이 부드러운 데님일 뿐이다. 저런 건 뭐라도 넣고 다니면 금방 모양이 잡히고 맨 위 사진 같은 운명을 걷게 된다.




이건 에비수 레플리카의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 자세히 보면 뒷주머니 안쪽에 보강천을 대놨다. 이 보강천 때문에 한참 시간이 지나면 이런 형태로 낡게 된다.



처음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보이는 뒷주머니에 선명한 가로줄... 모델 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리나 랭글러의 빈티지 모델 중에서 저런 종류들이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판매한 슈가 케인의 M41300의 경우(링크) 뒷주머니 안쪽에 통으로 보강천을 대어 놨다. 이 청바지는 코인 포켓 안쪽도 이렇게 되어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청바지는 거의 없는데 이게 몇 가지 효과를 만든다. 예컨데 이 바지는 빈티지 타입의 커다란 주머니가 특징인데 보강천까지 대어져 있어서 뒷주머니의 존재감이 유난히 크다. 


게다가 이 시절 슈가 케인의 데님은 유난히 빳빳하고 딱딱한 게 특징이라 거기에 저런 것까지 붙어 있어서 저게 엉덩이 실루엣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는 허벅지 부분 페이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갑 같은 걸 넣어도 전혀 무리없이 팽팽하게 버티고 또한 입구 부분에 접혀져서 스티치 붙어 있는 부분도 꽤나 두터운 편이라 뒷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존재감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바지가 다 낡아 사라져도 저 뒷주머니는 살아 남을 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 저렇게 쨍쨍하고 크고 두꺼운 뒷주머니를 경험하고 나면 다른 뒷주머니의 존재감 따위 어지간해서 성이 차지 않게 된다. 물론 줄창 사용하다가 보면 무늬는 생기기 마련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변화해 감을 즐기는 타입이라 쉽게 모양이 생기는 요즘 레플리카와는 애초에 가는 길이 다르다. 그러고보면 20여년 사이에 사람들의 이런 미세한 취향들도 참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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