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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빈티지 옷 이야기

by macrostar 201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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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를 가끔 들르거나 트위터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맨날 유니클로에서 주어진 옷만 사 입는다 - 이를 사복의 제복화와 구별해 랜덤 인생 혹은 랜덤 패션이라고 개인적으로 이름 붙이고 있다 - 가 최근 기본적인 의류 소비 패턴이다. 주어진 옷이라는 건 매대 등에서 싸게 파는 옷을 말한다. 즉 주황색 체크 무늬 셔츠를 5천원에 팔고 있으면 아 이제 주황색 셔츠 무늬 셔츠를 입게 되겠구나 생각하고, 우주형제 UT를 5천원에 팔고 있으면 (그게 뭔지는 잘 몰라도) 이제 우주형제 티셔츠를 입게 되겠구나 한다. 간단하다.


이게 베이직이긴 한데 종종 유즈드 샵 등을 이용해 뭔가 구입하기도 한다. 물론 국내 뿐만 아니라 종종 해외도 이용한다. 이건 아주 쉽지는 않은 게 제 몸의 사이즈와 화면과 실제의 괴리 같은 걸 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뭐 한 때의 네임드 혹은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거라면 그나마 쉬운 편이다. 


빈티지 샵 이용의 좋은 점은 꽤 괜찮은 제품을 나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좀 더 거국적으로 보자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청바지에 합성 인디고를 사용하는 것보다 퓨어 인디고를 사용하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되겠지만 더 좋은 방법은 세상에 남아있는 걸 어떻게든 끝까지 사용하는 거고 그 다음은 재활용하는 거다. 나쁜 점은 우선 이게 좀 피곤하다는 거다. 꽤 넓은 눈으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어야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남의 쓰레기를 돈 주고 제 집 쓰레기로 옮길 뿐인 멍청한 짓을 좀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있다.



위 사진은 미국의 미스터 프리덤 매장. 특히 데님, 워크웨어 류는 빈티지 샵을 운영하다가 혹은 빈티지 샵의 단골이었다가 자기 브랜드를 런칭하는 경우가 많다. 미스터 프리덤은 슈가 케인과 콜라보 브랜드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종종 MFSC라고 적혀 있는 옷을 발견할 수 있다. 꽤 괴상한 옷을 내놓는다.



한국 중고샵은 꽤 오래 전부터 몇 군데 들락거렸는데 거의 다 사라졌다. 이제는 거의 온라인 중심으로 옮긴 거 같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프라인 샵으로는 좀 어렵고, 온라인 샵으로는 버틸 수 있는 정도 수준인 거 같다. 몇 군데 사이트와 옥션 같은 곳에 있는데 네임드 제품이나 직구로 많이 사는 브랜드의 제품이라면 꽤 금방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한국에서 빈티지 옷의 인기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샵의 콘셉트나 셀렉트 능력 같은 것도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고 국내에서 만들어져 다시 팔리는 제품의 비율도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니까 데님 헌터 같은 직업도 성립하기 어렵다. 게다가 편견을 가지거나, 기분 나빠 하거나, 심지어 무서워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어떤 시대의 옷은 그 시대가 아니면 만들지 못하고, 거기서 오는 재미가 꽤 있다. 유니크 한 스타일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이 쪽을 뒤져보는 게 역시 재미있다.


외국에서도 위 미스터 프리덤처럼 오랫동안 영업하고 있는 곳들도 있지만 이게 유행을 하다 지다가 뭐 이렇게 계속 가고 있다. 그러다가 요새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건데... 요즘 대형 브랜드들이 조금씩 이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눈에 띄는 데 일본의 경우 빔스 플래그십과 빔스 하라주쿠에서 작년부터 중고 옷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유나이티드 애로우가 아오야마에 유즈드 샵을 열었다는 소식도 있다. 두 브랜드 다 한 때 유럽산, 미국산 제품들을 들여와 돈을 왕창 벌었던 과거가 있던 곳들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에이랜드에서 꽤 예전부터 중고 옷을 팔고 있다. 뭐 하나 살 게 잘 없어서 그렇지... 여튼 하긴 한다. 얼마 전에 가봤더니 사이즈 자체가 이제는 여성용이 많은 거 같았다. 


유니클로의 데님 류가 꽤 강화되고 있던데(봄에 꽤 그럴 듯한 워크 셔츠와 데님 셔츠가 나왔고 가을에는 청 자켓이 나왔다) 여기에도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으려나 궁금하다. 이것도 문제가 다가오고 있는데 괜찮게 만든 옷들은 점점 더 낡아가고 있고 그리고 빈티지 샵에도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의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즉 뭔가 고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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