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 취향

by macrostar 2016. 10. 3.
반응형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취향이란게 있다. 그런 게 잔뜩 쌓여 취향의 영역이 구성된 사람이 있을테고, 그런 게 전혀 없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전혀 없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이론상 불가능할 이유도 별로 없다. 나도 나 자신을 평가해 볼 때 그런 게 많지는 않은 거 같은데 분명히 있긴 있다. 어쨌든 사소한 취향에 대한 이야기다.



청바지의 뒷주머니를 붙여 놓은 부분인데 저 위에 자잘한 실... 이런 거 좀 별로라고 생각한다. "싫다"라기 보다는 "탐탁치 않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꼭 에일리언 이빨처럼 생겨가지고 저렇게 연결 부위가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으니 어딘가 약해 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커터칼 가져다가 주르륵 뜯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키게 생겼다.



맨 위 사진은 슈가 케인이고 아래 사진은 버즈 릭슨이다. 사실 버즈 릭슨의 청바지는 슈가 케인에서 만든다(모 기업이 토요 엔터프라이즈로 같다). 같은 곳에서 만들기는 해도 두 회사의 청바지는 향하는 지점과 특징이 꽤 다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치명적인 부분을 보면 겹친다. 즉 같은 약점을 공유하고 있다.


버즈 릭슨은 훌륭한 옷을 만드는 회사고 슈가 케인도 훌륭한 옷을 만드는 회사지만 이 부분도 그렇고 또 몇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다. 전반적으로 청바지는 잘 아는 거 같은데 정작 바지는 잘 모르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짚신 장수 아저씨가 왠지 모르겠지만 만든 짚신이 팔리지 않던 아들에게 유언으로 "털..."이라는 말을 남겼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뭐 내가 이렇게 생각하든 말든 슈가 케인이고 버즈 릭슨이고 불티나게 잘 팔리는 거 같지만...




이건 리바이스의 옛날 모델이다. 전쟁 때 스티치용 실도 잘 못써서 페인트로 칠했기 때문에 주머니에 그려진 유명한 V모양 스티치는 사라져서 없고, 오래된 제품이라 가죽 패치도 붙어 있던 자리만 남고 사라졌다. 그래도 리바이스 옛날 모델이다. 


이 제품의 주머니를 보면 안으로 파고 들어 주머니를 붙여 놨다. 사실 저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청바지라는 물건이 완벽에서 매력이 나온다기 보다 임시변통, 임기응변에서 매력이 나오긴 한다. 빈티지 의류도 설계대로 완벽한 물건은 그것대로 인기가 있지만 실이 중간에 끊기거나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주머니를 붙이던 분이 "자, 이 일을 이제 어쩐다..."하는 흔적이 있는 것들도 인기가 꽤 있다. 레플리카 중에는 그런 특수한 것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꽤 있다.


다시 주머니 붙인 박음질 이야기를 하자면 리바이스의 경우 좀 불안정한 느낌이 있다. 요새는 저 위 송곳니처럼 보이는 두 줄도 보이지 않게 붙여 버린다. 즉 살짝이지만 맨 위가 약간 덜렁덜렁하다.



이 부분은 은근 레플리카 청바지 업체들을 괴롭히는(?) 문제다.



조 맥코이에 있다가 나온 분이 만든 프리휠러스라는 브랜드의 청바지는 구형 리바이스의 느낌이 좀 난다. 적어도 에일리언 이빨 같은 게 없다는 점에서는 좋다. 주머니 스티치 부분을 보면 아주 열심히 "대충"을 복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주머니 왼쪽 위로 튀어 나와있는 실은 주머니를 박을 때 재봉틀로 한 번에 드르륵 붙였다는 증거다. 요새는 저렇게 하지 않는 데 예전에는 저렇게 했다.



웨어하우스의 경우엔 약간의 트릭을 썼다. 자세히 보면 다른 색(짙은 초록색)의 실로 "덜렁거림"이 예정된 부분을 붙여 놨다. 이건 약점을 간파하고 미리 대비를 해놓은 케이스다. 엄밀한 복원이라는 점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겠지만, 보다 나은 구형 생산 방식의 청바지라는 점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이거 말고도 자잘하게 개입을 꽤 해놓은 게 이 브랜드 청바지의 특징이다. 



유니클로의 경우엔 근래의 리바이스와 똑같은 방식이다.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유니클로는 어설픈 점은 있어도 "이건 원래 이런 거다"라고 확신하는 부분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의 방법들이 드러난다. 물론 백 포켓 고정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다. 자신의 방식이 전혀 없는 브랜드도 물론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른다. 맨 앞에 말한 취향이 없이 구성된 인간과 같은 존재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