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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니히토

by macrostar 201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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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하곤 약간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얼마 전 멧 갈라가 있었는데 중국 전시에 맞춰서 중국풍의 옷을 입고 나왔다. 물론 어디까지나 '풍'이었고 덕분에 아주 괴상한 옷들을 잔뜩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오리엔탈리즘으로 점철된 패션 행사는 아마도 10여년 전만 해도 각종 비난에 직면해 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반사적으로 피씨함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가볍게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여튼 세상은 그 사이 꽤나 바뀌어 가고 있고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 페미니즘, 부랑자가 손쉽고 가볍게 리브랜딩 되어 캣워크에 오른다. 


어떻게 보면 겁이 없어졌고, 용인의 폭이 넓어졌고(이건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이러나 저러나 옷 가지고는 한 번 웃으면 된 거 아닌가(케 세라 세라) 하는 정서도 무척 커졌다. 예컨데 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 샤넬의 패션쇼에 대한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컬럼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이런 흐름은 꽤 당혹스러울 수 있다. 이건 가타부타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여튼 지금은 그런 시기다...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쥬니히토는 일본의 전통 의상이다. 헤이안 시대에 완성되었는데 일본의 귀족 부인들은 그 전까지는 보통 중국풍으로 옷을 입었다고 한다. 여튼 이 이야기는 위 반사적인 피씨의 작동이라는 경직적 사고의 문제와 관계없이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싶어서 사진을 다운받아 놓은 건데 컴퓨터 정리하다가 보이길래 지우기 전에 써본다.


쥬니히토는 일본어로 十二単라고 쓴다. 말 그대로 12겹 비단 옷. 학자들 唐衣裳라고 쓰기도 한다는 데 당은 중국 거 = 제일 좋은 거, 의상은 의상. 10세기 헤이안 시대에 완성되었는데 말이 12겹이지 겹쳐 입는 옷이 갯수 제한이 없어서 20겹씩 입고 그랬다. 그러다가 무로마치 시대에는 5겹으로 제한되었다. 주니히토도 헤이안 스타일이라면 오리지널, 에도 스타일이라고 하면 약간은 간략화 된 버전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요새는 영화나 박물관, 마츠리에서나 볼 수 있고 실제 착용은 일본 왕실의 행사 정도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여튼 이 옷은 마구 겹쳐있는 게 특징이다.



마사토 왕비 결혼식 때 쥬니히토를 입고 있는 모습. 보다시피 판매하는 비단을 별 손질없이 막 겹쳐 둘러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살아있다. 제대로 갖춰 입으면 20kg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저것도 그 정도는 될 듯. 이 겹쳐 입는 색감을 가지고 보통 계절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옷을 입는 사람의 센스를 과시한다. 저 결혼식은 여름이었는데 결혼식이라 그런지 안에 붉은 톤이 많다. 저런 레이어드는 저렇게 겹쳐 입는 거 말고는 어떻게 애둘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입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여기(링크)에 보면 인형을 가져다가 하나씩 입혀놓는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상하의로 이뤄진 속옷으로 시작해 히토에, 우치기, 우치기누, 우와기, 코우치기, 카라기누 등으로 레이어가 쌓이고 모로 마무리된다.


이걸 직접 보고 싶다면... 박물관처럼 가만히 있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위에서 말한 마츠리가 있다. 사이오마츠리(斎王まつり)는 미에현 타키군 메이와 마을에서 매년 6월 첫 주말 토요일, 일요일 이틀 간 열리는 마츠리다. 사이오가 누군지는 여기(링크)를 참고하고 여튼 이세 신궁으로 향하는 사이오의 행렬을 제현하는 마츠리로 헤이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120명 정도가 1.7킬로미터 정도를 행진한다고 한다. 홈페이지는 여기(링크). 


물론 저 더운 날(일본은 한국보다 남쪽이다!) 저 알 수 없는 곳(메이와 마을은 여기) 저런 걸 보고 있다 보면 난 대체 누구, 여긴 대체 어디.. 이런 잡념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인생의 어느 날씨 좋은 6월 첫 주에(비 오면 안 한다) 나라나 나고야 같은 곳에 있는데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여러 우연이 겹쳐 있다면, 그럴 때라면 당연히 한 번은 가볼 만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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