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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과 Thonet 의자들, No 14

by macrostar 201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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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 보니 독일의 Thonet과 함께 만든 두 개의 의자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 나왔던 모델들인데 복각은 아니고(복각에 무인양품이 개입할 필요는 없을테니) 리뉴얼 리런칭 프로젝트다. 미하일 토넷의 No 14와 마르셀 브로이어의 B32 두 가지가 있는데 생각보다 길어질 거 같으니 No 14 의자 이야기만 이번에 쓰고 B32 이야기는 다음에.

No 14는 워낙 유명해서 의자에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사진으로라도 본 적이 있을 거다. 1859년 처음 나온 이래 1930년까지 5천만 개 정도가 팔렸고 의자 종류가 훨씬 다양해진 그 이후로도 몇 백만 개가 팔렸다. 카페 등에서 하도 많이 사용해 카페 의자, Bistro Chair 등이라고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당시 No 14에 도입된 가장 큰 기술적 혁신이라면 젖은 혹은 스팀된 나무를 휘는 벤트우드(bentwood)다. 너도밤나무 널빤지를 100도 정도로 데워 철로 된 몰드에 넣어 압력을 가한다. 그 다음 70도 정도로 24시간을 말려서 완성한다. 이 방식은 비숙련 노동자들도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했고, 덕분에 보다 저렴한 가격이 책정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오리지널 No 14는 몇 개의 나무 조각과 볼트 너트라는 간단한 부품으로 구성된다. 이런 건 Ikea의 flatpack(RTA 퍼니쳐, 링크) 방식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다.


초기 버전은 나무가 6조각이었는데 나중 버전은 8조각으로 늘어났다.

 
이 의자를 보면 등받이와 시트 사이에 위 부품에는 없는 버팀대 두 조각이 새로 들어간 걸 볼 수 있다.

요즘에도 Thonet에서 이 의자를 만들고 있다. 이름이 No 14에서 214로 바뀌었는데 초기 버전의 모습이다.

 
이게 지금 나오는 Thonet의 214 의자다(링크).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컬러로 주문이 가능하다. 옵션에 따라 위 아래로 왔다갔다 하지만 위 사진의 버전으로 주문할 경우 요즘 이 의자를 구입하려면 개당 대략 620유로 정도다. 지금 환율로 세전/운송료 제외 90만 2500원 정도다. 대량 생산이 만들어내는 저렴함 따위 150년의 세월 속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지만 뭐 원래 그런 거고.



이런 역사의 No 14 의자가 2009년 무인양품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리뉴얼된다. 디자인은 제임스 어빈(James Irvine)이라는 영국 디자이너가 했다. 1958년생인데 올해 초에 돌아가셨다. 이 분이 디자인한 걸 찾아보면 하노버의 EXPO 2000때 만든 벤츠 버스가 있다. 일단 외양에서 Citaro 버스를 길게 늘리고 창문 디자인도 바뀌었다. 

 

조명에 관심이 많다면 Artemide의 플로트 램프라든가 하는 걸 알고 있을 만하다. 제임스 어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디자인 붐과의 인터뷰(링크)가 있다.

 
 

Thonet의 매니징 디렉터인 Roland Ohnacker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 '18에서 35세 정도 나이의 사람들이 Thonet 브랜드의 세계에 들어오는 걸 돕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시트가 나무로 되어 있는 버전의 가격은 29,000엔(31만 7천원)으로 오리지널 버전에 비하면 반 값이 안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가격 비교다.


그리하여 이 의자가 나왔다. 너도밤나무로 만들었고 독일 Thonet에서 만들었다. 등받이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곡선이 No 14의 포인트인데 그걸 없애버린 건 좀 아쉽지만 약간 넙적하게 가로지르는 나무의 새로운 느낌도 나쁘진 않다.

내츄럴과 브라운 두 가지 컬러가 있고 바닥은 세 가지가 있다. 그냥 나무 버전 말고 두 가지는 메쉬형이다.

 



가격은 그냥 통으로 된 나무 바닥이 위에서 말했던 29,000엔이고 위 사진 중 왼쪽이 35,000엔, 오른쪽이 33,000엔이다. 가격 비교를 위해 참고하자면 무인양품의 월넛 식탁용 의자의 경우 일본 가격이 16,000엔인게(배송료가 2100엔) 한국 무인양품 홈페이지에서는 380,000원이고 배송료가 50,000원이다(일본에서 온다). 보다시피 가격 차이가 꽤 난다.

No 14는 그나마 한국 무지에서는 팔지도 않으므로 꼭 가지고 싶다면 다각도로 루트를 알아봐야 한다. 직접 들고 오는 게 아니라면 배송료가 꽤나 나올 거 같은데 무인양품 홈페이지에 있는 거 하나를 집에 가져다 놓는데까지 얼마가 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단 50만원 들고 시작하면 좀 남지 않을까... (남을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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