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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쇼트 더플 옹호론

by macrostar 2015.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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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플 코트는 좋은 옷이다. 저렴하고(원칙은 그렇다는 거다) 튼튼하고 따뜻하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겨울이 유난히 추운 한국 같은 날씨에 매우 적합하다. 하지만 이 옷은 떡볶이 코트라는 별칭으로 한때 고등학교 교복 위를 점령하는 바람에 일종의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이 되어 버렸고 덕분에 편견에 휩싸여 있다. 그 이후 이어진 노스페이스 800 구스 다운도 비슷하다. 


어떤 품목이 이렇게 과하게 소비되면 원래의 이미지로 돌아가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크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교복의 존재 때문이다... 교복이 없었다면 다 똑같은 옷을 입을 확률도 훨씬 낮았겠지...  


세계 대전 때 쓰던 프로토타입 더플 코트는 이렇게 생겼었다.



오른쪽 분은 몽고메리 장군이다. 더플 코트를 좋아해서 맞춰서 만들었든가... 뭐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더플도 크고 몸집도 크다.



 

바다 위의 매서운 바람을 견디고 뭔가 일을 하고 하려면 저렇게 입어야 한다. 떡볶이의 핵심인 저 토글 잠금 장치는 약간의 요령만 깨달으면 눈보라 속에서 미튼을 끼고도 풀 수 있다(라고 말하고 보니 그런 다음에 뭘 꺼낼 거면 어차피 장갑을 벗어야겠군). 군복이라는 건 원래 유니폼 위에 입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크게 나온다. 코트의 경우도 슈트 위에 입을 건지 아니면 그냥 스웨터나 후리스 위에 입을 건지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진다. 파타고니아같은 등산 제품도 동일 사이즈의 경우 이너에서 아우터로 갈 수록 사이즈가 점점 커진다. 그러므로 가장 두꺼운 후리스를 면 티 위에 입어야지 -> 한 사이즈 작은 걸 사야 함 이렇게 된다. 어쨌든 밀리터리 표준에 부합할 수록 사이즈가 크니 직구 거래시 실측 정보를 자세히 읽어보고 동일 제품을 검색해 보는 걸 권한다.


이렇게 무릎까지 오는 길이가 표준인데 더 긴 것도 있고 더 짧은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쇼트 코트를 좋아한다. 싱글도, 더블도, 피코트도, 더플 코트도 그렇다. 뭔가 활동적으로 보이고 실제로 더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플도 인기가 없는 판에 남성용 쇼트 더플은 더 희소하다. 여성용 쇼트 더플은 그래도 약간은 찾을 수 있다. 보통 라인이 달라서 공용 사용이 어려운데 뭐 그런 건 각자 몸 사정이 있는 거니까 알아서... 여튼 괜찮은 더플 코트를 만드는 곳에서도 내놓은 제품이 별로 없다. 글로버올도 몇 년 전에는 분명 있었는데 요새는 왁스드 오일 더플 코트같은 변칙 아이템만 보인다. 그나마 일본 쪽에 좀 있다.



피델리티는 피코트로 유명한 미국 회사인데 미국 쪽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가 없고 일본 쪽에서 다양한 쇼트 더플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작년 시즌 제품이다. 80% 울, 15% 나일론, 5% 아크릴 버전이 있고(링크), 80% 울, 20% 나일론 버전이 있다는 거 같은데(링크) 대충 써 놓은 게 은근 많은 거 같아 같은 옷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만원 대다.



검색해 보면 한때 유행했던 거라 꽤 다양한 컬러 버전들을 찾을 수 있다. 텍사스 오렌지 꽤 예쁜데...





아마존 등지를 검색해 보면 영국 몽고메리에서 나온 쇼트 더플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진은 좀 두툼해 보이는데 뒤적거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275불(링크) 정도에 파는 거 같다.




Orcival에서 나온 것도 있고





Schott에서 나온 것도 있다.


뭐 이런 식인데 쇼트라는 편견(보다 패셔너블함)에 휩싸인 덕분인지 다들 좀 얄쌍한 편이다. 짧다고 덜 추운 날 입는 게 아니라고... 그래 가지고는 더플 본연의 매력, 무식한 두터움이 없는데 그 점이 아쉽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좀 더 트렌드가 되야 좀 더 다양한 제품군이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러므로 이런 거라도 쓰며 그 날을 기약해 보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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