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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90년대 디자이너들의 재조명 Helmut Lang

by macrostar 201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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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큰 흐름을 살펴보자면 세계 대전 이후 의복의 양상이 대량 생산 체제의 완성 덕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이후는 이 새로운 양식과 과거 패션 양식의 결합 과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게 다 변하기 시작한 건 8, 90년대다. 이 세개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풀어 쓰기엔 너무 기니까 여기에서 하기는 좀 그런데 여튼 그 이후로는 완전히 새로운 건 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과격한 과거의 변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가능성이 있는데 요새 몇몇 디자이너가 주목하고 있는 3D 프린터나 새로운 소재 같은 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알렉산더 맥퀸 전시가 꽤 호평을 받았는데 호평보다 중요한 건 이게 트렌드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 패션이 변주하던 건 40년대, 60년대 뭐 이랬고 사실 90년대, 00년대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접근하기가 난감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90년이라고 쳐도 벌써 25년 전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거다. 그리고 그 사이 상황이 정말 많이 변했다. 비지니스 쪽도 그렇고 디자이너 쪽도 그렇다. 



여튼 맥퀸 전시나 존 갈리아노 복귀 뉴스 속에서 헬무트 랑에 대해서도 조용히 재조명이 시작되었는지 요새 부쩍 이 이름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90년대 하면 가장 중요한 건 꼼 데 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같은 일본 디자이너 들의 유럽 진출과 헬무트 랑의 등장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 같은 사람도 당시 헬무트 랑의 패션쇼를 보고 프리챌에 커뮤니티를 만들었었다. 


여튼 한창 어릴 때 본 것들의 영향력이라는 건 꽤 강해서 그 영향력에서 탈출하려면 꽤 노력을 해야 했던 게 사실이다. HBA의 쉐인 올리버도 헬무트 랑의 패션을 보면서 자랐다고 하는데 나이를 생각하면 약간 특이한 케이스 같기도 하다. 물론 여러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있었지만 이 기사대로 70년대에는 이브 생 로랑, 80년대에는 아르마니, 90년대에는 헬무트 랑이 패션신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건 분명하다(링크). 이와 더불어 며칠 전에는 확연한 00년대 룩으로 나타난 켄달 제너와 올슨 자매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는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이고 아래는 옷을 입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 양상은 약간 다르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 머리 속에 들어있는 과거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게 패션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 이런 현대 패션의 전개라는 게 다들 처음 맞이해 보는 거고 그러므로 이 방향이라는 게 임시적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예컨대 예전 디자이너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디자이너 하우스, 과거를 반복해 보는 패션 트렌드 다 마찬가지다. 80년대에는 피에르 가르뎅이나 파코라반처럼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승부를 해 보는 과감한 디자이너들이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렇게 과거가 계속 드리워지는 이유는 또한 지금 이 시점의 새로움을 패션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 이렇게 계속 다들 두리번거리며 나아가고 있는 거니까 또 내일 뭐가 나올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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