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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장식 아이템

by macrostar 201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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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에 불필요한 것들을 붙이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이게 건드릴 수 없는 '장식'의 본질이다. 결국 장식은 그 본질만 가지고, 또는 기능과 결합되어 무엇인가를 더 예쁘거나 멋지게 해주기도 한다. 범위를 조금 더 넓게 잡자면 옷도 일종의 장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의 근본이 배리에이션이므로 이것은 더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의식주의 의는 기능적이므로 더 나올 게 거의 없다.

원초적으로 말하자면 배리에이션이 크게 필요하진 않지만(완벽한 표준 복장이 있다면 가능하다) 결국은 거의 모든 곳에 배리에이션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리고 어느새 잉여가 아닌 건 무엇인지 경계마저 애매해져 있다.


제레미 스콧의 doll pants.

그것은 계절이라는 자연과의 직접 대면을 막는 또다른 외투, 자동차와 지하 주차장의 존재 같은 것들에 의해 가능해 졌다. 이런 것들이 패션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크다. 옷의 기본적인 기능 - 추위를 막고,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 을 아예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경범죄나 과다노출죄 같은 사회의 법적 규제에 걸리지 않을 레벨로 유지한다면 뭘 어떻게 걸치고 다니든 상관이 없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 통념같은 애매한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Coco de Mer 2012 컬렉션 중에 하나인 이런 것(링크)들이 존재한다. 또한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추위를 막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 창문이 있는 프라이빗한 장소와 퍼블릭한 장소는 엄밀하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패션쇼에서도 그렇고 매장에서도 가끔 전혀 불필요한 / 심지어 없으면 백배는 좋겠다 싶은 잉여 장식물들을 만나게 된다. 패션 산업은 사람 몸에 붙일 수 있는 것들의 거의 끝까지 가버렸고(아마도) 새로운 양식의 의복이라는 건 존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을 만드는 이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가끔 이상한 게 나온다.

 
용도는 물론 장식이 되기는 하는 건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런 knee 벨트가 그렇다. 이런 걸 보면 패션은 정말 더 이상 나올 게 없고 단지 조합(mix와 compound)의 마당이 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 니 벨트를 처음 보고 완전히 반해서 이걸 꼭 사야지 하며 두근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런 가죽 장식이 주는 '효용'을 왠지 알 거 같기 때문이고, 순수하게 장식용으로만 사용되는 심플한 가터같은 것들에 대해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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