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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추울 땐 조거 바지를 입어봐요

by macrostar 2013.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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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성복 조류를 두 가지 방향에서 쳐다볼 수 있겠는데 하나는 잘 만들어진 테일러드고 또 하나는 역시 잘 만들어진 극단적으로 편안한 옷들이다. 요 몇 년 전부터 이런 경향은 지속되고 있는데 그러면서 둘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보기도 하고, 공유하고 있던 걸 일부러 떼어보기도 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공통점은 '잘 만들어진'이라는 거지만 이 말의 의미는 예전과는 약간 다르다.

그러니까.. 예전 가수들처럼 목소리가 우렁차진 않지만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요즘 가수들이라는 말이 작금의 남성복 상황과 좀 비슷한 느낌이다. 데님도 코튼도 예전처럼 무식하게 튼튼하지 않다. 옷을 입을 때 드는 뻣뻣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선호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사실 풀을 먹이거나 할 필요가 없는 건 풀을 먹일만한 코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까 왁스같은 복잡한 칠도 하면서 풀 먹이는 건 왜 안 하지. 세련된 표준 공정을 지큐 같은 곳에서 제시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여튼 조거 바지다. Jogger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츄리닝처럼 생긴 바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목 시보리가 달린 바지를 생각하면 된다.

 
이건 퍼블리시라는 곳에서 나온 울 바지다. 여기(링크). 울 100%고 헤비한 헤링본으로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이 옷은 울 담요를 잘라 바지를 만들었다는 2차 대전, 혹은 한국 전쟁 사진이 생각난다. 그냥 봐도 매우 둔탁해 보인다. 요즘 분위기에 만약 입겠다면 꽤 슬림하게 가야할 듯 한데 그러면 조거 바지의 편안함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따뜻할 듯 하다.


 
 이건 세스(Seth) 트라우저라고 하고 클럽 모나코에서 나왔다(링크). 발목 아래로 가면서 좁아지는 테이퍼드 바지로 테디보이나 록커스 같은 게 얼핏 떠오르는데 화룡점정처럼 발목에 시보리가 붙어있다. 소방차가 자주 입던 옷 같기도 하다. 이 바지 역시 울로 만들었다. 요즘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클럽 모나코의 울을 떠올려 보면 매우 부드럽되 먼지가 굉장히 잘 붙는 그 무언가가 생각난다.

위 링크를 보면 착용의 예시가 나와있는데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사실 이 정도로 좁아지는, 그리고 조거 바지, 더구나 난데없이 점잖은 블랙은 쉽진 않다. 언제나 주장하지만 입고 싶다면 정 사이즈를 구입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정신이 필요하다. 멋을 내보겠다고 큰 사이즈나 작은 사이즈로 베리에이션을 주면 그렇찮아도 대단한 옷이 '멋 좀 부렸네' 깔대기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마지막은 빌리어네어 보이스 클럽(BBC라고 한다) 예하 BEE LINE 라벨에서 나온 비 라인 립 스톱 히긴스 팬츠다(링크). 이름이 기니 영어로도 적어보면 BEE LINE RIP STOP HIGGINS PANTS. 립스톱은 튼튼하게 가공되었다는 소린데 굳이 안 튼튼한 옷이에요 라고 말하는 건 없으니 별 소용없는 부가어다. 여하튼 BBC, 특히 아이스크림을 좀 좋아하는데 비 라인은 본 적도 입어본 적도 없어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지 않겠나... 뭐 그렇게는 생각한다.

뭘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코튼, 울 이런 성분 표시를 안 하는 나라들이 있다, 대신 비비씨는 언제나 사이즈 표기가 꽤 성실하다) 여튼 위 셋 중 가장 비싼 210불이다. 자세히 보면 잔 격자 무늬가 있는 원단이고 위 카콜 외에 카모, 올리브 세 가지 색이 있다. 이 옷은 그야말로 편하게 생겨서 멋대로 다니는 데 적합할 거 같다.

생긴 건 꽤 마음에 든다. 영국 옷들은 개인적으로 이런 거지같은 것들이(거기에 꽤 좋은 소재를 쓴 거면 완벽하다) 참 좋다.하지만 얘네는 오프 매장에서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 길트에나 등장하면 모를까 아마존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1불도 안 깎아줘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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