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더운 여름, 늘어지면 끝도 없다

by macrostar 2016. 7. 26.
반응형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예년의 경우 8월 15일이 되면 (물론 계속 덥긴 하지만) 소위 "가마솥 더위"의 어느 부분인가가 한 풀 꺾이면서 그래도 살 수는 있는 날씨가 되었기 때문에 한 달만 잘 버티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보를 보니까 이런 더위가 9월까지 계속 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온도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지구라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 암담한 기분이 든다. 여튼 한 보름을 이건 살 수 있는 행성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는 도저히 더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요새 다시 얻고 있다.

 

여튼 그렇다고 늘어지면 끝도 없이 늘어진다... 이런 무더위를 나기 위해서 의복 선택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필요한데 예컨대 가장 쉬운 건 가능한 얇고 부실한, 소위 "입어야 하니까 입는" 계열이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더위도 더위지만 땀 나서 축축 끈적해 지는 걸 너무나 싫어하고, 게다가 좀 심하게 없어 보여서 잘 안 입는다. 반바지도 잠 잘 때 빼고는 잘 안 입는데 이건 습관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바깥에 입고 나갈 만 한 건 한 벌인가 밖에 없다.

 

며칠 전에 옷장을 좀 정리했는데 조막만한 방에 있는 조막만한 옷장에 뭔 이상한 옷이 그리도 많은지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것들을 왕창 갖다 버리고 셀프 수선이 가능한 건 고쳤다. 그러면서 했던 이야기가 여기(링크)에 잠깐 나와있으니 참고... 

 

그리고 혹시 30 사이즈 청바지 입으시는 분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막 입는 옷이 필요하시다면 하나는 물이 좀 빠지고 하나는 아직 파란 걸로 두 벌이 있는데 저에게 말씀해 보시는 것도... 찢어지거나 한 부분은 없어서 버리긴 아까워서... 전 못 입는 다는...

 

그리고 상의는, 작년에는 계속 반소매 티셔츠만 입었는데 가능하면 버튼 다운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다. 뭔가 옷으로 레귤래러티를 정신에 부여하고 바른 자세로 걷고 늘어지지 않도록 채근하는 부적 같은 역할이다. 의지가 부족하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근데 3벌 인가 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옷장 뒤지다가 아주 예전에 구입했던 미군 셔츠를 발견해서 입고 있다.

 

 

뭐 이런 거. 위 사진은 이베이에 올라와 있는 거. 군인도 싫고 군복도 싫지만 그럼에도 견고하고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품질에 저렴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건 역시 군복 밖에 없다... 는 생각을 하던 시절에 구입했었다. 하지만 막상 사 놓고 보니까 어깨 견장과 반소매가 과연 어울리는 조합인가라는 의구심에 많이 입진 않아서 여전히 멀쩡하다. 말하자면 옷장 데드스톡... 저 셔츠는 정확히 어느 군에서 사용하던 건지는 잘 모르겠고, 이쪽 분야가 다 그렇듯 보급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데(그러므로 아주 싸지 않으면 의미없다) 라벨로 보아 1980년 생산품이다. 그리고 내 옷장에 들어간 지도 한 10년 넘은 거 같다.

 

근데 그 사이에 살이 쪄서 그런지 여름 옷 치고 지나치게 딱 맞는 감이 있는 데 이번 주에 몇 번 입었더니 군복 답게 틀이 잡혀 있는 모습이 뭔가 여름을 나는 힘을 주는 기분도 든다. 태평양 전쟁 때, 베트남 전쟁 때 여기보다 더 습하고 더 더운 어딘가에서 어떤 이들은 저런 빳빳하고 두꺼운 걸 입고 돌아 다녔겠지... 이런 생각도 좀 하고. 뭐 일부러 더위 속에 뛰어드는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가짐을 다잡는 게 여름을 나는 방법이 아닐지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