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몬스터는 말하자면 압도적 기괴함을 브랜드 콘셉트로 삼고 있다. 처음에 매장 구경을 갔을 때 거대 로봇 같은 게 막 움직이는 걸 보면서 이건 대체 뭐지 했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최근 들어 점점 많은 브랜드들이 이 비슷한 루트를 타보려고 하는 것 같고 희한한 매장 장식 같은 걸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상한 짓의 레벨과 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젠틀 몬스터와 마르지엘라의 4번째 협업에 나온 MM301 02이라는 안경을 보면 그런 와중에 파편물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이런 걸 양산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 않나 싶다. 이런 걸 파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그렇구나 싶을 뿐이다.

안무가 다미앵 잘레와 아티스트 이안 맥마흔의 작업물이라는 런칭 이벤트도 하고 싶은 걸 했다. 퍼포먼스가 있는데 이건 PAP 매거진(링크). 영상 참고(링크).
패션계에 이상한 분들이네 싶은 이들이 꽤 있지만 이렇게 많은 자본을 동원하고, 서브컬쳐 같은 것들과 딱히 큰 관련성도 가지지 않은 채 독자적인 노선으로 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누데이크는 팔기라도 했지지 수많은 것들을 애써 만들고 그저 찰나의 인상을 위해 소비하고 있다.
물론 결국은 비용인데 이 자금을 가지고 안경을 조금 더 잘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게 낫지 않겠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엔 수많은 안경 브랜드들이 있고 그 안에는 어떻게든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는 곳도 있고, 가능한 저렴하게 대중적인 안경을 만들어보려는 곳도 있고, 한철 어떻게 장사해 먹고 치워버리려는 곳도 있다.
그 속에 이렇게 뭐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안경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싶은 브랜드가 껴 있는 건 딱히 이상할 게 없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요새 이런 류를 약간 호프(영화) 같은 것들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물론 젠틀 몬스터가 먼저긴 하지만) 최근 본 컬렉션 중에서는 자라 + 존 갈리아노의 리{폼}(링크)이 그 비슷한 노선이라 할 수 있겠다. 궁금하면 들여다보며 하하 웃으면 되고, 별 생각 없다면 지나치면 되고, 마음에 드는 안경이 있다면 쓰고 다니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선택지가 많고, 그중에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조차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이 궁극적으로 생각의 넓이를 키워낸다. 패션은 결국 그런 것들로 돌아가는 산업이 아닐까.



마지막은 젠틀 몬스터는 아니지만 어티슈의 설치물. 안경 다음이 모자인 것도 대체 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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