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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히잡,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인 돌체 앤 가바나

by macrostar 2016.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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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 앤 가바나가 히잡 앤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였다. 히잡은 알테고 아바야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신을 가리는 의복을 말한다. 이태리 시칠리아 출신 브랜드가 히잡 컬렉션을 내놓은 점에서 매우 복잡한 상념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 이야기를 잠깐. 우선 첫번째 히잡 컬렉션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링크).



우선 이 옷은 어떤 지역, 종교의 전통 의상이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고 그러므로 보존의 가치가 있다. 특히 아바야는 종교적인 목적의 의상이지만 오랜 시절 입어왔고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전통 의상 케바야 같은 의상의 원류로 알려져 있다. 즉 이 의상 장르는 세계 민족 의상 탐구의 줄기에서 중요한 고리를 차지한다. 한복이 인기가 있든 없든 계속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보존이 되고, 혹시 트렌디 해 진다면 전통 의상의 보존과 함께 더욱 큰 베리에이션을 얻으며 발전해 갈 거다. 문화란 원래 그렇다.


그리고 럭셔리 의상의 주 소비자 중 하나는 석유 부자인 중동의 여성들이다. 어차피 히잡과 아바야를 입을 거라면 좀 좋은 걸 입고 싶은 생각이 있을 거다. 그런데 돌체 앤 가바나니까 그런 쪽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속옷만 좋은 걸 입고 까만 천으로 덮는 짓은 안 해도 된다.


또 무슬림 의복은, 특히 히잡은 패션 아이템으로 약간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 다원주의의 일부일 수도 있고, 무슬림 문제가 하도 시끄러운데 방송과 인터넷으로 자주 보다 보니 궁금할 수도 있다. 덕분에 무슬림 + 힙스터를 뜻하는 밉스터즈(Mipsterz, 여기) 신조어도 있다. 놀릴려고 나온 말인데 패션 블로거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보면 심심찮게 보이고 핫 아이템 히잡 매칭 뭐 이런 것도 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돌체 앤 가바나가 히잡 컬렉션을 내놓은 이유일 테고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우선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예컨대 빅토리안 풍의 의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빙자해 사람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인간의 이상적 실루엣이 상정되어 있고 그걸 옷이 만든다. 본래의 체형은 무시된다. 물론 이건 개인의 취향으로 답답하고 비자율적인 의복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그게 너무 좋아서 입겠다면 말릴 대상은 아니고 사실 그런 것들 덕분에 하나의 장르가 지속되고 장인이 유지된다. 입든 말든 자기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런 걸 강제로 입어야만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히잡은 여성을 억압한다. 알다시피 남녀 평등 같은 문제에 있어 특히 극단적인 무슬림 문화권은 거의 중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건 타국의 문화 이런 걸 떠나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는데 이런 문제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직접 극복해야 할 것들이라는 점이다. 제국주의 시대 때처럼 누가 쳐들어가 너네 꺼 나쁜 거라며 다 뒤엎어 버릴 수 있는 시대는 아니고 더 많은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히잡 컬렉션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경향이 있다. 고유의 문화란 계속 써도 무방한 게 있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게 있고, 박물관에 있는 걸로 족한 게 있는 법이다. 2천 년이 넘게 한국에는 신분제가 있었지만 그걸 고유 문화라면서 이제와서 살리자고 하는 사람은 여튼 제정신이라고는 볼 수 없다. 민속 박물관이나 역사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걸로 족하고 그건 과거를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데 쓰인다.


글로벌 시대에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 문화의 여성 비하를 끊임없이 지적하거나 놀리거나 하면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 지 변혁의 단초 정도를 제공하는 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무슬림 국가들이 SNS나 인터넷 같은 걸 통제하고 있겠지. 여하튼 사우디도 보고 있으면 깝깝했는데 IS 같은 더 막장까지 등장했다. 몰론 약간은 더 자유롭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많은 이란 같은 경우 히잡 벗어던지기 운동도 꽤 하고 있다(링크)



그런 와중에 옷 팔겠다고 저런 문화를 가속시키고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컬렉션을 내놓는 건 너무나 무책임하다. 또한 만약 저런 거 마저 없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무명의 천으로 된 아바야만 입어야 하니 그게 더 비문명적이지 않냐고 할 수도 있고, 또 저런 신제품 히잡을 입다 보니 어느 날 자신의 권리에 눈을 뜰 수도 있다. 무슬림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아마도 율법상 저런 걸 만들지 않을테니 남이 대신 해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 문화에 이런 식으로 편승하는 건 결국은 저러한 억압을 방치하고 도와주는 꼴 밖에 안된다. 나중에 이슬람 문화의 여성 인권 문제가 완전히 극복되고 난 다음에는 히잡이 패션 트렌드로 편입되고 부르카가 페티시 서브컬쳐를 만들 지도 모른다. 히잡과 아바야를 만드는 사람들을 장인 제도나 인간문화제 제도 같은 걸 이용해 국가적으로 지속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히잡이 힙하다고 그걸로 멋을 내보려는 비 무슬림 패션 블로거들의 행위도 역시 마찬가지다. 


차라리 인스타그램의 니플 검열을 은근히 비꼬던 발렌티노처럼 반응하든지(링크),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입이라도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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