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청바지는 원래 계속 고쳐 입는 옷이다

by macrostar 2016. 7. 11.
반응형

청바지가 다른 옷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건 색이 빠지거나 좀 뜯어져도 그냥 입는다는 거다. 새 옷을 샀는데 뜯어져 있어도 용납이 되는 건 청바지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낡았다는 인상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원래 낡은 채 입고 다니는 거다.



딱히 특이할 건 없는 양산 청바지도 오랫동안 입으면 자기만의 독특한 색이 나온다. 위 청바지는 유니클로의 S-002. 10년은 된 거 같은데 잘 모르겠음... 구형 버전의 유니클로 비 셀비지 청바지는 데님이 얇아서 잘 늘어나고 잘 찢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면 100%에 구석구석 제대로 박음질도 되어 있고 있어야 할 곳에 리벳도 제대로 박혀 있는 별 탈은 없게 잘 만들어져 있는 바지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오른쪽 뒷 주머니에 네모 모습으로 페이드가 되었는데 뭘 넣고 다니다가 저런 모습이 나온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청바지에서 문제가 잘 일어나는 곳을 보면 박음질이 뜯어지거나 데님이 찢어지는 게 있다. 그리고 지퍼가 고장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찢어지는 건 어지간하면 혼자서 땜빵이 가능한데 지퍼는 그게 어려워서 수선집에 맡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래 본다면 버튼 플라이 방식이 아무래도 더 오랫동안 기본 모양을 유지하며 버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완전한 건 아니라 버튼 리벳이 떨어질 수도 있고(이건 좀 일이 복잡해 진다) 버튼홀이 뜯어질 수도 있다(이건 줄줄이 꿰매면 된다). 


이런 점들을 보더라도 이건 좀 오랫동안 가지고 있자 싶은 청바지를 구입할 때는 여튼 복잡한 부분이 없고, 유행을 탈 가능성도 없고(밑단 21센티미터의 스트레이트는 영원하다), 염색을 한 후 아무 데도 건들지 않은 로 상태가 괜찮다. 언샌포라이즈드, 샌포라이즈드는 사이즈 문제에서만 중요하니까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싶다면 취향대로. 




이렇게 새로 구입한 청바지를 오랫동안 입고 다니면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땜빵을 해야할 때가 온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다. 일이 크다면 믿을 만한 수선집에 맡기는 것도 괜찮지만 간단한 건 혼자 할 수도 있다. 뭐 좋게 본다면 버리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을 때 저렴하게 처리할 수가 있고, 더불어 투박하되 유니크(...)한 청바지로 성장해 갈 수 있다. 나쁘게 본다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좀 구질구질하지(ㅜㅜ). 


땜빵의 길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슈가 케인의 론 스타 청바지는 일단 멀쩡히 만들어 놓고 5년 쯤 지났을 때 모습, 10년 쯤 지났을 때 모습을 만들어 내 분류해 선보이고 있다. 5년 버전에는 땜빵이 없고 10년 버전에는 있다.



참고로 이 청바지는 1930년대 리바이스가 오리진이라 뒷 주머니에 리벳이 숨겨져 있다. 여튼 이게 10년 버전인데 오른쪽 사진을 보면 뜯어진 부분의 실을 잘라낸 후 안쪽에서 데님을 덧대었다.





그리고 이건 카피탈의 디스트레스드 청바지인데 이건 좀 너무했다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하여간 징그럽게 오래 입으면 저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제품을 직접 본 적은 없는데 뭔가 냄새 날 거 같다... 여튼 이 청바지의 패치워크를 보면 위에서 덧붙였기 때문에 패치의 모습이 살아있다. 위 슈가 케인의 패치를 보면 다들 데님으로 했는데 물론 저것도 다른 면 섬유를 대는 방법이 있다.


어차피 하나의 길만 가는 건 아니고, 하루 아침에 끝나는 일도 아니니까 이렇게 수선 된 모습들을 기억하며 위 두 방식을 잘 조합해 나아가면 된다. 



주머니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윗 부분이 헤지는 경우가 많다. 맨 위 유니클로 바지를 봐도 뒷 주머니 윗 부분이 엉망이 되어 있다. 카피탈 데미지 데님의 이런 방법도 보기에 괜찮아 보인다.




우선 슈가 케인의 방식은 리바이스에서 패치를 가지고 데님을 리페어하는 방식에 대해 동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영상을 보면 굉장히 간단하게 쓱쓱 바느질을 하는데 (손재주가 없는 경우) 막상 해보면 저렇게 쉽지는 않다. 


패치의 경우에도 저거랑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되는 데 몇 가지 툴이 나와있다. 누디진이나 모모타로 등 청바지 전문 회사에서 리페어 킷이 나오고 있는데 싸게는 싱거 같은 회사에서 패브릭 리페어 킷이 나오는데 데님 킷도 있다.


이렇게 생겼다. 몇 가지 크기, 몇 가지 컬러로 다양하게 들어 있는데 한 쪽에 섬유 접착제가 칠해져 있기 때문에 천 위에 대고 물을 뿌린 다음 다림질을 하면 붙는다. 하지만 데님은 좀 두꺼운 섬유라 붙기는 해도 움직이고 하다보면 좀 불안한 감이 있기 때문에 위 영상의 바느질을 겸하면 상당히 튼튼하게 고정 시킬 수 있다. 이런 거 아마존에서 하나에 3, 4불 정도 밖에 안 하니까(배송료 포함해 10불 이하다) 가지고 있으면 유용하다.



아니면 다이소에 가면 옷 수선 테이프라는 게 있다. 1천원 짜리도 있고 2천원 짜리도 있는데 길이 차이. 좀 넓은 게 필요하면 지마켓 같은 데서 실크 패치, 수선 테이프 같은 거 찾아보면 나온다. 여튼 이건 섬유 접착제가 양면에 칠해져 있는 거로 패치를 붙일 때 이걸 대고 물 뿌려서 다림질 하면 된다. 역시 이거랑 바느질을 겸하면 그래도 손쉽고 꽤 튼튼하게 처리할 수 있다. 주머니 안 쪽 뜯어진 거 같은 작은 문제는 천 조각 구해다가 이걸로만 해도 괜찮게 달라 붙는다.


뭐 그래도 이런 건 접착제가 옷에 스며든다는 문제점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손재주가 좋다면 그냥 바느질로 잘 떼워보는 게 좋긴 좋지 않을까 싶다. 카피탈의 저 패치 워크 청바지는 꽤나 비싼 데 제대로 된 수선과 관리에는 당연히 기술과 비용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러므로 혼자 너무 굉장한 일을 벌리려고 하지는 말고 그냥 작은 문제 정도는 고쳐 나가면 나름 재미있는 청바지 라이프가 만들어 지지 않을까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